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되었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하려고 마음먹은 지 꽤 오래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글을 쓰기로 한 시작을 되짚어보니, 일 년이 넘었다. 아이를 낳고 그 하루를 기록하고 싶어 사진도 올리고 짤막하게 내용을 적다 보니 내 시선으로 적은 영화, 그날의 생각들도 남기고 싶어졌다. 쓰다 보면, 보이지 않던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감정들처럼) 감정들이 눈으로 보이듯 선명해지고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던 몹쓸이가 설명되어 정의 내려지는 기분이 든다.
반복되는 일상은 찾아온다. 어느 날의 아침은 분리되어 있던 아이들 옷을 세탁기에 돌리고 전날 남아있던 설거지로 시작한다. 아침은 주로 카페에서 흘러나올 법한 펍이나 가사가 없는 변주곡이다. 요즘 들었던 히사이시 조 그리고 지브리 영화 음악은 비 오는 여름 같다. 햇살 쨍한 날 다른 공기로 채워진다. 흐르는 물소리, 몸을 움직이며 귀로 들리는 청소기와 세탁기 소리는 내가 보내는 온전한 하루다. 매일매일이 완벽한 하루가 될 수 없겠지만 좀 더 나의 것으로 완성되는 기록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오롯이 나와 마주 하는 시간에 집중한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오늘을 쓴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는 차곡히 쌓여가는 내가 된다. 그렇게 좋은 날이 될 수도 있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사람의 뇌를 보자면 저 끝도 없는 세계는 얼마나 무거울까 생각할 때가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조금은 가벼워졌겠지.. 매일 몸의 무게를 재러 체중계에 올라가면 측정되는 숫자 마냥 뇌의 무게가 측정되면 참 기괴하겠다 했다. 그리고 그렇게 무거운 머리로 마음먹고 시작한 브런치에 글 세 개를 작성하여 합격메일을 받았다. 너무 기뻤지만, 2월에 통보받고 선뜻 글을 올리지 못했다. 시작하겠다는 결심은 최대한 미루고 미뤄져 여기까지 왔다.
작품 연재를 하려면, 어떤 요일이 좋을까, 주제는 내가 보는 시선으로 할까? 브런치북? 매거진? 생각을 멈춰야겠다고 생각했다. 네버엔딩스토리가 될 혹은 언제 끝날지도 모를 이야기는 우선 쓰기로 했다. 쓰는 게 중요하니.
잘난 글은 아니겠지만 미뤄뒀던 저장글도 몇 개 발행하고 싶다.(해야겠다.) 지나간 글이라 시기상 겨울이 나올 수도, 지난 졸업이 나올 수도 있겠다. (입학도 한참 지난, 더워지는 여름 같은 봄도 와버린 마당에) 벌써 지난주 첫 글을 올리기로 작정했던 날 산책한 그 길은 푸릇한 잎들이 빼곡히 무성하게 변해있는데 아뿔싸! 미뤘던 글들을 얼른 꺼내야겠다.
그리하여 이제야 나오게 된 완벽하지도 않으면서 완벽해야 싶어 미뤘지만 완벽할 수 없기에 우선은 쓰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그렇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