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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 살 선생님 Oct 23. 2021

초등교사의 내 아이 가르치기

엄마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넌 학교에서 아이들이랑 많은 이야기를 나눠봐서 나중에 네 아이는 잘 키우겠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만났는데, 내 아이 하나 설득하는 것쯤이야! 하는 자신감 비슷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학교에서는 적어도 내가 말을 할 때 대답을 하지 않는다거나 모르는 체하며 뒤돌아서는 아이는 없다. 하지만 내 아이는 자기가 듣기 좋은 말이 아니면 대답은커녕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특히 놀이터에서 놀 때.


친구와 한창 재미있게 놀고 있는 아이, 그리고 해가 저물어가서 집에 가고 싶은 나, 기다리다 못해 아이에게 부드럽게 말을 꺼낸다.

“우리 이제 집에 갈까? 해님이 벌써 가버리고 없네.”

“준후야! 우리 이제 애벌레 놀이터 가자!”

보기 좋게 무시당했다. 아이는 내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친구에게 다른 놀이터에 가자고 말을 꺼낸다. 마치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듯하다.


아이가 가끔 감기에 걸려 약을 먹을 때면, 매 끼니 후에 약을 먹이느라 진땀을 뺀다. 분명히 어린이집 선생님 말에 의하면 물약을 주스에 섞지도 않고 꿀꺽 잘 먹는다는데. 나는 좋아하는 주스에 섞어서 온갖 달콤한 말들로 유혹해도 절대 넘어오지 않는데.


“이거 얼른 먹고 맛있는 간식 먹을까?”

“싫.어.!”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이랑 주스 없이도 약 잘 먹는다던데?”

“어린이집에서만 그렇게 먹을 거야.”

“…”


학교에서는 나도 꽤 아이들을 잘 설득한다. 공부가 어려워 마음이 상한 아이를 다독여 다시 힘을 내게 용기를 주기도 하고, 편식하는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면골고루 먹게 되기도 한다. 다른 친구를 놀린다거나 괴롭히는 학생을 불러다 이야기하면 다시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적어도 약을 먹으라는데 “싫다.”거나 이제 집에 갈 시간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무시하며 대꾸도 하지 않는 학생은 없었다.


내 아이 가르치는 것이 가장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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