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와의 싸움에 팬들 등 다 터져서 왔다고요

이제는 무의미한 공연계 암표와의 싸움

by 도나
공연 티켓에 숨겨진 추가 비용?

2022년 7월 아이돌 그룹 NCT DREAM의 두 번째 단독 콘서트가 멤버 두 명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취소됐다.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는 티켓 금액의 100% 환불을 진행했지만 팬들은 환불이 아닌 연기를 요구했다. 예매 티켓이 취소되면 ‘댈티’, ‘아옮’ 등에 사용된 비용은 보상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댈티’란 ‘대리 티켓팅’의 줄임말로 업자에게 계정 정보를 넘기고 예매를 맡기는 방식이다. 공연계에 이른바 ‘플미충’이라 불리는 암표상들이 판을 치자, 불법으로 구매한 티켓인지 아닌지 판별하기 위한 본인 확인 절차는 더욱 복잡해졌다. 티켓 수령자와 예매자가 다를 경우 티켓 수령이 불가하고, 본인이 직접 예매한 티켓이 아니면 관람 자체가 불가한 공연도 많아졌다. 매크로를 사용하는 업자들 사이에서 예매에 성공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댈티’가 성행하는 이유다. ‘아옮’은 ‘아이디 옮기기’의 줄임말로 암표상의 티켓을 본인의 티켓으로 바꿔 치는 방식이다. 먼저 예매한 티켓을 취소하고 다른 아이디로 로그인하여 예매하는 방식인데 실패할 가능성이 꽤 크다. 바꿔 치려는 찰나에 제삼자가 그 티켓을 낚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 아이돌 콘서트 티켓의 ‘아옮’을 고가의 수고비를 주고 맡겼다 실패하고, 해당 티켓을 얻어 기뻐하는 X(구 트위터) ‘네임드 유저’에게 다시 돌려달라는 부탁의 DM(다이렉트메세지)을 보냈다가 ‘공개처형’ 당한 팬의 사례도 본 적 있다.


울며 겨자 먹기식 부정 거래

팬심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업자뿐만 아니라 부정 거래를 이용하는 팬들도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다"라는 논리다. 그래서 팬덤 규모가 작을수록 부정 거래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인 편이다. 어떤 아티스트의 공연이 돈이 된다는 소문이 업자들에게 퍼지면 그들로 인해 매진되고 정작 ‘찐팬’들은 콘서트에 가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유명한 아티스트의 공연일수록 ‘플미’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팬들은 이러한 악순환을 당연히 인지하고 있지만, “콘서트 못 가면 죽음뿐”인 지라 부정 거래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실제로 보고 싶다는 당연한 이유 말고도, 여러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다고 생각한다. 희소성 있는 무언가를 소유하고 인증할 수 있음에서 오는 만족감, 공연을 관람한 ‘그들만의 문화’에서 소외된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 등이 그렇다. ‘댈티’, ‘아옮’ 없이 정상적으로 예매하려는 사람만 ‘호구’가 되는 상황이다.


끝나지 않는 암표와의 전쟁, 세 가지 방안

지난 3월 ‘공연법’이 개정됐지만 암표상들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고, 이들을 막기 위해 공연 업계는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해왔다. 첫 번째, 기술적 방안이다. 먼저 ‘안심 예매’가 있다. 매크로 방지를 위해 예매 시 보안 문자를 입력해야 하는 방식인데, 독수리 타법으로 여섯 자리 알파벳을 입력하고 나니 ‘포도알’을 전혀 찾지 못했던 나로선 그 효과를 잘 모르겠다. 또한 인터파크, YES24 등 많은 예매처는 현재 ‘부정 이용 방지 시스템’을 실시 중이다. 알고리즘을 통해 비정상적 접근으로 간주되면 해당 계정의 예매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매크로가 아닌 일반 사용자가 오히려 부정 예매로 의심되어 차단당하는 사례가 종종 발견되는 걸 보면 이 또한 신뢰가 가지 않는다. 두 번째는 실무적 방안이다. 이 경우 아티스트의 소속사, 또는 공연 기획사가 전면에 나선다. 앞서 말했듯이 공연장 입장 시 필요한 본인확인 절차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주민등록증뿐만 아니라 은행 어플, 카카오톡 계정 인증까지 필요하다. 여권은 국경을 넘을 때는 사용 가능하지만 공연장 입구를 넘어갈 순 없다. 최근에는 ‘실시간 모니터링’이 화제다. 부정 거래가 적발되면 예매처를 통해 해당 티켓을 취소시키는 방법이다. 팬들은 ‘암행어사’를 자처하며 암표상들을 직접 신고하기도 한다. ‘사이다’ 대응에 큰 호평을 받는듯했지만, 최근 벌어진 가수 아이유의 ‘콘서트 티켓 부정 취소 사건' 이후 논란을 일으켰다. 팬들에 대한 과도한 소명 요구에 소비자로서 불만이 터진 듯 보인다. 마지막으로 기존 예매 방식 자체를 바꾸는 방안이 있다. 공연 예매 시 실명제, 추첨제 등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커지는 추세다. 가수 장범준은 최근 공연에 NFT(대체 불가능 토큰) 티켓을 도입하여 화제였다. 그런데 페스티벌 입장권 재판매를 막기 위해 입장 팔찌를 일회용으로 만들었더니, 그 팔찌를 뜯어서 붙여주는 업체까지 생긴 마당이다. 이러한 신기술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 팬에게 시선을 돌릴 차례

암표와의 싸움에 팬들 등만 터지고 있다. 이제는 공연 공지가 뜨면 기쁜 감정보다 스트레스가 앞선다. 이번엔 또 어떻게 티켓을 구할지 머리가 아프다. 어찌저찌 티켓을 구한 뒤에도 공연장 안에 들어가기 전까진 요동치는 불안감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바야흐로 티켓팅 10년차인 내가 몸소 체험했던 몇 가지 긍정적인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팬덤에서는 인터파크 티켓의 ‘예매 대기’가 효과적이었다. 희망하는 좌석을 선택해놓으면, 취소될 시 먼저 예매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방식이다. 업자들의 목적은 공연에 가는 것이 아니라 티켓을 파는 것이기 때문에 끝까지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결국 취소할 것이다. 그럼 그 자리는 ‘예매 대기’를 걸어둔 팬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팬들 간 신뢰와 응원으로 부정 거래의 유혹을 조금만 견디면 된다. 아이돌 그룹같이 대형 공연의 경우에는 소속사의 배려가 중요하다. 온라인 콘서트, 일명 ‘온콘’을 같이 진행하는 것이다. 팬들끼리 오프라인 혹은 온라인상으로 모여서 온콘을 관람하는 건, 직접 콘서트에 가는 것만큼 즐거운 경험이다. 맛있는 음식에 ‘포카’로 ‘예절샷’을 찍고 다 같이 응원봉을 흔들며 말이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더 이상 콘서트 하루를 위해 몇 달 동안 불행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덕질 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고 싶다. 암표 문화를 근절할 방법을 찾는 건 이제 무의미해 보인다. 대신 팬들의 행복을 위한 다른 방법을 고안하는 게 어떨까.



#일상비평 #팬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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