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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아우트라인

by 마이분더






주위를 둘러보면 유난히 인복 많은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SNS를 보면 살면서 한번쯤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모두 그의 곁에 있었다. 내가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그중에도 눈에 띄는 몇몇 사람들을 눈여겨보고 있으면 어김없이 또 그 인복이 많다고 생각했던 그와 연결되어 있었다. 부럽고 신기했다. 어떻게 매번 그럴 수가 있을까? 나는 단 한 명을 만나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그는 우연한 만남이 계속해서 이루어지는 것인지 정말 궁금했다. 그리고 나는 당연스레 ‘이것은 타고난 운명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운명의 영역이 아니고서야 반복되는 우연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뭐, 그동안 그가 살아온 과거의 총합과 그의 삶에 쌓인 레퍼런스들이 영향력이되었을 수도 있다. 거저먹는 결과는 없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쩜 그렇게 꼭 들어맞는 테트리스처럼 내가 찾던 동경의 대상들만 차곡차곡 그의 옆에 나타나는 것인지 부러움에 배가 아파지다가 이제는 신세한탄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전 유퀴즈에 출현한 김희애 배우의 말이 떠올랐다.


"배우는 어떻게 되셨나요?"

"고등학교 선생님이 저를 예뻐했어요. 그러다 선생님의 지인이 광고를 하는데 모델을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하시더라고요. 그 후로 충무로를 오가다가 우연히 길거리 캐스팅이 됐어요."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김희애 배우를 예뻐하는 선생님을 만나고, 우연히 선생님의 지인을 만나고, 또 우연히길거리 캐스팅이 되는 과정에서 그 ‘우연’이라는 것을 김희애 배우의 타고난 운명 말고 과연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 우연‘ 연속을, 운명이라 불리는 그것을 나도 갖고 싶었다. 물론 지금 그녀의 입지는 오랜 시간 뼈를 깎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배우의 길목으로 안내해 준 선생님과 길거리 캐스팅을 한 그분과의 만남은 분명히운명의 영역에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궁금해졌다. 사람의 운명에는 일종의 아우트라인 같은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닐까?


기회는 만들어가는 것이라 했지만, 기회는 우연히 다가온다. 똑같은 노력, 똑같은 성과를 두고 어떤 사람은 눈에 띄고 어떤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 최근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이 있는데 그분과 위에서 언급한 인복 많은 그는 직업군과 채널의 전개방식이 비슷했다. 하지만 한 분은 늘 같은 자리를 맴돌고, 그는 눈에 띄게 조회수가 늘어났다. 그는 자신의 노력에 더해 곁에 있는 수많은 유명인들, 그러니까 인복도 함께였기 때문이었다.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이 또 다른 좋은 사람들을 연결시켜 주기 때문에 그는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에는 친정 식구들과 가족 모임이 있었다. 때마침 제부가 꺼낸 '운명'에 관한 화두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제부는 모든 사람의 운명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이 오늘을 선택하게 하고, 오늘의 선택이 내일을 이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아등바등 노력해 봤자 정해진 운명대로 흘러가기 때문에 띵까띵까 놀던 옆자리 동기가 먼저 승진하는 거예요. “


한숨을 내쉬며 꺼낸 제부의 말에 방금 전까지도 운명 탓을 하던 나는 갑자기 발끈하는 마음이 들었다. 삶 전체를 두고 운명을 탓하기엔 앞으로가 너무 절망적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주 부지런히 반박멘트를 날리기 시작했다.


“ 물론 나도 사람마다 '운명의 아우트라인'이 정해져 있다고 믿어요. 하지만 각자의 노력으로 아우트라인을바꾸거나, 아니면 정해진 운명대로 아우트라인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은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생각해요. “


제부와 나는 때아닌 운명론을 논했다. 제부는 끝까지 타고난 운명은 거스를 수 없기 때문에 너무 악착같이 살지 말고 적당히 현실을 받아들여야 즐겁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래도 나는 운명의 아우트라인은 스스로 긋는 것이라고 여전히 그렇게 믿는다. 하지만 ‘꿈이 이루어지는 시기’는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원한다고 원하는 인생이 당장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복 많은 그의 성공은, 그가 지금 이루어지는 시기에 도착해 있기 때문이고, 성공 뒤에는 내가 모르는 숱한 과거가 숨어있을 것이다. 그는 단지 이루어지는 시기에, 다가오는 기회를 붙잡을 수 있는 안목을 끊임없이 노력하며 키워왔을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도 그리고 나도,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다 보면 운명적으로 정해진 그때에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아우트라인이 그려질 것이다. 아무 노력 없이 정해진 운명에 순응할 것인지, 아니면 바꿔나갈 것인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이제 자신의 아우트라인을 바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볼 시간이다. 그 계획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터틀넥프레스 김보희 대표님의 <사업일기> 를 통해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북토크 메모장
25.04.05, 김보희 대표님, <사업일기 1>


- 3년 차 고객들에게는 새로움이 사라진다.

- 내가 좋아하는 00은 무엇인가에 대해 동사로 생각해 보자. 대표님은 ‘배우’고 ‘행동’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 나와 타인 사이의 교집합을 찾는 일이 장사다.

- <터틀넥 프레스>의 페르소나는 ‘함께’ ‘배움’그리고 책 친구다.

- 브랜드 이름을 정할 때 시그니처 이모티콘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신선하지만 익숙하고 구체적인 사물이나 생물이면 좋다.

- 나의 고객(타깃)이 결국 어디로 향하면 좋을지? 무엇을 할 때 도움을 얻을 수 있는지 고민한다.

- 매일 작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 스프레드시트에 ‘매일의 시도’를 적으면 내가 이룬 성과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청할 때 미안한 마음에 머뭇거리기보다 ‘건강하게 의존’하자.

- 항상 과정을 공유하고 의견을 구하고 솔직하게 소통하자.

- 빠른 성장보다 지금의 과정을 촘촘하게 경험하는 저속 성장을 하면서 너무 성급하게 다음 스텝을 꿈꾸지 말자.

- 1인 브랜드는 페달을 밟는 만큼 앞으로 나아간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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