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샘플지와 책갈피
백화점에 가면 에스컬레이터 올라가는 길목에서
누군가 나눠주는 향기를 건네받는다.
받으면 일단 냅다 코로 직행.
음 — 좋다. 통과!
집에 가자. 넌 이제부터 책갈피야.
너덜너덜해진 옛 종이 책갈피는 잠시 넣어두고
빤빤하고 향기로운 책갈피를 다시 꽂아두었다.
마음에 드는 향수 샘플지를 만나면
책에 끼워 넣고 닫는다.
나중에 다시 펼치면 은은한 향기가 맴도는데
그 향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름도 모르는 향이 기쁘게 해 준다.
어느 날은 그냥 그게 좋아서 책은 읽지 않고
향만 맡다가 책을 닫은 적도 있다.
서랍에서 언젠가 읽다 만 그 책을 다시 끄집어냈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읽고 싶은데 글이 읽히지 않는다.
고요한 정적 속에 있는 데도 머리는 소란스럽다.
아니야 나 안 읽을 거야.
그냥 향기 맡으려고 연거야.
읽으려는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게
향기로 달래야 한다.
달램이 통했는지
오늘은 몇 장을 읽을 수 있었다.
향기 날아가기 전에 다 읽을 수는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