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키오스크에서 주문해 주세요."
동네 카페에 들어섰는데 카운터에서 직원이 머리가 하얀 손님에게 말을 하는 것이 들렸다. 그 말을 들은 손님은 고개를 돌려 그 키오스크라는 것이 무엇인지 찾으려는 것 같았다.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이 손님이 없는 키오스크 앞으로 모시고 갔다.
"여기서 주문해 주세요."
그 손님은 잠시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새로운 문명을 접한 외부인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직원은 그런 손님을 보고 도움을 주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주문 화면으로 들어갔다.
"무엇을 드시겠어요?"
"저기, 딸기라테?"
"드시고 가세요? 가지고 가세요?"
"여기서 마시려고, 허허."
마치 자신의 속마음이 들킨 것처럼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직원은 카드를 요청했고 카드를 건네받은 직원은 주문을 모두 끝내고 주문번호와 영수증을 전해 주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다른 키오스크 앞에 서서 주문을 시작했다. 화면을 보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주문하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의문을 가진 상태로 주문을 시작했다. 먼저 첫 화면이 광고였다. 터치하자 주문할 수 있는 음료 이름과 작은 사진이 나온다. 커피 항목을 선택하고 카페라테를 선택한다. 그리고는 세부 항목으로 이동이 된다. 원두 종류, 따뜻한 것(이것도 영어로 'HOT'으로 되어 있다), 샷 추가하지 않기를 하고 다음을 누르자 매장, 포장 선택이 있다. 포장을 선택하고 주문 번호를 받았다.
기다리면서 생각을 해 봤다. 정말 모르는 사람이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몇 번 오는 것을 고려해서 만든 UX 인가?
20년 전 검사기 개발했던 당시 생각이 난다. 당시 의욕이 넘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고 UI를 구성하는 예쁜 디자인과 아이콘을 좋아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개발한 오픈소스를 보면서 갖가지 기능을 구현하고 싶었다. 그런 어느 날 현장 담당자가 나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이거 어디를 눌러서 사용해야 하나요?"
이 질문을 들은 나는 순간 당황했다. 분명 누구나 좋아하는 UI를 만들겠다고 개발했는데, 막상 사용자는 어려워한 것이다.
'왜 이런 질문이 나올까?'
나는 과감하게 이런저런 이미지, 애니메이션 기능을 모두 삭제했다. 그리고 필요한 버튼 3개만 남겼다. 이후 나에게 그런 질문은 사라졌다.
그래서 나는 단순화를 주장한다. 내가 개발하는 프로그램이나 이제 식당, 카페에서 기본으로 모두 설치되는 키오스크나 사용자가 사용해야 하는 UI/UX다. 가끔 엔지니어 중에는 자신이 가진 스킬을 보여 주기 위해 이런저런 기능을 넣어서 복잡하게 구성하는 경우가 있다. 프로그램은 사용자의 입장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이것이 나의 철학이다.
최근 키오스크를 보면 어느 정도 일반화가 된 것 같다. 어느 가게를 가도 유사한 형태다. 가끔 계산을 하는 방법도 몇 가지가 나오기도 한다. 고객의 요청에 따른 반영일 것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가장 무난하게 변화되어 갈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가끔 사람이 적응해 가는 것인지, 소프트웨어가 사람에 맞춰가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주문을 기다리던 어르신이 딸기라테를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아 음료를 즐기셨다. 아마도 혼자의 시간을 갖기 위해 편하게 왔다가 조금은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커피를 즐기는 마음은 다를 게 없다. 결국 프로그램도 사람이 만들어 간다. 그래서 UI/UX는 '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