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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 살 선생님 Oct 23. 2021

코로나 시대의 교실 모습

바이러스와 전쟁을 선포한 학교

2020년, 2월

학년 담임과 모든 업무분장이 발표되고 난 다음날이었다. 아직도 그날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각종 뉴스에 코로나와 관련된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고 새학기 준비로 한창이던 학교는 갑작스런 개학연기로 혼란스러웠다. 학교 업무 채팅방은 매일 알림이 끊이지 않았다.


등교가 연기된다는 것은 단순히 아이들이 학교를 나오는 날짜가 바뀌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리 계획되어 있던 모든 과목의 각 차시와, 행사와, 각 해마다 꼭 필요한 안전교육, 정보통신교육 이런 것들이 갈 곳을 잃어버린다는 의미이다. 각 학년에서 학생들이 꼭 이수해야 하는 과정들이 공중에 떠버렸다. 갈 곳 잃은 이 모든 것들을 미뤄진 등교 날짜에 맞춰서 제자리를 찾아주어야 한다. 꽤 복잡한 일이다.


2020년, 5월

갑자기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자고로 수업은 얼굴을 마주 보고 해야 제맛인데, 갑작스러운 온라인 수업 시작으로 하루 이틀의 준비할 겨를도 없이 ZOOM 수업이 시작되었고 수업을 위해 각종 정보기기를 마련하고 학생들에게 대여해주었다. 아직 어린아이들은 부모님이 도와주어 겨우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었고 촬영장비, 음향장비 같은 것들이 각 반에 그리고 각 아이들에게 필요하게 되었다.


혼돈의 2020년 1학기를 보낸 뒤,

우리 학교는 소규모 학교로 등교수업을 하게 되었다.


소규모 학교라 다행히 등교수업을 시작했지만 우리의 모습은 예전과 많이 달랐다.


모둠활동도 할 수 없었다.

마스크를 쓴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마스크를 쓰니 왠지 모르게 말수도 줄어든 느낌이었다.

추운 날씨에도, 더운 날씨에도 창문을 열어두고 수업해야 했다.

음악 가창 수업, 입으로 부는 리코더 수업을 지양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3학년 음악에서 리코더를 빼면 무엇이 남을까.

아이들은 책상을 한 칸씩 띄워서 앉았고 책상마다 투명 아크릴로 칸막이를 만들었다.

급식시간에는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행여나 아이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움직이는 순간, 화들짝 놀라 마스크를 쓰라고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실과 마찬가지로 칸막이가 마련되어있다. 마치 수험생일 때나 사용하던 독서실 같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언제든 화장실을 갈 수 있도록 했고, 쉬는 시간을 학년별로 다르게 배정했다. 모든 교실 앞에 거리 두며 줄을 서기 위한 발자국 스티커를 붙였고, 아침 등교 시각도 학년별로 나누었다. 아이들은 늘 양팔을 뻗어 서로 닿지 않는 거리만큼만 가까이 갈 수 있다. 아침마다 열을 재고 가는 곳마다 손소독제가 마련된 모습이 일상이 되었다.


금방 끝날 것 같았던 시간이 2년간 지속되니 이전의 학교 모습이 점점 잊혀간다.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이 모여 보드게임을 하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고 다 같이 모여 운동회를 한다거나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모습도 잊혀간다.


우리는 언제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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