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1년 차입니다
“어떤 사업이죠?”
“저희가 새로운 파스타를 만들었는데요. 이름은 비트bit 파스타입니다. 이미 알파벳 모양의 파스타는 나와 있는데요. 저희는 알파벳 대신 이진수를 상징하는 1과 0 모양으로 파스타 면을 만들었습니다.”
미국의 인기 드라마 <실리콘밸리 Silicon Valley>의 한 장면으로, 인큐베이팅센터에 입주하기 위해 한 창업가가 발표한 사업 아이디어였다. 여러분은 이 아이디어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알파벳도 아니고 1과 0 모양의 파스타라니 흥미롭지 않은가? 정보기술(IT) 업계에 종사한다면 한 번쯤 먹어보고 싶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거나 투자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면 어떨까? 할 만해 보이는가? 대부분 부정적일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사업 아이디어로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다른 사업 아이디어의 매력도에 대해서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매력적인 스타트업의 사업 아이디어는 어떤 것일까?
우선 고객문제의 관점이다. 문제 상황이 얼마나 빈번하게 발생하는지(frequent), 얼마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지(common), 정말 해결한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worth solving) 살펴보는 것이다. 각각의 정도가 높을수록 매력도가 높을 것이다. 여기서 빈번함과 공통성은 시장의 크기와도 연결돼 성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둘째, 솔루션의 관점이다. 솔루션이 얼마나 독창적인지(unique), 솔루션을 보호받을 수 있는지(protective) 또는 모방이 어려운지, 그리고 문제해결의 솔루션인지(suitable) 체크해 보는 것이다.
비트 파스타를 여기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우선 파스타를 먹을 때 파스타 모양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자주 있는지, 대상고객이 가진 공통적인 문제인지, 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인지 생각해 보자. 그 다음은 1과 0 모양의 파스타가 독창적인지, 경쟁사가 동일한 모양으로 만드는 것을 방어할 수 있는지, 1과 0 모양의 파스타가 문제해결의 적절한 솔루션인지 생각해 보자. 아마 매력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여러분의 사업 아이디어도 이런 방식으로 생각해 보자.
One More! 스타트업 코칭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파일 공유 서비스 드롭박스의 CEO 드류 휴스턴이 미팅을 했다. 드류 휴스턴은 드롭박스를 출시한 상태이고 애플은 유사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 iCloud가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스티브 잡스는 이 자리에서 드롭박스를 인수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드류 휴스턴은 거절했다. 이에 열 받은 스티브 잡스는 협박성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드롭박스는 ‘제품 product’이 아니라 ‘기능 feature’일 뿐이다. 우리가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한다면 당신 회사는 망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제품’과 ‘기능’의 차이는 무엇일까? 스티브 잡스가 드롭박스가 제품이 아니라고 한 이유는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에 파일 공유 기능을 하나 추가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전세가 금방 역전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예를 들어 파스타 모양을 0과 1로 만든 것은 새로운 제품이라기보다 기존 제품에 ‘기능’을 추가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제품 모양을 바꾼 것이니 새로운 제품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간단한 변경으로 만들 수 있다는 관점에서 기능 추가의 맥락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이 파스타가 인기를 얻는다면 기존 파스타 제조기업에서도 0과 1 모양의 기능을 붙여 제품 출시가 가능하다. 거기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유통망, 브랜드 인지도, 원가 경쟁력 등을 고려하면 기존 기업을 이겨내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경쟁력 있는 제품이 되려면 기능 추가만으로는 곤란하고 경쟁사가 모방할 수 없는, 경쟁사가 가진 강점을 사용하기 어렵게 하는 ‘기능’ 이상의 제품이 되어야 할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창업가들에게!
서울경제신문 절찬 연재 <조성주의 스타트업 코칭>전격 출간!!
「스타트업 1년 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