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피아노를 연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중국에서 귀국하면서 거기서 샀던 야마하 디지털 피아노는 다른 집으로 보냈다. 한국 집에, 전에 샀던 야마하 업라이트 피아노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선 글에도 썼지만, 이 피아노가 처음 집에 들어오던 날, 나는 '개구리처럼 깡총깡총 뛰었다'고 한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둘째가 그림일기에 그렇게 썼다. 내가 정말 개구리처럼 뛰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그만큼 들뜨고 기뻤던 것은 사실이다.
당시에는 큰 마음 먹고 야마하 업라이트 모델 중에선 제일 상위 기종으로 구입하면서, 집에 좋은 피아노가 있으니 마음껏 칠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직장 다니는 사람이 어쩌다 퇴근 후 시간 나서 연습 좀 해 보려고 해도, 늦은 시간에 아파트에서 피아노 치는 건 안될 말이었다. 주말 낮시간에 연습하면 되지만, 그렇다고 주말을 온종일 바칠 정도는 아니었고, '간헐적 연습'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에도 2019년, 음악 좋아하는 몇몇 지인들과 함께 '악기 연주 동호회'를 결성했다. 그리고 우리끼리 작은 공연을 열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다들 일하느라 바쁜 사람들이라, 공연 날짜를 정해 놓고도 준비가 부족해 몇 번 날짜를 옮겼다. 여러 사람 일정을 조율해 최종적으로 정해진 날짜는 2020년 2월 1일. 그런데 나는 2019년 연말에 이사를 하게 되어, 이사를 마치고서야 본격적으로 연습에 들어갔다.
집에 피아노가 있어도 밤에는 연습을 할 수 없으니 연습할 곳을 찾아야 했다. 어릴 때 나의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이모는 지금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데, 그 곳이 연습실이 되었다. 가끔은 밤늦게까지 연습하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나 혼자 밤늦게까지 연습하다가 학원 문을 잠그고 귀가했다. 혼자 앉아 연습하고 있자니 예원 입시 준비하던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피아노 학원이 집에서 멀어서 날마다 가기는 어려웠다. 공연을 며칠 앞두고 추가된 새로운 곡의 반주를 맡았는데, 생소한 곡이라 급히 악보를 익혀야 했다. 며칠간 집에서 업라이트 피아노의 약음 페달을 밟고 연습했다. 막판에는 새벽까지 피아노 앞에 앉아 '벼락치기' 연습을 했다. 내 평생 가장 집중력을 발휘한 순간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그렇게 계속 약음 페달을 밟고 연습했으니, 처음으로 정상적인 음량으로 연습할 때는 이게 맞나 어색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실수 연발이었지만, 그래도 공연은 무사히 즐겁게 마쳤다. 공연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하기로 하고, 아무튼 공연을 준비하며 계속 생각한 것은, '밤에도 피아노를 마음껏 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무슨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조금 비싼 디지털 피아노를 사면 된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내키지 않았다. 디지털 피아노는 이미 두 번이나 사 본 경험이 있었다. 터치도 소리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방 하나를 방음 시공해서 연습실을 만들면 된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전셋집에 사는데 무슨 방음시공?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사일런트 시스템'이라는 게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