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아이가 우울증이 심합니다. (3)
그녀의 엄마
안 그래도 딸이 우울증이 걸린 지 오래인데 ....... 사실 바쁘기도 하고 저러다 좋아질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학교도 안 가고 수능도 안 볼 줄은 몰랐어요. 괜히 건드릴까봐 무서워서 공부하는지 묻지도 못했는데 말없이 학교를 안 갔다는 것을 알고 좀 놀랐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싶어요.
질문
가정을 지키시느라 참 애쓰셨어요. 이 가정에는 당신이 가장 중심이고 문제들을 돌볼 수 있어 보입니다. 따님이 학교를 며칠 안 갔다는 것을 알고 나서 당신은 무엇을 했나요?
그녀의 엄마
왜 학교 안 갔어? 하고 물었는데 답도 없이 얼른 방으로 들어가 버리기에 밥 먹자고 불러 밥 먹이고, 눈치를 좀 보다가 내일 학교 가. 하고 말했어요. 그동안은 제가 기본적인 돌봄을 해주고 필요한 거 해주면 언젠가는 좋아질 거라 믿었어요. 아이들 성격도 알고 성장통이라 생각했지요. 저는 무난하게 자란 편이라 사람들과 어울리며 밖에서 일하는 것도 좋아해서 딸의 마음을 알 수가 도저히 없어요. 저는 아이가 꼭 대학에 가거나 직업을 잘 가져야 한다는 욕심도 없어요.
질문
우선 딸이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당신의 모습을 객관화 해볼까요?
그녀의 엄마
제가 무얼 잘못한 것인가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질문
사람은 나이가 어릴수록 스승인 경우가 많습니다. 갓 태어난 아가의 순수한 영혼 속에 우리의 원초적인 참나의 원형이 살아 있습니다. 부모가 되어서 자녀를 망치는 경우는 많습니다. 당신의 딸은 당신에게 여러 번 아니 지금도 '구조의 신호'를 보내왔어요. 헌데 어린 그녀를 당신은 '괜찮다. '는 막연한 낙관론 속에 가둬 버렸습니다. 마음공부를 하다 보면 마음을 다룰 줄 알게 될수록 타인의 마음을 건성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흘러가는 마음들을 그렇게 떠나보내는 것은 지혜이기도 하지만 허나 당신의 딸의 구조신호는 절박한 것이었고 당신의 사랑의 능력을 보여달라는 신호였습니다.
그녀의 엄마
지난번 다중지능 검사하는데 그 선생님이 '따님의 우울증은 부모님이 잘못한 것입니다' 하는 소리에 놀랐습니다. 어떻게 세 명의 아이들의 마음을 다 헤아리겠어요? 저는 남편과 세 아이의 쓰레기통으로 사는 것에 지쳐가는 것을 명상으로 버티고 있어요.
질문
어머님은 알아들으시리란 생각에 단도직입적으로 방법만 말하겠습니다. 남편은 성격이 앞으로 바뀔 것입니다. 그러나 딸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중심에 당신이 있습니다. 당신이 있어서 딸은 그나마 버틴 것이기도 합니다. 당신이 조금만 태도를 밝은 쪽으로 감성적으로 바꾸시고 딸이 돌아오면 무조건 안아 주시고 다독거려 주세요
이런저런 것을 묻지 마시고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내가 몰라서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해 주세요. 그리고 그녀의 슬픔과 절망을 가슴으로 지지하며 많이 들어주세요. 진심 어린 마음으로 동감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어린시절의 딸의 나이로 돌아가서 감성의 높이를 함께 해보세요. 당신의 딸이기 이전에 함께 겪은 상처를 갖고 있는 어린 영혼을 보듬듯이. 머리로 아는 것은 반 만 아는 것입니다. 그녀도 머리로는 길을 모르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그녀의 고통과 울분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녀는 꽉 찬 고통이 터져 나오지 않게 약을 먹는 것이 유일한 중요한 행위일 정도로 많이 아픕니다. 엄마로서 그녀의 어려움을 말로 표현 하도록 도와주세요. 단둘이 있는 시간을 하루에 5분이라도 갖고 그저 자주 안아 주세요. 그녀가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지금 어긋나면 다시 기회가 오려면 꽤 오래 걸릴 것입니다. 그리고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해주세요. 마음을 열면 차차 그녀의 마음을 자세히 들을 수 있는 적절한 질문을 해 보시고 도와줄 것을 찾아내 앞으로 1년 정도는 이 태도를 유지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자칫 조현병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그녀의 엄마
노력해 볼게요. 학교에서 돌아온 그때 좀 안아줄 것을..... 제가 미쳐 몰랐습니다.
