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트로스는 날 수 있는 새 중에서 가장 크고 가장 멀리 난다. 하늘의 기류를 이용해서 날기에 에너지 소모도 적다. 몇 달 내내 하늘에 떠 있을 수도 있다. 수평 비행속도 127km/h의 기록은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다른 새들에 비해 수명도 길다. 2021년 기준 70세 알바트로스가 보고됐다. 한자권에서 ‘신천옹(하늘을 믿는 노인)’이라는 애칭을 지을 만하다.
골프도 알바트로스가 있다. 정해진 타수보다 3타를 줄이면, 즉 Par5홀(다섯 타에 공을 넣어야 하는 구간)에서 두 번 만에 공을 넣으면 알바트로스다.
Par5에서 3타를 줄이려면 첫 타에서 정확한 방향으로 350m 이상 공을 보내야 한다.
타이거 우즈 공식 평균 기록이 310야드(288m) 임을 감안하면 알바트로스는 골프공이 알바트로스처럼 기류를 타고 날아야 가능한 기록이다. 하늘의 도움을 받아야 나올만한 샷이다.
골퍼가 알바트로스를 할 확률은 적게는 100만 분의 1에서 많게는 600만 분의 1이다. 홀인원 확률 1만 2천 분의 1보다도 희박하다.
그 비현실적인 확률에 왜 실재하는 알바트로스를 붙였는지 이해가 됐다. 어차피 하늘의 일이니 사람이 일희일비 하지 말라는 뜻 같았다. 물론 나는 앨버트로스는커녕 정해진 타수의 두배를 채우므로 이미 다른 걸로도 일희백비 중이다.
이렇게 못하는데도 이렇게 재미있으니 골프는 요망했다. 알고 보니 태생이 그런 거였다.
하늘의 뜻이니 노력은 하되 안 되는 걸로 괴로워하지 않아야 하는 운동, 날 좋은 날 나가면 그야말로 '하늘에 기대어'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니 얼추 신천옹 어디쯤에 있을 것도 같은 운동이다.
딸의 코로나 확진이 내 확진까지 이어져서 연습장 못 간 지 일주일째다. 택도 없는 알바트로스를 그리며 연습장에 있는 나를 상상한다. 막상 가면 삽질의 조건을 수석으로 충족할 거 알면서 빨리 가고 싶다.
알바트로스는 못할지라도 알바트로스의 비행처럼 여유 있기를, 코로나 부작용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콧물을 닦으며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