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태어난 김에 신으로 살기 (62)

열심히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는데 가정이 문제입니다.(1)

5. 열심히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는데 가정이 문제입니다.


그녀

저는 요가 명상을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헌데 아이도 남편도 저와 대화하려 하지 않고 차갑게 대합니다. 딸은 사춘기가 되기 전부터 방을 치우라 해도 청소도 안하고 제말을 들으려 하지 않아요. 심지어 제가 더는 못 참겠다고 이 집을 나간다고 해도 잡지도 않고, 남편은 제가 아파도 쳐다 보지도 않고 혼자 밥을 먹습니다. 휴, 이혼을 생각 해보고 있어요. 

질문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스스로를 분석해 보십니까? 왜 이런 결과가 당신의 환경인지 이해가 되는지요? 

그녀 

저는 늘 잘해보려 했어요. 최선을 다해 옳바르게 가르치고 힘들어도 의무를 다해왔어요.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이해가 되지 않으니 답답합니다. 

질문 

우선 선생님을 오래 해 오신 분들의 공통점이 일관되게 있습니다. 옳고 그름을 앞세워 가르치려 한다는 것이지요. 당신은 요가 명상을 가르치신다니 스스로의 마음구조를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녀 

녜, 저는 잘 알아차리는 편이고 타인의 에너지나 마음도 잘 느끼는 편이라 원생들을 잘 가르치는 편입니다. 명상을 가르치니까 저 자신은 별 문제가 없다고 느낍니다. 명상 중에 깊은 평안감도 느끼고 본성인 참나를 믿습니다. 헌데 현실은 왜 이모양인지. 제 뜻대로 되는 것이 없으니 기가 막힐 때도 많습니다. 왜 제 가족들은 저의 말을 듣지 않는가요?

질문

당신의 말 속에 이미 답이 있군요. 당신은 가족의 언어를 듣기 보다는 당신 말을 듣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당신은 주로 가족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요?

그녀

남편은 자신을 잘 몰라요. 좋은 대학을 나오고 사업을 운영하는데 게으르고 자기 방식을 고집하다 보니 회사운영을 잘못합니다.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비합리적인 지출을 막아야 하는데 뭐든지 대충 대충하니 적자가 날 때도 많습니다. 제가 지적하면 듣지도 않고. 제가 아파서 쓰러졌는데 혼자 빵을 우걱우걱 먹더니 나가버리더라고요. 그 장면이 떠오를 때마다 절망적인 슬픔을 느낍니다.

질문

딸은 어떻습니까?

그녀

어릴 때부터 애지중지 키웠고 희망과 사랑의 대상이었어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친구들을 너무 좋아해서 엄마는 안중에도 없어지더니 사춘기 때는 신형 휴대폰이 나오면 다 사달라 하고 욕망이 하늘을 치솟더라고요. 아빠 사업도 잘 안 되고 힘든데 노트북에 게임기에 옷과 가방도 늘 새로 사길 원해서 너의 욕망을 다스리려면 엄마 학원에 나와서 배우라 했더니 비웃더라고요. 제가 퇴근해서 저녁을 허겁지겁 차릴 때 저의 딸은 숟가락 하나 놓는 것조차 거들지 안아요. 지 아빠를 똑 닮아 이기적이고 고집불통이에요. 제가 이 집 하인도 아니고 밖에 나가면 존경받는 사람인데....

질문

당신은 가족이 당신을 존경해주길 바라는군요. 선생님으로

그녀

아. 아니에요. 그런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질문

당신의 결혼 생활 15년 동안 쌓아놓은 쓰레기들이 표면 위로 다 올라왔군요. 그동안 뿌린 씨앗이 자란 것들입니다. 원인이 없이 오늘이 있지 않지요. 당신은 명상을 가르치시는데 가정 안에 왜 존중과 이해가 없는 걸까요? 어디선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습니다.

그녀

그렇게 말씀하시니 할 말이 없고 막막하네요. 그저께는 남편과 싸우고 차를 끌고 나와서 절에

갔어요. 운전하면서 엉엉 울고 욕을 마구 했지요. 부끄럽지만. 대웅전의 불상을 향해 절을 하다 '부처님 나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도대체 더 무엇을 해야 하나요?' 하며 소리 소리 질렀습니다. 저도 한계에 온 것 같습니다.

질문

모순이 극에 달하면 폭발하며 길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우리 마음은 행복할 때는 잠시 만족하지만 절망적일 때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하게 되더군요. 당신은 직설적이며 솔직하고 감정을 숨기지 않는 인격인 것 같습니다. 왜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인정하며 소통하지 않으시나요? 

그녀

녜. 저는 보이는 것은 말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편입니다. 이 성격이 고쳐지지 않아요. 저의 엄마도 그러셨는데....... 가끔 말해놓고 후회 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제 기준이 높은 것이 아니라 그들은 나의 고통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어요. 


질문

꽉 들어찬 것들이 명상을 하면 비워진 것 같아도 일상에서 누군가 원하는 답을 해주지 않으면  불만족감의 스위치가 눌리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답은 정해져 있고 기준이 명확하지 않습니까? 

