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일기] 2025년 12월 4일

싫은 마음을 가진다는 건

by 승지

오늘도 홍대의 한 독립서점에 방문 입고 일정이 있는 날이었다. 전날 미리 책을 포장할 시간이 있었지만 굳이 하지 않았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 나가야 했고, 그 전에 책을 포장할 시간을 만들어두어야 한다는 압박이 필요했다. 다시 말해 일찍 일어나는 일이 버거워 스스로에게 위기감을 주고 싶었다. 그래야만 일어날 것 같아서. 덕분에 무사히 포장한 책을 들고 부모님 가게로 오픈 아르바이트 대타를 하러 나설 수 있었다.

가게의 전반적인 세무 관리는 엄마가 도맡아 하신다. 하루에도 몇십 번씩 돈이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엄마는 언제나 불안을 느끼신다. 계속되는 물건 발주와 인건비 계산은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내가 이제는 그 말이 얼마나 버거운 마음에서 나온 것인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프로그램 구독료부터 굿즈 제작을 위한 재료 발주, 그리고 머지않아 필요하게 될 인쇄비까지. 이만 원대부터 백만 원대까지의 돈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 통장에 들어왔다 빠져나간다. 아르바이트와 출판일을 병행하며 지난 두 달 동안은 칠백 만원이 생기기도, 삼백 만원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는 일을 겪게 되었다.

처음부터 바라던 일은 아니었다. 다시 떠올리기 싫은 작년 반년 동안 뼈 빠지게 일해 번 돈이 칠백 만원이었다. 그 중 가족에게 보탬이 되기 위해 기꺼이 보냈던 돈도 어림 잡아 삼백 만원이었다. 아침에 함께 출근하며 들은 엄마의 떨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떨림인지 울먹임인지조차 가늠하지 못하는 나는 오늘도 엄마의 슬픔을 끝내 다 이해하지 못했다.

가끔은 미래의 내가 어떤 글을 쓰게 될지 상상해본다. 어떤 글을 쓰게 될지 명확히 그려지는 날도 있다. 아마 어떤 상황이 오고야 말거라는 예감 때문일까. 그 순간을 상상했다. 좋은 순간은 아니었다. 가족의 슬픔을 맞이하는 순간을 나는 오늘도 상상하기 싫은 마음을 가지고 만다.

술과 함께하는 책익다 책방에 방문해 입고하기 전에 텀 커피하우스에 들렀다. 아기자기한 카페였지만 밝은 빛이 통창으로 들어올 수 있는 예쁜 카페였다. 아쉽게도 통창과는 조금 떨어진 안쪽 자리 하나만이 남아 있어 그곳에 앉았다. 마침 우르르 나가는 손님들 사이로 문 앞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강아지. 오늘 눈이 온다는 소식을 독자님의 다정한 아침 인사 덕분에 알게 되었다. 날씨 하나 살필 여유조차 없던 나에게 그 인사는 정말 따뜻했다. 아, 오늘 눈이 온다 했었지. 그렇게 강아지와 함께 첫눈을 맞았다.

올해 첫눈의 의미는 외로움이 되었다. 처음으로 첫눈에 의미를 부여한 날이었다. 이전까지의 첫눈이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던 기쁨이었다면, 올해는 달랐다. 옆 테이블을 채운 다정한 커플과 친구들과 동행한 손님들이 가득했던 탓일까. 함께하는 것의 크기를 새삼 실감한 하루였다. 다행히 엄마도 첫눈을 보신 모양이었다. 곁에 있었다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우리지만, 함께 있지 않아도 눈을 보며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아졌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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