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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엄마는, 열 살 선생님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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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열 살 선생님 Oct 15. 2021

완벽주의 초등교사의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노하우

남편이 나에게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완벽주의인 것 같다고.

사실 그다지 새겨듣진 않았다. 늘 베짱이처럼 노는 것 우선인 우리 남편의 눈에 누구인들 "완벽주의" 같아 보이지 않겠는가. 오히려 그런 말을 하는 남편이 역시 "게으르다"고 생각했다. 일과 육아, 모두 잘하려고 노력하는 나의 모습은 당연했다. 적어도 몇 번의 폭포수 같은 감정을 느끼기 전까지는.

두세 번 정도 한계치를 넘어선 날들이 있었다.

맨 처음은 아이가 돌 무렵, 육아휴직 중이었다.

그때의 나는 출산 후 짧은 출근을 빼면 아이와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남편이 많은 시간을 함께했지만 나는 거의 모든 순간 아이와 함께였다. 아이가 너무 예쁘기도 했고, 내가 아이와 떨어지면 큰일이 날 것만 같은 일종의 분리불안이었을까. 모든 것을 내 눈으로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지 못했다. 참고로 우리 남편은 아이를 아주 잘 돌보며 거뜬히 혼자 2박 3일도 보낼 수 있는 세상에 둘도 없는 자상한 아빠다. 온전히 내 성격탓이다.

낮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낸 뒤, 저녁 시간은 남편까지 보태어 세 식구가 보낸 날들이 1년 정도 지난 어느 날, 도저히 집에 있기 어려운 답답함을 느꼈다. 남편에게 이야기하고 무작정 드라이브를 나선 날, 벚꽃이 만발한 길을 운전하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벚꽃이 언제 피기 시작했더라. 기억나지 않았다.

이유 없는 눈물은 처음이었다.

내가 이렇게 감정적인 사람이었나.

30분을 울었더니 겨우 마음이 진정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복직을 하고 난 뒤였다. 업무 강도가 그다지 높은 것도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힘들 일이 없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다만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머릿속이 복잡하다 못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이를테면 아이가 먹을 메뉴를 미리 생각하지 않으면 퇴근과 동시에 빠르게 저녁을 준비하기 힘들다. 대충 저녁을 먹이는 건 정말이지 너무 싫었다.

다음 날, 어린이집에 가져가야 할 물병과 양치컵 그리고 준비물을 신경 써야 한다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앞치마, 페트병과 잡곡, 가끔 종이박스 자동차 같은 만들기를 해서 보내야 할 때도 있다.

아이가 자라면서 필요한 물건들, 속옷, 양말, 옷 등이 작아지기 전에 새로 구비해야 한다. 칫솔, 치약은 또 얼마나 단계가 많은지, 불소가 있는지 언제부터 써야 하는지 알아본다. 세상에, 아이가 쓰는 치실도 있었다.

시기마다 필요한 장난감과 책은 또 얼마나 많은지. 열심히 마련해주면 너무 좋아하는 아이를 보며 게을리할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예방접종 기간이 훌쩍 지나있다. 1년을 지나 접종한 적도 있다.

1년을 지나 예방접종을 할 때는 정말로 좌절했다.

이걸 놓쳐버리다니. 그것도 1년씩이나.

믿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며 점점 요령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