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레슨을 가면 누구나 7번 아이언 클럽으로 시작한다. 나 역시 7번 아이언으로 공 맞추는 똑딱이부터 하다가 2달 만에 드라이버로 넘어왔다. 드라이버는 아이언보다 길고 헤드도 크다. 골프 클럽 중에서 공을 가장 멀리 보낼 수 있다고 했다.
7번 아이언으로는 최고로 잘 나가야 비거리 90이었지만 드라이버는 빗맞아도 90이 나왔다. 갑자기 내가 잘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드라이버로 스무 타 치고 나서 코치는 다시 아이언으로 쳐보라고 했다. 나는 아예 공 자체를 못맞췄다. 으잉? 하고 있는 내게 코치가 말했다.
“드라이버는 올려치고 아이언은 내려치느라 그래요. 내리다가 올릴 수는 있어도 올리다가 내리는 건 어렵지요. 그러니 연습할 때 아이언 먼저 하다가 드라이버로 바꿔서 하세요.”
코치의 말에 어느 예능에서 본 서장훈이 떠올랐다. 일반인의 고민을 듣고 솔루션을 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날은 매월 대출이자가 180만 원인 청년의 이야기였다. 이유는 수입차 리스대금 때문이었다. 그 청년은 부모의 이혼과 죽음으로 우울증이 있어서 이렇게라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장훈은 그런 그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나이 들수록 돈 때문에 비참해지고, 모두가 널 피할 거라고.
올리는 드라이버를 하다가 내리는 아이언을 못 친다는 말이 인생에서도 똑같은 거 같았다. 올라가는 것만 쫓다 보면 내려가는 게 어려워진다. 고급 수입차를 타다가 국산 경차를 타라고 하면 누가 좋아할까. 골프도 처음에 드라이버로 배웠다면 아이언을 다루지 못했겠다.
아이언은 헤드 각도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드라이버는 그냥 한 개 밖에 없다. 올려치는 건(=돈을 펑펑 쓰는 건) 그만큼 쉽고 내려치는 건(=절약하는 건) 아이언의 다양한 각도만큼 신경 쓰이고 어려운 일이다.
아이언으로 90을 만들어 놓으면 드라이버로 180 나가는 건 금방이라고 했다. 절약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돈을 잘 모을 수 있다는, 이 당연한 말이 골프 클럽에도 녹아 있는 것 같았다.
서장훈도, 골프클럽도, 당장 쉽고 좋아 보이는 일을 경계하라고 내게 말했다. 거리도 안 나가고 무겁고 각도별로 까탈스럽기만 한 아이언을 다뤄야 쭉쭉 뻗는 드라이버를 다룰 수 있다고. 인생에서도 머리 아프고 하기 싫은 일을 감당할 줄 알아야 나중에 편안한 일을 할 수 있다고. 그러니 남의 화려한 모습만 따라가려 하지 말고 그 뒤의 말없던 노력을 보라고.
경쾌한 딱 소리와 함께 150미터를 날아가는 드라이버를 옆에 두고 아이언으로 80미터 나가보겠다고 낑낑대는 시간이 아주 힘들지만은 않았다. 아이언과 싸우면서 골프가 한 번씩 툭툭 건드려주는 삶의 정답 같은 이야기를 그려본다. 오늘도 아침부터 이 글을 후다닥 쓰고 연습장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