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밥이 더 좋은 마켓
잿밥이 더 좋은 마켓
인스타그램을 가만 보다가 너무 귀여운 브랜드를 발견했다. 예쁜 액세서리도 팔고 재미있는 제품도 잔뜩 파는 리코더팩토리였다. 그리고 곧 리코더팩토리에서는 리코더마켓이라는 플리마켓도 연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주저하지 않고 바로 신청하는 나였지만 왠지 모르게 여러 번 고민했다. 내가 이런 곳에 나가도 되는 걸까? 각자 자신의 개성이 녹아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많은 이곳에 선뜻 먼저 가고 싶다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림책을 여러 권 만들었지만 걱정은 여전했고 나는 때때로 너무 소심했다.
그러다가 리코더마켓에서 문구 마켓을 열 계획이 있다는 게시물을 보게 되었고, 한참의 고민들이 우스울 정도로 당장 메일을 꼼꼼하게 써서 보냈다. 독립 출판한 그림책이 여럿 있고, 캘리도 쓴다고. 캘리 엽서 사진도 잘 골라서 보냈다. 마켓에서 바로 캘리를 써드린다는 말도 꼭 덧붙였다. 그리고 받은 회신은 문구 마켓보다 리코더 마켓에 먼저 참여해보길 바란다는 답이었다. 나는 그렇게 용기를 조금 얻었고, 나중에 마켓 공지가 뜬 걸 확인한 후에 플리마켓에 참여하고 싶다는 메일을 다시 써 보냈다.
어느 옥상에서 열리던 마켓은 카페로 장소가 옮겨졌고, 그때 나도 참가 확정이 났다. 플리마켓에 나가는 날은 언제나 그렇듯, 전날 미리 짐을 한껏 싸놓고 아침에는 준비하느라 부산스럽게 출발했다. 아주 더운 6월의 여름날이었다. 여러 번 마켓에 참여하며 짐을 조금 더 가볍게, 꼭 필요한 것만 챙기는 법을 알게 되었지만 그 짐마저도 내게는 벅차, 그 여름날 땀을 잔뜩 흘리며 마켓에 도착했다. 마켓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사고 싶어 안달 나는 제품들이 아주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처음 보는 작가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제품을 구경했다. 그날 내가 리코더마켓에서 여러 번 다짐했던 것은, '버는 것보다 많이 사지는 말자'라는 말이었다. 너무 예쁘고 좋은 제품이 많아 어떤 걸 살지 오랫동안 고민해야 했고, 하도 구경 다니느라 내 테이블이 자주 비어 있었다. 그래도 욕심을 가라앉혀 꼭 사고 싶었던 제품들을 품에 앉은 채 자리를 지키는데, 어떤 손님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소소에도 참여하지 않으셨냐는 질문에 그제야 나도 소소에서 내 엽서를 구매해주신 분이라는 걸 알아보았다. 새로 만든 그림책도 보여드리고 대화를 하며 엽서도 선물로 드렸다. 그렇게 나는 이렇게 사고 싶은 것도 많고 또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어 이렇게 많은 플리마켓들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는구나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