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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성 Apr 18. 2023

살면서 베네치아엔 꼭 한번 가보세요!

이탈리아 베낭여행기 11 베네치아

아~ 베네치아! 아련히 그리워지는 베네치아!  


미로같은 오랜 골목길과 그 골목길에 자리한 이쁜 상점들, 크고작은 광장과 성당들도 놀랍지만 역시 녹색의 강을 오가는 수많은 수상버스와 곤돌라로 기억되는 베네치아! 혼자 하는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이기도 해서 나름 더 기대를 하며 베네치아에 입성했다. 이탈리아에 온지 어느덧 17일째가 되고 있었다.

     

베네치아는 열흘 후에 남편과 다시 올 곳이라 메인역인 베네치아 본섬에 위치한 산타루치아역 쪽이 아닌 대륙쪽 메스떼레역 근처 저렴한 호텔로 예약했다. 메스떼레역에서 나오면 바로 플라자호텔이라고 하는 한국 신혼여행부부들이 많이 온다는 큰 호텔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주변에 작은 호텔들이 몇개 있다. 그중 하나의 호텔에서 이틀을 묵었는데 전혀 불편없이 좋았다. 

           

베네치아 본섬 호텔은 정말 살인적인 가격이다. 특히 산타루치아역 근처 걸어갈만한 호텔들이 특히 그랬다. 그나마 역 앞 강을 건너 본섬 한 가운데로 다소 걸어가야 하는 호텔들이 역 근처 호텔보다는 좀더 저렴했는데 문제는 캐리어를 끌고 계단식 다리를 건너가야 하거나 밀리는 수상버스를 타고 가는 일이 고생스러워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의 반가격으로 얻을 수 있는 메스떼레역 주변을 선택했는데 근처에 싸고 맛있는 중국음식점이 두 개나 있어서 식사해결하기도 좋았고 매일 본섬으로 드나드는 것도 생각보다 편했다.     


메스떼레역에서 본섬 산타루치아역까지는 기차로 가는 방법과 버스로 가는 방법이 있는데 버스는 베네치아 수상버스인 바포레토 1일 통합권을 사면 하루는 버스를 공짜로 탈수 있는 메리트가 있는 반면 여러군데 정차하는 관계로 시간도 오래 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많이 타서 불편했다. 편도 1.2유로의 트랜이탈리아 고속열차를 메스떼레역에서 타면 고속으로 한 정거장만에 가는 거라서 훨씬 쾌적하고 좋다. 메스떼레역에서 산타루치아역을 왕래하는 기차는 10분 간격으로 자주 왔고 기차는 늘 자리가 많아 쾌적했다. 그래서 첫날 한번 버스를 탄 이후엔 다음날엔 미련없이 기차를 타고 본섬을 오갔다.     



다음에 또 온다면 메스떼레역에서 묵을 듯하다. 가성비가 좋고 본섬을 오가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아서 그렇다. 메스떼레역 근처 싸고 맛있는 중국집이 있다는 것도 한몫한다. 여행을 제대로 할려면 체력이 필수다. 그래서 잘 먹어야 하는데 나이든 한국인에겐 이탈리아 음식이 워낙 비싼 것도 그렇지만, 여러날 계속 먹을 수 있는게 아니다. 한식을 먹어줘야 하는데 이탈리아에선 한식 찾기가 어려우니 중식, 혹은 일식이라도 찾아서 먹어줘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메스떼레역이 딱이었다. 열흘 후에 남편과 다시 왔을 때는 본섬 산타루치아역 근처 호텔에서 매우 비싼 돈을 주고 묵었는데 중국집에 식사하러 가기 위해 반대로 본섬에서 메스떼레역으로 두 번이나 다녀오면서 여기에 묵을 걸 하고 후회했다. 남편도 이탈리아 음식 보다는 중국음식이 자꾸 땡긴다고 해서 둘이 중국음식점에 자주 갔던 것이다.         

             


베네치아는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낭만적이고 독특하며 아름다운 수상도시이다. 명성답게 베네치아는 세계에서 온 수많은 관광객들로 엄청 붐볐다. 코로나가 있었나 싶었을 정도로 마스크 안쓴 세계인들로 새벽부터 밤까지 북적였다. 


베네치아 곳곳을 여행하려면 수상버스인 바포레토를 이용해야 한다. 보통 1일 통합권을 사는데 이 통합권은 첫 승차를 하며 펀칭을 한 후 24시간 자유롭게 탈수 있는 티켓으로,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25유로인가 정도로 생각보다 비쌌다. 1회권도 9.5유로 정도로 너무 비싸서 1일권을 끊을 수밖에 없다. 최근의 인플레이션현상으로 인해 이탈리아도 사전에 검색했던 가격보다 모든 것이 비싸진 상태였다.      


베네치아 골목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마치 신의 선택을 받은듯한 이탈리아 사람들이 몹시도 부러워졌다. 이런 데에 살면 누구라도 예술가가 될듯 하다. 

     

베네치아 여행 첫날엔 유명한 베네치아 관광지를 둘러보았다. 베네치아 본섬을 가로지르는 핵심루트인 2번 수상버스에 올라 처음부터 끝까지 둘러본 후 산마르코광장 근처에 내려서 광장과 주변 풍경을 감상했다. 


