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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 위 여름밤

by 문이


그 시절 여름 밤, 시골 마당 평상 위에 우리 자매들은 나란히 누웠다.

"언니, 옛날 얘기 또 해 줘. 응?"

"그래, 알았어. 이번엔 무서운 얘기다아, 옛날에..."

"아, 무서워!"


언니의 이야기와 우리들의 웃음 소리는 마당을 가득 채우고 바람에 실려 담장 넘어로 날아가곤 했다.


밤하늘에 별들이 쏟아질듯 반짝거렸다.

"저기 보이지? 하얗게 흐르는 듯 보이는 저것이 은하수란다."

"그럼, 북두칠성은 어딨어?"

"저기 봐. 국자 모양으로 있는 곳 보여? 저 일곱 개 별이야."


고향의 밤하늘에는 이야깃거리가 가득했다. 어린 동생의 눈에 보름달은 너무도 크고 가까워서 미지의 우주가 신비로웠다. 나는 언니가 좋아서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려 애썼다.


그 별들은 어디로 다 사라진 걸까? 자주 밤하늘을 올려다 보지만 도시에는 별이 없다. 가끔 북극성이 작은 신호를 보낸다. '여기 별이 있어요.' 나는 아득히 먼 곳을 주시하며 텅 빈 밤하늘에 밝은 점들을 찍어 본다.


다시 가 닿을 수 없는 어린 나의 세계는 나이도 먹지 않은 채 가슴 한켠에 그리움으로 살고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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