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울일기 Nov 03. 2024

사소한 것들은 모두 turn off

직장인 수험기 Day 3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스터디 4개를 한번에 돌리고 있다. 일부 스터디 멤버들과는 실시간 스터디 모임도 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나란 사람이 얼마나 작은 유혹에도 잘 흔들리고 쓰러지는지를 이제는 너무 잘 알게 되어서다. 


회사에 다녀와서 간단히 저녁을 만들어 먹고, 청소나 빨래 등 집안일을 해놓고는 바로 공부 모드로 돌입한다. 사실 업무모드에서 바로 공부모드로 전환하는게 늘 쉽지 않은데, 그나마 설거지, 빨래, 쓰레기 버리기, 청소 등과 같은 단순 노동을 사이에 배치하면 조금은 모드 전환이 수월해지는 것 같다. 이를테면 공부하다 집중이 안되면 잠시 끊고 돌려둔 빨래를 널거나, 옷장을 정리한다던가 하는 것이다.


주말에도 가급적 공부모드를 유지하려 노력 중이다. 원래도 좁디 좁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지만, 더더욱 약속을 잡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그 결과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는건 조금 익숙해지고 있는데, 문제는 집중력이다. 


문제를 풀다가도 아까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고, 누군가가 했던 사소한 행동이나 말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최근에 공부 관련 유튜브 탐색을 하다가, 이렇게 자꾸 딴생각을 하게 되는게 뇌가 새로운 정보를 처리해야하는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일부러 다른 생각을 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라는, 뭐 그런 비슷한 내용을 들었던것 같다. 정말 그런거라면 내 뇌는 정말 일하기 싫어하는, 영악한 뇌구나 싶다. 


그래서 책상 한켠에 읽고 싶은 책들을 쌓아두고, 공부가 안될때마다 그 책들을 한두장씩 펼쳐 읽는다. 이전에는 공부가 안될때마다 유튜브 채널이나 쇼츠를 봤는데, 이렇게 할 때마다 유튜브에서 다시 헤어나오기가 너무 힘들었다. 공부로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때도 너무 많았다. 결정적으로 이제 유튜브, 쇼츠를 너무 많이 봐서 내 스스로도 질려버린것 같기도 하다.



어찌됐든, 지금 꼭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나를 사로잡았다. 


이렇게 동기부여가 된건, 첫째, 더이상 현재의 나로는 살고 싶지 않고, 둘째, 그렇다면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변화를 만들수 있는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고, 셋째, 그래도 지금이 가장 적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일수록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는 모든 신경을 차단해야 하는데, 그게 또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 자꾸만 내 모든 영혼을 싣게 되고, 그렇게 몰입하다보면 때로는 감정이 요동치게 되고, 그 감정을 누르고 눌러도 결국 삐죽삐죽 삐져나오게 되어버린다. 그리고나서 좀 더 심드렁해지지 못하는 내 자신에 대해서 한동안 괴로워하고. 이 과정의 무한 반복. 


그런데 요즘 읽고 있는 마크 맨슨에 따르면 그건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 인간은 원래 무언가에 신경을 계속 쓰도록 설계되어 있고, 아무런 감정도 안느끼고 아무런 신경도 안쓰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싸이코패스 뿐이라고.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항상 인생은 실패와 좌절과 기분나쁜 일들로 가득차 있는게 기본값이라고. 


하지만 참 이상하게도 모든 일이 잘 돌아가는 것을 자꾸만 기본값으로 놓게 되니, 기대했던 만큼 실망과 좌절이 커지곤 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 또 감정을 소비하게 되고. 


결국 해결책은 일터에 있는 시간 동안에는 내가 할 수 있는, 해야하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고, 집에 있는 시간 동안에는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주파수를 나에게만 맞추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사소한 일들에 신경쓰느라 소중한 내 시간을 낭비한다면 그 손해는 결국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