질문
당신은 명상을 통해 중심을 잘 잡아가며 사시는 것 같습니다. 허나 당신이 인지적인 건조한 인간에서 사랑과 인격이 합일되는 경험이 필요해 이런 일이 생긴 것이기도 합니다. 따님이 기회를 주는 것이지요. 명상을 하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당신의 딸이 조현병에 걸려 평생 두 분의 가슴에 어둠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명상하는 자의 바른 육아인가요? 지금까지는 마음 공부한 덕에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오신 것 같습니다. 여기에 한가지 추가해 봅시다. 가슴으로 참나의 사랑 에너지를 돌게 하여 용서와 이해, 공감, 소통 그리고 궁극의 사랑으로 진입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쳐 계셔서 힘드시겠지만 씨앗을 뿌리면 성취됩니다. 딸을 통해 씨앗이 자랄 것입니다.
( 이렇게 엄마와 딸과 대화하고, 이 집안의 열쇠인 아버지와 대화를 이어갔다.)
질문
일시적으로 챠크라는 전체가 열리기도 하고 활성화되기도 합니다. 조화롭게 전체가 작동할 때
우린 좀 더 안정된 평화로운 참나 안에 머물게 되지요. 거꾸로 안정된 평화로움을 즐길 줄 알면 챠크라가 활성화된 것입니다. 꼭 수행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성과 통찰력으로 삶을 끌고 가도 충분한 결과를 맛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실재 삶 속에서 진실을 직면하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이 아프더라도 듣기 바랍니다.
딸은 지금 시간이 많지 않고 이대로 두면 조현병이나 자살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
녜. 퇴근하면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이. 상처를 딛고 여기까지 왔는데 저를 많이 닮은 딸이 저렇게 아프니.
질문
모든 실수와 불행은 성장의 새로운 기회입니다. 집에서 오늘 딸을 만나면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상상해 보세요. 솔직하게. 너 왜 그러냐고 따져 묻고 싶나요? 혹은 외면하는 그녀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그냥 못 본 척 하고 싶은가요?
그
두 개 다입니다. 어떻게든 극복하게 돕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질문
당신이 뿌린 씨앗이 자라 나무가 되었으니 당신이 잘라버릴 수 있습니다. 당신이 오늘의 딸을 만든 것이라 인정할 수 있습니까? 어린 시절부터 짜증과 가르침 그리고 분노 이외에 사랑의 마음을 담아 쳐다보고 안아 준 적이 있나요?
그
곰곰이 지난번 대화 이후에 제 과거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는 극복했는데 그녀도 극복하겠죠?
질문
저도 부모인지라 부모 마음을 잘 압니다. 인생의 많은 노력을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자녀들은 그 수고로움을 볼 수 없고, 완벽하지 못한 부모에게 완전함을 원하며 상처받았다 합니다. 그게 부모로써는 너무나 속상하고 슬픈 일이 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녀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의 표현 방법에 지혜의 생명력을 불어넣지 않으면 우린 독거 노인으로 외롭게 자녀들을 그리워하며 살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래도 됩니다. 어차피 당신은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분도 아니고 선택에 책임감이 있기에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풀지 못한 숙제는 다음 생에도 공부해야 할 것입니다. 이 인연이 사랑과 소통으로 완성되어 용서받지 못한다면 그대로 다시 만나서 우린 계속 공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아마도 그렇겠지요. 제가 겪은 어린시절의 어둠을 아이들에게 준 것을 보면.
