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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와 담쟁이

by 문이


아버지는 소나무다.

늘 그대로 우뚝하니 그 자리를 지키는 소나무.


난 봄의 신록을 대하고 있노라면 그 생기와 반짝임에 탄성을 지르곤 한다. 여기저기 꽃이 만발하면 마음이 들떠서 어깨가 들썩인다.


하지만 나의 아버지는 봄이 되었다고 떠들어대지 않고, 꽃이 피었다고 들뜨지도 않는다. 마음으로 새기며 허허 웃음만 짓는다.


오랜 세월 자식들 옆에서 장승처럼 서 있다. 겨울이 되었다고 다른 나무처럼 앙상해지지도 않는다. 풀처럼 땅 속으로 기어들지도 않는다.


예전엔 바늘 잎의 뾰족함이 무섭기도 했지만

세월과 함께 부드러운 눈빛도 자라났다.

상막한 바람을 혼자서 온몸으로 막아내느라 그랬겠지.


자식은 소나무가 외로울까 봐 담쟁이 넝쿨 되어

곁에 머무른다. 고독한 기둥에 뿌리를 내리며 간지럽힌다.



원문장


봄의 소나무 숲은 다른 활엽수림의 신록처럼 화사하지도 않고, 들떠 있지도 않다. 봄의 소나무 숲은 겨울을 견뎌낸 그 완강한 푸르름으로 진중하고도 깊게 푸르다.


김훈, 자전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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