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론 4. Real life - 7) Free

자유

by 천원

성준은 퇴직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맡았던 졸업반 교실을 정리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떠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교실 안은 이미 낡은 창고처럼 조용했다. 벽면엔 아직 이름표들이 붙어 있었고, 칠판 아래에는 누군가 두고 간 개인 노트 몇 권이 쌓여 있었다.


책상 밑, 사물함 뒤, 수납장 안쪽까지 둘러보다가 성준은 그곳에서 우산 여러 개를 발견했다. 모두 상태가 좋았다. 손잡이엔 사용감이 거의 없었고, 우산살도 휘어진 데 없이 반듯했다. 색깔도 다채로웠다. 학교를 떠나며 챙기지 않은 학생들의 물건이었다.

우산은 모두 열 개였다. 성준은 그것들을 조심스레 접어 하나씩 팔에 들고 교무실로 향했다. 중간에 마주친 몇몇 교사는 그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우산에 대해선 아무 말이 없었다. 교무실 한켠에 우산을 내려놓은 뒤, 성준은 교장실로 향했다.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예, 들어오세요.”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성준이 문을 열자 교장은 의자에서 일어나 마침 책을 덮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 다름 아니라... 교실 정리하다가 우산이 좀 나왔습니다. 졸업생들이 두고 간 것 같아서요.”
“많이 남아 있었어요?”
“열 개 정도 됩니다. 버려지기엔 상태가 괜찮아서, 제가 좀 가져가도 괜찮을지 여쭙고 싶어서요.”

교장은 성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는 정 부장이 학교 물건을 사적으로 함부로 쓰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조용하고 성실하며, 어떤 일이든 허투루 넘기지 않는 교사였다. 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그럴 줄 알고 가져온 거겠지만, 한 번쯤 물어봐 주는 건 역시 정 부장이네요. 괜찮습니다. 쓰셔도 돼요.”

성준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다 말고, 교장 선생님이 다시 말을 걸었다.

“그 우산은... 어디 쓰려고 가져가시나요?”
성준은 잠시 멈춰 있다가, 우산 하나를 들어 손잡이 아래쪽을 보여주었다. 거기엔 성준의 연락처와 함께 검은 펜으로 적힌 글씨가 또박또박 붙어 있었다.
‘이 우산이 빗속에서도 당신과 누군가를 자유롭게 하길 빕니다. 사용 후 원래 자리에 놓아주세요.’
교장은 그 문구를 조용히 읽었다. 한참 말이 없더니, 마침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하하, 역시… 정 부장답네요.”
그는 그 이상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성준은 교무실로 돌아와, 우산 손잡이마다 같은 문구를 붙였다. 연락처도 직접 적었다. 테이프는 튼튼한 걸로 다시 한 번 덧대었다. 퇴근 무렵, 그는 우산 열 개를 가방에 나눠 담아 어깨에 둘렀다. 교문을 나설 땐 이미 해가 기울어 있었고, 운동장 바닥엔 길게 석양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며칠 뒤, 비가 예보된 날이었다. 성준은 우산 세 개를 준비해 집을 나섰다. 평소 산책하던 길을 따라 공원 입구, 주민센터 앞, 그리고 동네 버스 정류장 벤치 옆에 각각 하나씩 우산을 놓았다. 우산 손잡이에는 여전히 그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 우산이 빗속에서도 당신과 누군가를 자유롭게 하길 빕니다. 사용 후 원래 자리에 놓아주세요.’ 성준은 우산을 걸어두고는 따로 머물지 않고 곧장 자리를 떴다.

정오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잠깐의 소나기처럼 굵은 빗방울이 쏟아졌고, 우산 없이 나온 사람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한 젊은 여성이 비를 피해 서 있다가 벤치 옆에 놓인 우산을 발견하고 조심스레 손에 들었다. 메모를 읽은 그녀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작게 고개를 숙인 뒤 우산을 펴 들고 골목 쪽으로 사라졌다.

그날 저녁, 성준의 휴대폰에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우산 잘 사용했습니다. 물 안 묻히고 집에 잘 왔어요. 내일 아침 원래 자리에 놓아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날 아침, 성준은 버스 정류장에 들렀다.

