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사 차린 '미다스의 손' 애시튼 커처 비롯해 관심 분야에 활발히 투자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가 스페인 태양광 스타트업 솔라멘테(SolarMente)에 투자했다.
디카프리오는 오랜 시간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2016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비포 더 플러드(Before the Flood)’는 기후 위기에 대한 그의 관심을 여실히 반영한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디카프리오가 2014년 국제연합 기조연설을 통해서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일론 머스크, 교황 등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만나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관해 토론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오랫동안 기후 분야에서 활동해온 디카프리오에게 기후 및 환경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은 또 하나의 의미 있는 활동이다.
솔라멘테의 창업자 우터 드레이져(Wouter Draijier)와 빅토 가드리너(Victor Gardrinier)는 스페인의 태양 에너지 기술이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여러 유명 인사들을 접촉해왔다. 그들은 디카프리오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 직접 비버리힐스까지 날아가 4개월간의 협상을 벌였다.
최종적으로 2024년 3월 12일 솔라멘테는 정확한 투자 금액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대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알렸다.
솔라멘테는 2020년 바르셀로나에서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네덜란드 출신 엔지니어인 우터 드레이져와 캐나다 출신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빅토 가드리너가 공동 창업했다.
이들은 태양광 패널 사업에서 패널 설치 초기 비용이 든다는 점이 소비자에게 가장 큰 진입 장벽임을 발견하고, 이를 분할 납부하는 구독 모델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솔라멘테 서비스를 20년 구독할 경우, 월 40유로(한화 약 6만 원)로 초기 설치비 없이 태양광 패널을 집에 설치할 수 있다. 패널을 통해 생산한 전기는 저장해 사용하고, 남는 전기는 판매할 수도 있다. 그 밖에 솔라멘테는 배터리 시스템, EV 충전소 및 열펌프 관련 솔루션도 패키지로 제공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유럽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재생 철로 만든 스위스 시계 스타트업 아이디 제네바(ID Genève), 브리스톨에 본사를 둔 미세 플라스틱 기술 스타트업 매터(Matter), 스웨덴 EV 회사 폴스터(Polestar)에도 투자했다. 대부분이 친환경 기술을 가진 기업이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스타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뿐일까? 유럽 스타트업에 투자한 세계적인 스타들이 또 있다.
할리우드 스타이자 투자자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애시튼 커처(Ashton Kutcher)다. 한국에서는 데미 무어의 전 남편으로 유명했지만, 미국에서 그는 가장 성공한 벤처투자자로 꼽힌다.
애시튼 커쳐는 에이 그레이드 인베스트먼트(A-Grade Investments)와 사운드 벤처스(Sound Ventures)라는 두 VC를 창업했으며, 개인 투자를 포함해 약 180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포트폴리오 회사의 면면도 화려하다. 우버,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스카이프, 핀터레스트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회사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최근에 가장 핫한 오픈 AI(Open AI)도 커처의 포트폴리오에 들어간다.
사운드 벤처스는 지난해 9월 세일즈 포스(Salesforce), 엔비디아(Nvidia),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함께 2억 4000만 달러(321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여 AI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현재 AI의 인기를 보면, 그의 투자 감각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커처의 사운드 벤처스는 10억 달러(1조 4000억 원) 이상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기네스 팰트로(Gwyneth Paltrow)도 핀터레스트(Pinterest)의 초기 투자자로 유명하다. 핀터레스트는 그녀가 투자 분야로 발을 디디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핀란드 스타트업 오우라(Oura)에 투자했다. 오우라는 건강 상태 추적 기능을 제공하는 스마트 링 오우라 링(Oura Ring)을 만든다. 2016년 첫 제품을 출시하자마자 NBA 선수와 유명 배우들이 착용해 큰 화제를 모았다. 오우라 링을 끼면 심박, 혈중 산소량, 체온, 수면 시간 등 다양한 지표를 추적하고 분석할 수 있다.
팰트로는 웰니스 비즈니스에 직접 뛰어든 창업자이기도 하다. 웰니스와 관련한 레시피, 여행, 일상, 패션 등의 콘텐츠가 담긴 뉴스레터에서 시작해 이를 이커머스로 확대한 ‘굽(Goop)’이 그녀의 기업이다. 지금은 식품, 여행, 패션 분야 제품의 정보를 제공하고 소개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기네스 팰트로는 이 분야의 지속적인 관심을 반영하듯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스타트업 여러 곳에 투자했다. 건강 탄산음료를 만드는 올리팝(Olipop), 지속 가능한 F&B를 고민하는 스위트 그린(Sweetgreen), 다양한 피부색에 맞춘 화장품을 친환경적 방향으로 생산하는 브랜드 서틴 룬(Thirteen lune) 등이 기네스 팰트로의 포트폴리오다.
유명 배우로서는 드물게 링크드인 계정도 활발하게 운영하는 것을 보면 사업에 진심이 느껴진다.
미국 힙합 거물 스눕독(Snoop Dogg)의 대마초 사랑은 유명하다. ‘Smoke the Weed’, ‘This Weed Iz Mine’, ‘California Roll’ 등 노래 제목만 보더라도 대마초에 꽂힌 그의 취향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대마초를 매우 많이 피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딴 대마초 브랜드 ‘리프스 바이 스눕(Leafs By Snoop)’도 론칭했다. 이어서 대마초 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 ‘카사 베르데(Casa Verde)’를 설립하더니, 독일에서 대마초 사용이 합법화될 것이라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프랑크푸르트 기반 대마 스타트업 칸사티바(Casativa)에 투자했다. (관련 기사 [유럽스타트업열전] '대마'가 독일 제약 스타트업의 미래가 된 까닭).
한번 꽂히면 무섭게 한 분야에 집중하는 스눕독은 대마 분야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핀테크에 꽂힌 그의 가장 대표적인 투자 사례는 주식 거래 서비스 ‘로빈 후드’다. 이 초기 투자 이후 엑시트에 성공하여 큰 투자 수익을 남긴 뒤, 그는 유럽으로 눈을 돌려 2019년에는 스웨덴의 금융 유니콘 클라르나(Klarna)에 투자했다.
클라르나의 마케팅 캠페인에도 참가해 홍보에도 앞장섰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결제 솔루션 홍보에 핑크색을 메인 색상으로 쓰면서 스눕독을 광고에 앉혀 놓으니, 그야말로 대중의 관심이 몰렸다.
NFT 전성기가 막 시작되기 전인 2021년 4월, 스눕독은 기술 얼리어답터답게 ‘A Journey with the Dogg’라는 NFT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 컬렉션에는 ‘Diamond Joint(NFT)’라는 사운드트랙과 그의 어릴 적 생각을 담은 내레이션 NFT가 포함되었다. 몇몇 인플루언서 및 크리에이터와 협업한 작업물을 NFT로 판매해 약 3억 원의 매출도 올렸다.
스눕독은 이후 베일에 가려진 NFT 인플루언서 ‘코조모 데 메디치(Cozomo De Medici)’가 자신임을 밝혔다. NFT계의 중심에 본인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는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샌드 박스와 협업해 게임에서 활용되는 아이템과 아바타를 NFT 형태로 판매해 약 100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가히 대단한 안목이다.
누군가는 미래 환경을 위해, 누군가는 본인의 관심사와 일상을 좀 더 넓은 플랫폼에서 소개하기 위해, 또 누군가는 가장 트렌디한 것을 가장 빠르게 선점하기 위해 투자한다.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스타는 세상의 눈을 사로잡는 사람들인 만큼,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선한 영향력을 펼치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비즈한국>의 [유럽스타트업열전]에 기고하였습니다.
이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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