질문
헌데 신기하게 당신에게서 삶의 목적이나 의미 같은 욕망이 많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완성된 느낌도 느껴지지 않는군요. 딸을 고치겠다는 욕망을 존중해 오늘 집에 들어가시면 딸을 두려워하지 마시고 온전히 당신이 하고 싶은 그대로 행해 보십시오. 반드시 당신이 먼저 문을 열어가야 합니다.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두려워 하기 보다는 화를 내던 소리를 지르던 안아 주던 지금 느낌 그대로 딸을 솔직하게 만나 보길 희망합니다. 제발. 그녀가 이제 인간으로 돌아올 열쇠는 당신이 쥐고 있습니다.
그
하! 제가 딸을 안아 준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선택입니다. 제 인격으로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너무나 어색하고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어서. 그러나, 그냥 마음을 좀 비우고 우러나오는 그대로 해보란 말씀으로 듣고 피하지 않고 용기를 내 보겠습니다.
질문
우리는 마음의 주인입니다. 진정한 한 마음은 에고의 습관을 뛰어넘습니다. 성령체험이나 신비체험은 영적 영역에서 에고를 놓아버릴 때 신성이 발현되는 것입니다. 삶 속에서는 구체적으로 원하는 마음과 생각을 선택하는 자유의 힘을 활용하면 놀라운 변화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말씀 하신대로 그녀에게 당신의 진심이 무엇이든 한번은 표현해 보세요.
(며칠 후에 연락이 왔다. 그날 집에 들어가자마자 딸을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엉엉 울며 '용서해 달라.' 고 했다고 카톡이 왔다. 드디어 해냈구나 하는 깊은 감동으로 나도 눈물이 나올 정도 였다. 이때 그는 과거의 에고를 뛰어넘는 사랑의 체험을 해낸 것이었다. )
질문
역시 당신은 너무 감동적인 사람입니다. 너무 고맙고 기쁩니다. 죽어도 그것은 안 될 것이라 하시더니 역시 마음을 먹으면 행동으로 하시는 힘이 있으시군요. 딸의 반응은 안 봐도 알 것 같습니다. 그녀가 무덤덤했다고 섭섭해 하지 마세요. 그녀에게는 돌아 나올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입니다. 인간은 신성을 지닌 존재이기에 진심은 반드시 자라납니다. 그녀의 마음을 해방시키는 첫 발을 띤 것입니다. 마음을 열면 감추어두었던 쓰레기들이 나올 것입니다.
오히려 저는 당신의 마음이 어떠셨는지 궁금하네요?
그
제 행동에 좀 놀라기는 했으나 그러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아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진심으로 하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배움이었죠. 얼마 만에 솔직하게 울었는지 모르겠어요. 제 모습이 좀 보였어요. 집에 돌아오면 피곤하니까 어지러운 집을 보고 있음 짜증을 내고 약속을 무시하면 화도 납니다. 여전히 제가 그렇게 살고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질문
잘 보셨습니다. 제3의 눈이 열리던 깨달았던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 나의 모습이고 내 태도가 긍정의 에너지가 없다면 그런 체험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당신을 볼 때 마다 매우 차갑고 냉소적인 에너지와 지성을 동시에 느낍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랑의 감정을 인정받고 키울 기회가 없었지만 그 감정은 지금부터 깨워가면 됩니다. 부인은 친구 같은 동반자이지만 아마도 결혼 초기에 당신이 사랑의 대상으로 실망하고 지혜롭게 포기하신 것 같습니다. 대부분 많은 여성들이 남성에게 사랑을 기대하고 결혼하지만 깊은 사랑을 계속 키워가는 남성은 많지 않지요. 에너지의 대부분을 사회에 쓰기도 해야 하지만 에고가 사회화 되어야 성취 욕구를 채워 갈 수 있으므로 남성의 몸을 선택할 때 미묘하게 에너지의 방향이 여성과 다르게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따스한 마음과 돌보는 자비심을 지닌 영혼은 여성의 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우린 궁극에는 양면을 모두 가진 존재이므로 남성이며 여성이고 남성도 여성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사회가 반인간적일수록 가치관도 양극화 되고 성 역할도 더욱 힘들어집니다.
그
산속에 혼자 사시는데 건강은 괜찮으신지요. 외롭지는 않으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