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모르겠네
노무현 대통령에게 들은 꾸지람 중에 가장 얼굴을 붉히게 했던 말은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모르겠네."이다. 글쓰기 최고의 적은 횡설수설이다. 횡설수설한 글은 읽는 사람을 짜증 나게 한다. 두 대통령 모두 횡설수설하는 글을 가장 싫어했다. 한 말 또 하고 또 하고, 다음 예기로 넘어가나 싶더니 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가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오락가랄하는 글. 좀 심하게 얘기하면 술취해 걷는 갈지자걸음의 술주정이다.
왜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가?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은 쓸데없는 욕심을 내기 때문이다. 글을 멋있게, 예쁘게, 감동적으로 쓰려고 하면 나타나는 몇 가지 현상이 있다.
첫째, 길어진다. 이 얘기도 하고 싶고 저 얘기도 하고 싶고, 이 내용도 넣고 싶고 저 내용도 넣고 싶고, 중언부언하게 된다. 글쓰기야말로 자제력이 필요하다.
둘째, 느끼해진다. 미사여구가 동원되고 수식이 많아진다.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가 재미있는 말을 했다. '형용사는 명사의 적이다.' 꾸밀수록 알송달쏭해진다는 것이다.
셋째, 공허해진다. 현학적인 말로 뜬구름을 잡고 선문답이 등장한다. 꽃이 번성하면 열매가 부실한 법. 결과적으로 자기는 만족하는데, 실속 없는 글이 된다.
몇 가지만 명심하면 횡설수설하지 않는다. 가급적 한 가지 주제만 다루자. 이것저것 다 얘기하려고 욕심부리지 말고. 음식점도 뭐 하나를 똑소리 나게 잘하는 집을 잘 기억하지 않는가. 감동을 주려고 하지 말자. 하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힘을 빼고 담백해지자. 거창한 것, 창의적인 것을 써야 한다는 조바심을 버리자.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모방과 벤치마킹을 부끄러워 말자. 다르게 읽으면 그것이 새로운 것이다. 반드시 논리적일 필요도 없다. 진정성만 있으면 된다. 논리적인 얘기 보다 흉금을 터놓고 하는 한마디가 때로는 더 심금을 울리기도 하니까.
횡설수설하는 두 번째 이유는 할 얘기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쓰고 싶은 내용은 많은데, 막상 글로 쓰려면 잘 안써진다'고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쓰고 싶은 의욕만 있을 뿐, 쓸 내용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이다. 할 얘기가 분명하면 횡설수설하지 않는다. 요점만으로 간략히 정리가 된다. 분명하지 않으니까 글이 오락가락 길어지는 것이다.
오락가락하지 않으려면 세 가지가 명료해야 한다. 첫째는 주제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나는 이 글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가, 이 글을 읽은 사람의 머릿속에 어떤 말 한마디를 남기고 싶은가. 둘째, 뼈대다. 글의 구조가 분명하게 서 있어야 한다. 셋째, 문장이다. 서술된 하나하나의 문장이 군더더기 없이 명료해야 한다.
느낀 그대로, 아는 만큼 쓰자. 최대한 담백하고 담담하게 서술해나가자. 그러면 결코 횡설수설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글쓰기- / 강원국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