우산은 메모가 붙은 그대로 접힌 채 벤치 뒤편에 세워져 있었다.

물기는 말라 있었고, 손잡이는 잘 감싸져 있었다. 처음보다 손에 익은 듯한 모양이었다.


성준은 조용히 우산을 가방에 넣고, 다시 다른 두 장소에도 들러봤다.

주민센터 앞 우산은 그대로 있었고, 공원 입구 우산은 사라져 있었다.

그날 밤에는 두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
‘비 오는 날 우산 덕분에 애 안고도 편히 다녀왔습니다. 고맙습니다. 내일 정문 입구 옆에 두고 갈게요.’

이후로도 비가 예보되는 날이면 성준은 서너 개씩 우산을 준비해 걸어두었다.

어떤 날은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고, 어떤 날은 두세 개가 동시에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문자를 남기는 사람도 있었고, 전혀 소식 없이 조용히 제자리에 놓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가끔은 연락 없이 사라진 우산이 사흘 뒤에 돌아오기도 했다.

때로는 메모 옆에 작은 간식이나, 짧은 메모가 붙어 있기도 했다.

‘예쁜 우산 감사합니다. 내일도 좋은 하루 되세요.’,

‘우리 동네에 이런 분 계셔서 따뜻했어요.’

성준은 우산이 사라지는 것을 불안해하지 않았고, 돌아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도 않았다.

그는 문자를 받아도 답장을 길게 하지 않았다.

“잘 쓰셨다니 다행입니다.”

“편하게 사용하세요.”

늘 비슷한 몇 마디뿐이었다.

어떤 사람은 한 번 빌려 쓴 우산을 며칠 뒤 깨끗이 닦아 다시 돌려주며 다른 작은 비닐에 포장해두기도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사람들은 이제 정류장 벤치와 공원 입구를 자연스럽게 둘러보게 되었다.

때로는 누가 먼저 우산을 쓰자고 권하는 장면도 있었다. 우산 하나에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사람들은 그 우산이 누구 것인지 정확히는 몰랐지만, 언제부턴가 ‘어디선가 두고 가는 사람’이 있다는 걸 눈치채기 시작했다.

성준은 그런 반응을 멀리서 지켜보거나, 때론 전혀 마주치지 않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사람들이 우산을 쓰는 모습보다, 우산이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놓여 있는 광경을 더 오래 바라보았다.

초여름 장마가 시작되던 즈음이었다. 며칠 연속으로 비가 내렸고, 그만큼 우산의 회전도 잦아졌다. 성준은 버스 정류장, 어린이집 입구, 주민센터 앞까지 하루에 네 군데를 돌았다. 우산은 빠르게 쓰이고, 그다음 날이면 제자리에 돌아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우산을 되돌려 놓는 한 중년 남성과 마주쳤다. 남자는 우산을 벤치 옆에 조심스레 걸고, 메모가 젖지 않도록 테이프를 새로 붙여주고 있었다. 성준이 그 모습을 지켜보다 다가가자, 남자는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

“아, 이거… 제가 며칠 전에 썼습니다.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는 바람에 급히 병원 데려가느라… 덕분에 큰일 안 나고 잘 다녀왔습니다.”
성준은 짧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근데 이런 거… 진짜 아무 대가 없이 하시는 거 맞죠?”
성준은 특별한 표정 없이 우산 손잡이 부분을 살펴보고, 종이를 반듯하게 다시 붙였다.
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다 작은 봉투를 꺼내 벤치 아래에 놓았다.

“괜찮으시다면, 이건 그냥 제 마음입니다. 꼭 안 쓰셔도 돼요.”

