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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이삼팩토리 Aug 31. 2023

'백투더퓨처'의 타임머신 자동차를 진짜 만든다!

베를린 '드라이버리' 모빌리티 스타트업 모여 전기자동차로 개조

때는 1985년, 미국 캘리포니아 힐밸리에 사는 10대 마티는 삶이 우울하다.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는 동네 건달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늘 비겁하다. 본인도 학교에 지각을 밥 먹듯 해서 혼나고 밴드 오디션에 떨어지고,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그런 마티가 과학자 브라운 박사를 만나 타임머신 기능이 있는 자동차 드로리안을 보게 된다. 자동차 양문이 위로 올라가는 형태로 갈매기 날개를 닮았다고 하여 걸윙도어(Gull Wing Door)로 불리는 멋진 자동차다.         

영화 ‘백투더퓨처’에 나오는 타임머신 드로리안. 사진=classicdmc.com


드로리안은 플루토늄 동력으로 시간을 거슬러 과거와 미래를 오갈 수 있다. 리비아 테러리스트들에게 훔친 플루토늄으로 이를 구동할 준비를 하는 박사에게 악당들이 찾아온다. 얼떨결에 옆에 있던 마티가 드로리안 타임머신을 타고 이를 처음 고안한 1955년 11월 5일로 간다. 박사는 죽고, 마티는 과거로 떨어졌다. 


과거로 간 마티는 부모님의 풋풋한 시절을 목격하고, 동네 건달 비프에게 본때를 보여준다. 타임머신을 고안한 브라운 박사도 다시 만난 뒤 마티는 행복한 미래가 될 1985년으로 다시 돌아온다.  


미국의 유명 공상과학 영화 ‘백투더퓨처(Back to the future)’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현재와 과거, 미래를 순간적으로 오가던 만능 자동차이자 타임머신인 드로리언 DMC-12이다.  


녹슬지 않는 스테인리스 철판으로 만든 드로리안은 많은 이들에게 이 영화로 기억된다. 실제로는 비싼 가격과 낮은 품질 때문에 1981년부터 1983년까지 약 8300대만 생산되고 회사가 문을 닫은 불운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당시 많은 사람에게 시간 여행을 꿈꾸게 해주는 유니콘 같은 차였다.     

   

영화 ‘백투더퓨처’.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다. 사진=넷플릭스


#미국의 자산가가 부활시킨 드로리안  


드로리안을 생산한 회사 드로리안모터컴퍼니(DMC)는 1981년 미국에서 문을 열었고, 후속 투자 유치에 실패해서 설립 2년 만에 파산했다. 엔지니어 출신의 자산가 스티븐 윈(Stephen Wynne)은 1985년부터 드로리안 소유주에게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다가 1997년에 DMC의 모든 권리를 사들여 회사를 지속했다. 이후 드로리안 부품 재생산 및 복원을 지원해왔고, 최근 전기차 기반의 새로운 드로리안 ‘드로리안 알파 5(DeLorean Alpha 4)’의 출시를 알렸다.  


드로리안 알파 5는 지난해 9월부터 예약을 받기 시작했는데 2024년에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100㎾h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되어 최대 300마일(약 483km, EPA 추정치) 주행이 가능하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3.4초. 2024년에 이탈리아에서 생산하고, 전기모터와 배터리는 영국의 공급업체를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유럽 대륙과 미국을 넘나드는 글로벌 프로젝트인 셈이다.        


DMC에서 2024년 출시 예정인 드로리안 알파 5. 사진=delorean.com


#‘백투더퓨처’ 실현하러 모인 독일의 모빌리티 스타트업  


베를린에는 유럽 최대의 모빌리티 스타트업 허브인 드라이버리(The Drivery)가 있다. 드라이버리는 약 1만 ㎡에 140여 개의 스타트업, 대기업, 모빌리티 관련 연구기관이 모인 공간이다. 약 800명이 상주하며 1년에 100여 개의 모빌리티 행사가 있을 정도로 커뮤니티가 활발하다.  


