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다 보면
어떤 날은 정상의 끝만을 바라보며 오르지
오로지 그 끝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것
마치 인생에 한 줄 이력을 더하듯
아 아직 멀었나
언제까지 가야 되나
그 끝만을 목표로 하고 오르노람
과정이 힘들기만 하고
그 풍경마저 허투루 지나쳐 버리는데
오르다 보면
이름 모를 야생화가 다소곳이 피어 있기도 하고
맑고 고운 소리로 산새가 지저귀기도 하고
시원한 산바람이 온몸을 청량하게 휘돌아 가기도 하고
오랜 소나무 그 세월의 흔적을 부끄럼 없이 내보이기도 하고
소나무골 청장년 솔들의 두런두런 이야기도 들려오는데
흡사 우리네 삶 같지 않은가
저 끝의 목표만을 최고의 가치로 앞으로만 가노람
지금 내 지나는 곳
지금 내 서 있는 곳
풍경도 소리도 느낌도
그냥 스쳐 지날 뿐
마음으로 느껴 보지 못하고
오직 목표만을 목적으로 하며 가잖아
산의 정상을 목표로 오를 때
그 정상 끝만 쳐다보고 오르지 말자
지금 현재의 한 걸음 한 걸음에 열중해서 오르노라면
어느새 내가 목표로 했던 곳
바로 그곳 정상
마침내 그곳에 다다를 수 있는 것 이거늘
간간이 주변도 돌아봐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
바람에 묻어오는 산 냄새
발에 밟히는 흙소리
지금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이
내일로 이어지는 거야
가끔은 쉬어서 주변을 돌아봐
저기 저 나무 사이로 스미는
한 줄 햇살과 얘기도 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