베네치아 산마르코광장 


둘째 날엔 요즘 뜨고 있는 무라노섬과 부라노섬을 다녀왔는데 가는 길도 멀고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좀 후회를 했다. 무라노섬과 부라노섬은 구입한 통합권 티켓으로 수상버스를 타고 갈수 있다. 유리세공으로 유명해 수로를 따라 유리세공가게나 작은 전시장이 즐비한 무라노섬은 유리세공에 관심이 없는 내겐 크게 볼 것이 없었고 무라노섬에서 부라노섬으로 다시 배를 타고 가야 하는데 관광객들이 너무 많은 반면 배가 자주 오지 않아 줄을 서서 많이 기다려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유의 뮤직 비디오를 통해 인증샷의 명소가 되었다고 하더니 역시나 젊은 한국인 커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부라노로 가는 수상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길게 늘어셔 있어 아차 싶던 찰나에 때마침 한 수상택시 운전사가 우리 긴 줄 쪽으로 와서 10유로에 부라노로 가주겠다고 호객행위를 하길래 왠 떡이냐 하고 수상택시에 올라탔다. 요트형태의 수상택시로 빠르게 달려도 무라노에서 부라노는 한참을 갔을 정도로 본섬에서 부라노까지는 매우 먼 바다를 건너가야 하는 것이었다.      


베네치아 부라노섬


알록달록 천연색색의 시골마을은 인증샷 명소 정도의 의미를 주었다. 색감이 이쁜 건물 주변에 한국 커플들이 이러저러한 제스처를 하며 인증샷을 열심히 찍고 있었다. 저들은 저렇게 찍어 여기저기에 올리겠지? 


워낙에 작은 섬이라 뭐 특별하게 볼 만한 것도 없었고 들어올 때의 수상버스의 긴 줄을 생각해 서둘러 둘러보고 돌아왔으나 이미 어마어마한 인파들이 수상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눈치를 보며 한참을 기다리다 붐비는 배에 올라 다시 본섬으로 돌아올수 있었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소요하기엔 중년인 내겐 가성비가 안나오는 여행지였다. 차라리 그 시간 볼 것 많은 본섬을 샅샅이 구경하는게 더 나을듯 하다. 인증샷에 별 관심없는 나같은 중년들에겐 그닥 추천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이쁜 배경에서 사진을 찍어도 이젠 안이쁘게 나오는 나이인데..!  


그렇게 무라노와 부라노를 관광하고 다시 메스떼레로 돌아와 근처 중국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그렇게 베네치아에서의 밤이 깊어갔다. 내일은 다시 로마로 간다. 로마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다음날 저녁에 남편이 로마로 온다. 남편이 입국수속을 마치고 나오는 그 입구에 떡 하니 서서 두 팔을 벌려 남편을 맞아야지!  

              

나는 이미 이탈리아 여행가이드를 해도 될만큼 이탈리아 여행에 대해 통달한 상태였다. 남편과 움직일 여행 동선, 일일 투어코스, 먹어야 할 것 등을 다 짜놓고 남편을 가이드 하듯 함께 다니면 되었다. 남편은 최고의 여행가이드와 함께 이탈리아를 자유여행하는 행운아가 될 것이다.             


다만 한가지 복병이 있었으니 베로나에 있었던 날부터 감기 몸살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이제 여기저기 몸도 쑤시고 콧물이 많이 나오고 있었다. 혼자 여행한지 3주째가 되니 아무래도 체력이 고갈됐나 싶다. 여유있게 다니려고 노력했어도 이 나이에 혼자서 자유여행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피곤한 일인가 보다. 여행 내내 오롯이 혼자서 계획해서 실행해야 하고, 오롯이 혼자서 스스로의 안위를 책임져야 하는 혼자 여행은 아무래도 몸이 긴장상태가 되기 쉬울 것이다. 씩씩하게 잘 다녔지만 역시 체력은 고갈되고 있었나보다.  


코로나에 또 걸렸나 하는 걱정도 살짝 되었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귀국하려면 열흘 이상 남았기에 설사 코로나라고 해도 그 사이 나을 것이기에 참는 수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난생 처음 이탈리아여행을 온 남편에게 오자마자 감기를 전염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지고 온 타이레놀 몇알을 다 먹고도 걱정이 되어서 약국에 찾아가 타이레놀 콜드를 찾았으나 이탈리아는 그 유명한 타이레놀을 안판다고 하였다. 대신 비슷한 이탈리아 감기약이 있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그것을 사서 먹었는데 그 약 덕분인지 시간이 지나서 나은 건지는 몰라도 남편이 오는 날엔 거의 다 나았다.      


남편이 오면 이 피곤도 사라지겠지? 무엇보다도 도시를 이동하며 혼자서 캐리어를 끙끙대며 옮기느라 긴장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남편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베네치아에서의 2박3일도 지나갔다. 내일은 베네치아에서 로마까지 6시간의 장시간의 기차여행을 해야 한다.     

            

이제 다시 보면 너무 익숙할듯한 로마! 로마에서 남편과 함께 할 날들이 기대된다. 그나저나 현저하게 떨어진 체력이 좀 걱정이다. 이래서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하는 노래가 있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여행한 모든 날이 다 좋았다! 벌써 그리워지는 이탈리아, 그리고 베네치아!  


리알토다리 옆 리스토란떼에서 먹었던 맛있는 해산물 리조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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