그녀

결혼 초기에는 좋았어요. 헌데 지금은 이미 포기했어요. 저는 이 집에선 파출부이며 은행일 뿐입니다. 저는 옳고 그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뻔하게 잘못하고 있는데 내버려 두란 말인가요? 제가 잔소리가 심한 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되길 바라니까 그랬던 것입니다.

질문

잘 되고 안 되고를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은 각자의 길입니다. 책임지도록 그들에게 자유를 주고 단계적으로 당신의 태도를 바꾸어 가는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당신의 생각과 마음은 고려해 주지 않고 당신에게 누군가 그런 지적들을 지속적으로 한다면 어떨까요? 당신 자신이 격려하고 위로하는 근원적인 마음 없이 내 말을 듣지 않고 그렇게 해서 잘못되었다 평가하고 비난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니 우울한 가정을 창조한 것이지요. 당신은 이 가정의 창조자입니다.

그녀

비난한게 아니고 충고한 것인데 그게 잘못인가요? 제 눈에는 명확히 잘못이 보이는데...... 너무나 어리석은 선택들을 하거든요. 엊그제도 제 딸은 신발을 바꿔 신으라 했는데 굽이 높은 신을 신고 갔다가 넘어져서 다리를 삐고, 남편은 밤에 꼭 야식을 먹다 보니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서 스테인처럼 부작용이 많은 약을 평생 먹어야 해요. 아이고, 제 말을 들으면 건강할텐데. 이런 충고가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질문

그렇지요. 가족이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더욱 힘들고 지치고 상처를 받는 관계입니다. 깊게 연결되어 있고 경제공동체이다 보니 이해관계도 부딪히고 애정욕구도 부딪히고. 가정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살아있는 학교입니다. 지금부터 가족과 나를 위해 행복한 방향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아 봅시다.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내가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녀

.......

질문

우리는 제한된 마음으로 사고와 감정 구조를 만들고 그 안에서 현재의 삶을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어떤 감정으로 무엇을 하며 살고 존재하는가는 우리의 선택입니다. 왜냐하면 참나의 속성이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남 탓하고, 인정 못하고, 존중하지 않고 감사할 줄도 모르고, 내가 늘 옳아야 한다면, 그는 길을 잃은 것일 뿐 아니라 남의 자유를 침탈하고 있는 것입니다. 신성을 운운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린 모두 신성 안에서 선택하고, 싸우고, 용서하고, 미워하고, 사랑하며 살고 있으니까요. 삶은 문제가 없습니다. 우리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현상계는 서로 반대되는 요소들이 모순되어 보이지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마음세계는  모순된 세계이지만 나름 질서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성인들은 이 이원성을 파악하고 매이지 않기 때문에 근원을 이해하여 비판하지 않고 하나됨 속에 살아가려 합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요가명상을 가르치신다면서 당신은 무엇을 내면화 하셨는지 의심이 듭니다.

당신이 옳으니까 그렇지 않은 것은 잘못된 것이 되는 그래서 인정하고 사랑할 수 없다면 근원적으로 당신은 배운 것이 없는 무지한 사람입니다.

모든 인간은 그가 무슨 실수를 했던 행위가 아닌 존재가 존중받을 때 절대의 사랑이 시작되지요. 소통은 거기서 출발합니다. 판단으로 가득한 사람과 무슨 소통이 가능할까요? 당신에게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면. 사랑이 없는 평가와 비난을 오래 견딜 사람은 없습니다. 차라리 느껴지고 알더라도 침묵하며 사랑으로 지켜보아 주시고 필요할 때 거들어 용기를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녀

그런 생각은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너무 잘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질문

아닙니다. 당신은 못난 사람입니다. 못남을 가리기 위해 잘남을 선택했지요. 잘남과 못남은 인간의 다양한 가능성 안에서는 무의미한 잣대입니다. 잘못된 것은 오히려 그런 분별심으로 인간의 본성을 꾸준히 파괴하고 있는 것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신이 보시기에 인간의 잘남과 못남은 도토리 키재기 입니다. 본성은 그런 분별에서 자유롭습니다. 가족들은 당신을 사랑하고 잔소리를 허락하고 있습니다. 폭력적인 남편은 당신을 때렸을 것이고 따님은 가출을 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엄마와의 갈등으로 자살하는 자녀들도 많습니다. 당신 만이 아니라 가족들은 이유는 많겠지만 당신의 따스한 말 한마디를 원하고 있습니다. 

삶을 주인의식을 갖고 잘 살아가게 돕는 것을 요가로 다 할 수는 없습니다.


그녀

알고 있습니다. 저도 많은 책을 보았고 박사과정을 하고 있어서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질문

당신은 머리로 아는 것을 그대로 남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까?

그녀

음....... 당연한 것 아닐까요? 생각대로 살고, 아는 대로 행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태도가 정직하고 선명한 삶이라 생각합니다. 궁극에 명상이 성취하려는 것은 하나 된 의식과 마음 안에서 갈등 없이 사는 것이라 배웠습니다. 세상을 살아갈 때 이런 자세는 흔들리지 않게 저를 도와줍니다만. 그게 잘못된 것입니까? 잘되라고 남편과 딸에게 말하는 게 왜 이런 결과를 가져왔는지...... 그들은 참으로 어리석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태어난 김에 신으로 살기(6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