드라이버리는 사무공간뿐만 아니라 직접 자동차, 퀵보드, 자전거, UAM 등 다양한 모빌리티 디바이스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제작소도 보유하고 있다. 이 제작소에 드라이버리의 상징과 같은 드로리안이 있다. 2019년 베를린에 처음 문을 연 드라이버리를 유명하게 만든 것이 드로리안이다. 


‘옛날 영화 속 미래 자동차를 진짜 미래 모빌리티(Future Mobility)로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드로리안을 만드는 ‘이로리안(E-Lorean) 프로젝트’는 드라이버리를 모빌리티계의 ‘인싸’로 만들었다. 베를린의 소위 모빌리티 긱(geek)들이 드라이버리에 모여들면서 다양한 밋업(meetup)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의 실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드라이버리의 마스코트 드로리안. 사진=thedrivery.com


드라이버리의 전설 같던 이 프로젝트가 지난 6월 부활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네트워크 구축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스택스(Staex)는 드라이버리의 다양한 모빌리티 파트너와 협력해 드로리안을 전기자동차로 개조한 뒤 베를린에서 바르셀로나로 여행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전문 기업 아트 어드밴스드 솔루션(Art Advanced Solution), 3D 프린팅 기업 3dk랩(3dklab), 기업용 데이터 디자인·관리 기업 데이터 플로스(Data Floss), 자동차 휠 전문 글로벌 기업 맥시온(Maxion), 자동차 충전·에너지 시스템을 만드는 넥스블루(NexBlue), 자동차 분야 제품 관리 개발 전문 기업 이모베이션(emovation), EV·수소 차량 충전 인프라 솔루션을 제공하는 그린박스(greenbox), 미래도시 문제를 고민하는 비영리단체 어반이노베이션(urban innovation) 등 다양한 파트너가 참여한다.  


먼저 드로리안을 전기자동차로 개조한 다음 거기에 맞는 통합 소프트웨어가 탑재된다. 개조된 자동차로 베를린을 출발해 바르셀로나까지 여행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유럽의 다양한 국가를 여행하면서 안전에 문제가 없이 어디서든 원활하게 충전될 수 있도록 지금의 전기자동차 수준으로 드로리안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다.  


여러 스타트업이 각자 전문 분야에서 능력을 뽐내고 협업하기도 하면서 드로리안은 진짜 미래 자동차로 변모할 예정이다. 스택스의 최고전략책임자(CSO) 팍시 플랙키스-챙(Paksy Plackis-Cheng)은 “드라이버리에서 훌륭한 파트너를 만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자동차 하드웨어를 직접 손볼 엔지니어와 전기자동차의 핵심인 배터리 시스템 분야에서 파트너가 아직 더 필요하다. 배터리 기술이 훌륭한 한국에서도 관심을 갖기 바란다”며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드라이버리의 마스코트 드로리안 앞에 선 이로리안(E-Lorean) 프로젝트팀. 사진=thedrivery.com


배터리 시스템, 조명, 레이더, 인공지능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가들과 협력해 SF영화 속의 자동차를 현실화하는 이 프로젝트는 이번 6월 론칭해 파트너를 모두 모집하고, 올해 말에 제작이 완료될 예정이다. 특히 베를린에서 시작하지만 브뤼셀, 캘리포니아, 브라질 등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는 만큼 한국의 실력 있는 모빌리티 기업도 이 흥미로운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를 기대해본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스타트업도 기술이 있어 탄탄대로 성공의 길이 이미 보이는 곳이 있는가 하면, 끊임없이 노력해 제품과 서비스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곳도 있다. 또 이렇게 즐거운 프로젝트를 하며 성장하는 스타트업들도 있을 것이다. 전기자동차로 변모한 드로리안을 타고 유럽 대륙을 가로지르는 이 협업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대한다.


*이 글은 <비즈한국>의 [유럽스타트업열전]에 기고하였습니다.


이은서

eunseo.yi@123factory.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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