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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호 Apr 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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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주차장


이곳은 따뜻한 남쪽나라다. 도시 전체를 하나의 ‘정원’이라는 컨셉으로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10개월간 ‘정원박람회’를 개최한다.

그러다 보니 4월이 시작되면 숙박업은 문전성시(門前城市)를 이룬다.


 

 

 

 

업종의 특성상 성수기에는 할인요금이 부과되는 것이 인정되다 보니, 본래 가격의 1.5~2배 정도가 오르지만 여행객들은 흔쾌히 지갑을 연다.

 

 

 

 

 

 

 

사시사철 다 잘되기만 한다면 모텔하고 너도 나도 갑부가 되었겠지. 안타깝게도 봄이 오기 전 1~3월은 그야말로 비수기다.

 

 

‘여기 어때’ ‘야놀자’ ‘데일리호텔’ ‘아고다’ 등 예약사이트의 광고를 높였다가 내리는 것은 기본, 단가를 최소마진으로 낮추어도 평일에 만실은 힘들다.

(여기서 만실이란 당일 숙박으로 모든 방을 다 팔았다는 뜻이다)

 

 

 

 

지역 내 최고의 번화가에 위치한 모텔이다 보니 주변 모텔이 즐비하다. 너무 손님이 없는 날에는 주변 모텔의 눈치를 살핀다. 사이트에 들어가 주변 모텔이 ‘매진’이 되었는지 주변의 시세는 어떠한지를 보는 것이다. 그래도 답답한 경우 산책 삼아 동네 한 바퀴를 돌며 다른 숙소의 주차장을 슬며시 둘러본다.

 

만약 다른 곳의 주차장에 자동차가 몇 대 없다면 ‘휴후~ 우리만 안 되는 것이 아니구나! 다들 힘든 거지?’ 스스로 위로하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러나 주변 모텔의 주차장에 자동차가 가득하다면?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리고 호흡이 곤란해진다. 응급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좌절하긴 이르다. 친절과 청결을 바탕으로 한다면 결국 방은 모두 판매된다. 판매 속도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매일매일 잘되는 날만 있다면 좋겠지만 판매가 부진한 어떤 날이면 제정비를 할 시간도 버는 셈이고, 쉬어가라는 의미도 있지 않은가? 픕, 8년 차가 되다 보니 이런 여유가 생긴다.

 

 

 

 

 

어느덧, 4월 중순이다. ‘순천만 정원 박람회’ 축제 기간이 되니 다시 정신이 없어진다. 오후 6시 30분 정도 야간 직원과 교대 시간이 다가오고 그전에 서른다섯 개의 방은 모두 판매가 완료되거나 1~2개 정도만 남는다.

 


슬슬 배가 고프다.

자동차 시동을 켜고 퇴근 준비를 하려다 핸드폰 앱을 켠다.



<배달의 민족>

 

 


 

‘오늘 뭐 먹지?’ 떠오르는 것을 주문하고 도착하기 10분 전이면 난 이미 집 앞 주차장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주변 모텔 주차장을 보지도 않고 바로 퇴근했구나!

 



 

모텔 장사가 잘 되지 않았을 때는 주변 모텔 눈치를 살피고 비교하였지만 모텔의 방이 빠르게 팔리기 시작한 이후로는 주변의 눈치를 보거나 비교하지 않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은 선순환이 되었다.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으니 나의 모텔 영업에 맞추어 더욱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내가 온전하지 못했을 때 안절부절못하며 주변 눈치를 살피고, 타인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곤 한다.


‘나만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모양일까?’ ‘나는 왜 운이 없지?’

 

 

오직 나로 서서, 오늘의 나를 겨냥하면 되겠다.

뒤돌아 보지 말고 한눈팔지 말고 그곳에 집중하는 하루를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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