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는 항구다

그때도 나는 그 생각에 매달렸다 49.

by 어떤 생각



햇볕 좋은 날 오후

낮달처럼 홀로

3시간 여 만에 도착한 바닷가

항구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앉았습니다.


탁 트인 바다라기보다는 큰 호수 같은

잔잔하게 일렁이는 파도들이 앞길을 지우고 있습니다.

섬과 섬을 잇는 대교가

보이나 더 갈 곳도

가봐야 무엇을 찾아야 할지도 모를 것 같습니다.


나는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찾지 말라고

마음에 품고 있던

간단한 안부라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생각이 오래되고 묵으면

수심처럼 깊고 고요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닙니다.

뾰족하고 날카로워져서는

앞뒤 순서 없이 한꺼번에 뛰쳐나오려는 통에

온몸이 들쑤시고 성한 데가 없습니다.


장군섬 건너편

허물어져버린 파란색 함석집

주인은 떠나고 홀로 남은 대추나무에서

참았던 말문이 터지듯

빨간색 대추들이 왈칵, 쏟아지는 가을입니다.






그곳_여수항 420mmX135mm, Watercolor on Paper(Croquis Book)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