며칠 뒤, 주민센터 게시판 한쪽에는 작은 손글씨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이 우산, 저희 어머니가 쓰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외출이었는데, 감사 인사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글쓴이는 이름도 남기지 않았다. 종이는 조용히, 바람에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공원 입구에서 우산을 발견한 한 고등학생은 친구와 함께 그것을 나눠 쓰며 귀가했고, 다음 날엔 우산을 가지런히 접어 같은 자리에 두었다. 몇 주 후, 같은 장소에 같은 방식의 손글씨 메모가 붙은 우산이 새로 생겨났다. 종이에는 정성스레 적힌 문장이 있었다.
‘급하게 챙겼던 제 우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동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산 돌려쓰기 하시는 분,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짧은 게시글이 올라왔다. 댓글엔 “나도 그 우산 썼어요”, “동네가 따뜻해지는 느낌”, “덕분에 애 안고도 비 안 맞았어요” 같은 글이 달렸다. 성준은 직접 그 글을 보진 못했지만, 그날따라 우산을 되돌려놓은 사람들의 손길이 더 반듯하고 꼼꼼한 듯 느껴졌다.

그날 저녁, 성준은 책상에서 우산 손잡이에 붙일 메모를 다시 몇 장 인쇄했다. 몇몇은 비에 젖어 흐려졌고, 테이프도 약해져 다시 붙일 필요가 있었다. 성준은 메모 하나하나를 손으로 자르고, 테이프를 정리해 상자에 담았다. 몇 장은 손글씨로 다시 썼다. 기계로 인쇄한 글씨보다 직접 쓴 글씨가 돌아오는 비율이 더 높다는 건, 그가 수십 번 실험 끝에 알게 된 일이었다.

여전히 그는 사람들이 이 우산이 누구의 것인지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역시 자신의 이름을 직접 밝히지 않았고, 문자나 전화가 와도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단지, 누군가가 “이 우산을 누가 놓고 가는 걸까?” 하고 한 번쯤 생각해 준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비가 잦아들던 초가을, 성준은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우산을 두어 개 챙겨 나온 길이었지만, 날씨는 애매했다. 흐린 하늘 아래 바람은 싸늘했지만, 당장 비가 쏟아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습관처럼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 가방에서 수첩을 꺼냈다. 커피 얼룩이 묻은 오래된 표지 속에는 날짜별로 우산을 둔 위치와 반응이 기록되어 있었고, 빌려간 사람의 문자, 되돌아온 시간, 비에 젖은 메모지 상태 같은 것들이 조용히 축적되어 있었다. 수첩을 넘기다 말고 한 장이 시선을 붙잡았다. 언젠가 우산 손잡이에 붙였던 문구를 적어둔 페이지였다. 그 아래 짧은 문장이 하나 붙어 있었다.

‘우산이라는 도구가 비를 막는 것 이상의 역할을 가지면 사람들을 연결하는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반대로, 역할을 도구처럼 사용한다면 사람은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될 수 있을까?’

성준은 그 문장을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주변을 한 번 둘러보았다.

정류장에 세워진 번호판, 쓰레기통 옆에 세워진 누군가의 자전거, 입간판이 흔들리는 편의점. 모두 정해진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도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이 했던 행동들이 그저 친절이나 습관 같은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모르게 하나의 '역할 실험'이었다는 것을 수첩을 통해 확인했다. 사람들은 우산을 통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도움을 받았고, 간혹 그 경험이 또 다른 행동으로 번져 나갔다. 그는 그 반응들을 묵묵히 관찰하고 기록했으며, 여기에 어느 순간 집중하고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도 않고, 설명을 덧붙이지도 않았지만, 그는 역할의 작용과 반작용을 조용히 지켜보며 체계화해 온 셈이었다.


그날 저녁, 성준은 오랜만에 새 수첩을 꺼내 첫 페이지를 펼쳤다. 상단에 임시 제목을 쓰고, 그 아래엔 '도구처럼 작동하는 역할'이라는 부제를 적었다. 그는 무엇을 가르치거나 증명하려는 마음은 없었다. 다만 자신이 한 행동과 그로부터 생겨난 작은 변화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해보고 싶었다. 마치 우산을 빌려준 일이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여유를 준 것처럼, 이 기록도 누군가의 생각에 조용한 영향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랐다.

창밖에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성준은 새로 준비한 우산 두 개를 들고 현관으로 향했다.

손잡이에 문구를 붙이는 일은 여전히 손이 느렸지만, 테이프는 꼼꼼히 감았다.

‘이 우산이 빗속에서도 당신과 누군가를 자유롭게 하길 빕니다. 사용 후 원래 자리에 놓아주세요.’ 문장을 붙이고, 우산을 펼쳤다 접으면서 그는 오래된 습관처럼 다음 장소를 떠올렸다.


