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crstheunivrs Mar 22. 2019

감각의 치환

예술가가 되는 저렴한 방법에 대하여

-
 혼자 보고 듣고 생각하기에 조금 아까운 건 리뷰 형식으로 좀 남겨두었으면 하는 마음에 적는 글.

 주제라면 Chemical brothers의 뮤직비디오를 통한 공감각 청취에 대한 시도와 효과. 라고 이름 붙이면 되려나.

 소리라는 것에는 분명히 질감이 있다. 이 점을 전제로 해야 이다음 논리의 전개가 가능함을 미리 밝힌다. 우리가 듣는 소리에는 단순한 음의 높낮이 차이와 볼륨의 차이 외에도 분명히 텍스쳐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것을 우리는 때론 까칠한 소리, 뭉툭한 소리, 포근한 소리, 찢어지는 소리 등의 표현을 빌려 말한다.

 가수든 연주자든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소리의 질감에 대한 본인만의 투철한 고민과 철학을 갖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우리가 청중 입장에서 듣는 좋은 음악이나 노래는 이러한 고민들을 거쳐 나온 총체적 결과물이라는 것을 우리는 잊으면 안 된다.

 이 소리의 질감이라는 것을 시각화해보려 시도한 것이 바로 예로 들고자 하는 뮤직비디오 두 편이다.


각각 chemicalbrothers(이하 화학 형제)의 Another world와 Star guitar인데, 특히 Star guitar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영화 아멜리에의 감독이자 영화 매트릭스에서 360도 카메라 기법의 창시자로 유명한 미셸 공드리 감독 작품이기 때문에, 곡의 원작자인 화학 형제가 뮤직비디오에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담고자 했음을 자연스럽게 추측할 수 있다.

 우리는 인간이다. 한 번에 한 감각만 쓴다면 그건 단세포 생물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청각을 이용하면서도 시각적으로 상상할 수 있어야 하고, 반대로 시각적인 자극을 받으면서도 그 감각을 청각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감각의 치환이라고 부르겠다. 공감각과 같은 표현인데, 파아란 비명과 같은 표현을 예를 들 수 있겠다.

 음악이 결코 청각 예술이 아니고 미술이 결코 시각 예술이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다양한 감각을 동시에 섞어 사용하기도, 섞어 느낄 수도 있는 존재이고, 이 뮤직비디오 들은 그를 이용해 우리가 귀로 듣는 소리를 최대한 눈으로 이해할 수 있게 치환해두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냐고? 가장 중요한 의미는 이런 영상을 보고 나면 당신은 세상의 숱한 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 않게 될 거란 사실이다. 이제부터 당신이 한쪽 귀로 듣는 소리는 뇌로 올라가 시각적인 상상을 거친 뒤 다른 쪽 귀로 빠져나가게 될 것이다.

 그 모양이 이러한 뮤직비디오의 형식일 필요는 없다. 그 모양은 그림이 될 수도 있고, 글이 될 수도 있다. 혹은 타인을 향한 당신의 애티튜드로 치환될 수도 있다.


 당신이 그 감각의 치환에 열중한다면 우리가 몸담은

[목표-과정-결과] 라는 일직선의 단편 세계 속에, 작은 틈이 생기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그 틈을 우리는 '순간'이라고 부른다. 아주 감정적이고 감각적이며 세련된, 소위 말하는 '예술적인 순간'. 그 순간을 경험하고 나아가 재창조하는 시도를 갖는다면, 당신이 바로 예술가인 셈이다.

 뮤비 두 편을 봐보자. 그리고 일상의 예술가가 돼보자. 꽤나 싼 가격을 치르고 예술가가 되는 길이 아닌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