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대학교 생활을 마치고 2학기를 휴학한 아들이 5개월간 열심히 공부를 하였습니다.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독학재수독서실을 이용하였는데 단과학원에서 수학 1과목, 국어 1과목을 추가로 들었습니다.
말도 할 수 없는 공간에서 매일 약 14시간 가까이 공부를 해야 하는 아이. 우리 집 내향적인 큰 아이는 항상 마음에 안정감이 있고 잘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고 3 수험생활도 막판에 배가 종종 아프긴 했지만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잘 지냈던 아이였습니다.
5월부터 매달 치른 모의고사 성적은 때론 떨어지기도 하고 오르기도 하였지만 불안해하기보다는 꾸준히 자기만의 루틴을 가지고 지금까지 왔습니다.
작년에는 과학탐구 2과목을 선택했는데, 올해는 사회탐구 2과목으로 변경하고 혹시 몰라서 제2외국어도 신청을 하였습니다.
반수를 하고 있지만 (엄마인 저를 생각해서) 9월 모의고사 전까지 대중교통(버스, 지하철)을 이용하여 40분 거리 독학재수독서실을 다녔습니다.
한 번에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큰 아이였지만 막상 반수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내기는 쉽지 않았다고 해요. 엄마, 아빠가 허락하지 않으면 그냥 포기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수시가 잘 되지 않아서 낙심했을 텐데, 금방 훌훌 털고 일어나서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현실에 적응하는 편이고 평소에도 불만이 없는 아이라서 손이 거의 가지 않았던 아이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오전에 독서실로 픽업해 주는 것을 엄청 고마워합니다. 차에서 내릴 때마다 "엄마. 사랑해요." 라며 인사를 해주고요.
남은 일주일, 열심히 해온 아이를 보면서 저도 막연했던 불안함이 잦아듭니다. 어떠한 결과여도 아이의 몫이고 지금까지처럼 결과를 받아들이고 열심히 나아갈 아이를 믿기에, 조용히 곁에서 응원을 해주게 됩니다.
저는 저대로 올 한 해 강사활동을 열심히 한 한 해였고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다른 분야로 확장하여 강사활동을 넓혀가기도 하였습니다. 수능이 있는 11월에는 (출강과 방문교사 일과 봉사활동은 하되) 사적인 만남은 잠시 줄이고 아이에게 조금은 더 집중할 생각입니다.
어제 아이에게 혹시 엄마, 아빠한테 바라는 것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고민하던 아이는 한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엄마, 아빠 이번에는 수능 보고 나서, 컨설팅 한번 받아보고 싶어요."
작년에는 엄마, 아빠랑 같이 했는데 올해는 마지막이란 생각에 좀 더 전문가에게 도움을 한 번은 받고 싶은가 봅니다.
그 바람 정도야 당연히 해줘야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염이 종종 있었던 아이는 수능일에 비염이 없기를 기도해 달라고 합니다.
기도합니다. 최상의 컨디션이기를...
건강으로 인해 시험 결과가 지장 받지 않기를..
독감이 돌고 있는데 그것도 잘 피해 가길...
스스로 결정하여 도전한 이 시간, 아이 인생에서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이가 단단히 서주니 저도 불안해하지 말고 곁에 잘 서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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