내일 비가 오면, 다시 우산을 놓을 곳이 있었다.










역할은 어떻게 제약이 아닌 자유를 줄 수 있는가?


(1) Flow - 흐름

역할은 억압처럼 보이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오히려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 낸다.


흐름은 개인이 역할 속에서 더 이상 불필요하게 긴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다. 학생이 맡은 책임을 매번 의식적으로 힘겹게 하는 대신 습관처럼 소화하거나, 직장에서 업무가 일상의 리듬으로 자리 잡는 것이 그렇다. 역할이 삶의 일부로 스며들면, 그것은 구속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자유의 형태로 경험된다.

흐름 속의 자유는 곧 얽매였던 긴장을 풀어내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2) Release - 해소

자유는 단순히 구속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얽힌 긴장을 해소하는 데서 비롯된다.


풀어준다는 것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쌓였던 불필요한 긴장과 억압을 해방하는 일이다. 공동체 속에서 책임을 다할 때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지는 경험, 맡은 일을 마치고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이 이에 해당한다. 이때 역할은 개인을 옥죄는 족쇄가 아니라, 내적 압박을 풀어 주는 매개가 된다.

긴장을 풀어내는 경험은 곧 더 큰 틀에서 구속을 벗어나려는 시도로 연결된다.


(3) Escape - 탈출

자유의 한 형태는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것이다.


벗어난다는 것은 역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절대적인 규범으로 보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일이다. 학생이 기존의 방식 대신 다른 방법으로 역할을 수행하거나, 직장인이 매뉴얼을 넘어 창의적 대안을 시도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는 기존 구속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길을 찾는 과정이다.

벗어남은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며, 이는 자유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4) Expand - 확장

진정한 자유는 단순히 벗어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후의 가능성을 넓히는 데 있다.


확장은 역할 속에서 배운 경험을 토대로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학생이 학급 역할 경험을 사회적 관계로 넓히거나, 직장인이 조직에서의 성취를 개인 성장으로 확장하는 것이 그 예다. 역할은 처음에는 제약처럼 보였지만, 결국 삶의 범위를 넓히는 발판이 된다.

자유의 확장은 단순한 해방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된다. 이는 곧 이후의 주체적 역할 창출과 연결된다.




¶ 역할은 도구다 - 우산


우산은 살대와 천, 손잡이로 이루어진 단순한 구조지만, 펼치는 순간 머리 위에 이동식 지붕을 만든다. 빗물과 직사광선을 직접 맞지 않게 하고, 바람을 등질 땐 물방울의 궤도를 바꿔 몸을 적시지 않게 한다. 접었다 폈다 할 수 있어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즉시 펼칠 수 있으며, 사람 간의 거리를 적절히 만들어 사적인 공간을 잠깐 마련해 주기도 한다. 잘 만든 우산은 방수뿐 아니라 발수(물이 또르르 굴러 떨어짐) 성능이 좋아, 젖음이 길게 남지 않는다. 즉 우산은 환경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영향을 완충해 사용자가 계속 걸을 수 있게 해 주는 장치다.


역할도 우산과 닮아 있다. 거센 일정, 충돌하는 의견, 예기치 않은 변수라는 ‘빗줄기’가 쏟아질 때, 역할은 문제를 없애기보다 부담을 덜어 사람들이 움직일 여지를 만든다. 회의에서 진행자의 한마디 규칙 안내, 교사가 수업 초반에 제시하는 경계와 기대, 부모가 갈등 상황에서 “잠깐 멈추고 숨 한 번”을 제안하는 행동은 모두 우산을 펼치는 일과 같다. 완벽한 해결은 아니지만 젖지 않고 나아갈 틈을 열어 준다. 또한 우산은 혼자 쓰면 시야가 좁아지지만, 옆사람을 함께 들여 공유의 지붕을 만들 수도 있다.

역할도 나만 보호하는 장치가 아니라, 팀 전체가 이동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고 각도를 조절해야 한다. 바람이 거세면 우산 각도를 바꾸듯, 역할 역시 톤과 규칙의 엄격함을 상황에 맞게 조정해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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