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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 살 선생님 Oct 24. 2021

하늘에 어린이집 따기

저출산시대에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려웠던 어린이집 보내기

우리 아이는 차를 타고 5분 정도 가야 하는 곳에 있는 어린이집에 다닌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도 어린이집이 하나 있다. 그것도 무려 우리 동 1층에,

어린이집과 가장 가까운 동에 살면서도 그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

우리 아이는 맞벌이+외동이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의 입소 시스템에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신상정보를 입력하면 점수를 매겨 순번을 정한다는 점.

맞벌이 부부면 일단 200점, 맞벌이 부부에 아이가 2명이면 300점, 현재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형제자매가 있으면 +50점, 엄마가 임산부인 상태면 +100점, 이런 식으로 점수를 매긴다. 맞벌이이면서 다자녀, 그리고 엄마가 임산부이면서 형제자매가 어린이집 재원이라면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점수를 갖게 된다. 사실, 다자녀에 맞벌이 그리고 임산부라면 정말 인정! 우선순위를 주는 게 당연한다. 이렇게 점수가 높으면 언제든지 모든 사람을 제치고 위풍당당하게 가장 윗 순번으로 갈 수 있다.


아무튼 우리 아이의 입소대기 점수는 단 200점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다음 해에 바로 어린이집에 대기를 했다.

요즘, 저출산 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내 아이 하나 원하는 어린이집에, 원하는 시기에 보내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리 아파트 1층에는 큰 규모의 어린이집이 하나 있었고 마침 우리는

가장 가까운 동에 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런데, 3살이 되는 3월에 보내려 계획한 어린이집은 매번 확인할 때마다 순번이 뒤로 밀려있다. 어느 날 대기 순번이 확 줄어들어있길래 '내년에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겠구나.' 하는 반가운 마음에 어린이집에 전화를 해보았다.


"어머니, 순번이 줄어든 건 이미 내년 입소할 어린이들을 확정해서 그래요."

"네? 그럼 아직 대기 O번인데 내년에 어린이집에 못 들어간다는 건가요?"

"네, 이 아파트에 다자녀도 많고 맞벌이에 2자녀인 집도 많아서요. 아이가 하나인 집은 거의 다 떨어졌어요. 이 아파트에 어린이집 다니는 또래 아이가 너무 많네요!"

"..."


부랴부랴 어린이집을 더 알아보느라 정신없었다. 당장 복직해야 하는데 어린이집에 못 보내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여기저기 물어보고 도움을 요청한 끝에 출근 반대방향으로 한참을 가야 하는 가정어린이집에 급하게 한 자리가 비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다음 날 상담을 하러 갔다. 겨우 멀고 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야 마음 놓고 복직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만 누르고 1층으로 내려가 단 스무 발자국만 걸어가면 도착하는 어린이집을 두고 먼 어린이집에 간 이유다.


그렇게 아침마다 곤히 자는 아이를 최대한 깨지 않게 들어 옮겨 차에 태우고, 어린이집 앞에 도착하면 잠옷을 갈아입히고, 삶은 계란이나 고구마 같은 걸로 간단히 요기를 한 뒤, 어린이집에 등원한 아이를 보며 허겁지겁 출근하는 나의 출근 일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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