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부 2화

하라버지

by MIHI

리진강은 도윤화에게서 받은 편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종이를 펼쳐보니, 거기엔 짧은 글씨로 적힌 몇 마디가 그를 무겁게 내리눌렀다.


"오라버니, 오마니가 병으로 돌아가셨어요."


그 한 문장만으로 리진강은 숨이 멎는 듯했다. 그의 눈앞이 순간적으로 흐려지며, 가슴 속에서 커다란 빈 공간이 생긴 것처럼 느껴졌다. 오마니가… 돌아가셨다고? 그는 마치 모든 감각이 마비된 듯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도윤화의 편지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마니가 마지막 순간까지 오라버니를 찾으셨어요. 그리고… 나는 이제 결혼하려고 해요. 철진 오라버니와 결혼해서 안정된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어요. 오라버니도 이해해주길 바라요."


리진강은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편지를 다시 접었다. 그의 눈은 무겁게 감겼고, 손끝의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오마니가 돌아가셨다… 그는 그 말을 곱씹으며,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오마니가 이제 더는 없었다는 사실이 그를 끝없는 절망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도윤화의 결혼 소식. 그는 이미 도윤화가 결혼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 소식이 이렇게까지 갑작스럽게 찾아올 줄은 몰랐다. 그녀는 이제 리철진과 결혼하려 한다. 오마니가 돌아가셨고, 도윤화는 자신의 길을 선택했다. 모든 것이 나를 떠나가고 있다.


리진강은 천천히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의 가슴 속에는 깊은 슬픔과 체념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아무것도 없구나.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물이 흐르진 않았지만, 그의 마음속은 그보다도 더 깊은 슬픔이 가득했다.


오마니… 내가 이렇게 무력하게 있던 동안, 당신은 병으로 떠나셨구나. 그는 속으로 오마니를 불러보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 대답 없는 침묵이 그의 가슴을 더욱 깊이 찔렀다.


도윤화의 결혼 역시 이제는 그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선택한 길을 막을 수 있는 힘도, 이유도 더 이상 없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


리진강은 고개를 숙이고, 오랜 시간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마니의 얼굴과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이제 그 기억들은 더 이상 그에게 위안을 주지 못했다. 그저 깊은 상실감과 함께 그를 짓누를 뿐이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그는 속으로 자문했다. 하지만 그 질문의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모든 것이 끝나버린 이 순간, 리진강에게 남은 것은 체념뿐이었다.


리진강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서명호의 집 앞에 도착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끝없는 혼란과 슬픔이 뒤섞여 있었다. 오마니의 죽음, 도윤화의 결혼… 모든 것이 자신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혼자 이 고통을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서명호를 찾아왔다.


문을 두드리자, 서명호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의 얼굴에는 변함없는 따뜻한 미소가 떠올랐다. "진강 동무, 무슨 일로 왔나?" 서명호의 차분한 목소리가 리진강의 귓가에 울렸다.


리진강은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는 서명호를 바라보며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가슴속에 쌓였던 모든 감정이 터져 나올 듯했다. "오마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는 조용히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서명호는 아무 말 없이 리진강을 안으로 이끌었다. 그는 리진강을 작은 의자에 앉히고, 조용히 그의 곁에 앉아주었다. 리진강은 서명호의 앞에서 조용히 흐느꼈다. 모든 것을 잃은 듯한 공허함과 혼란이 그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서명호는 잠시 리진강의 눈물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누구나 마음속에 어두운 지하실이 있네, 진강 동무."


리진강은 눈물을 닦으며 서명호의 말을 조용히 들었다.


"그 지하실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곳일세. 우리는 살아가면서 그 어둠을 외면하려고만 하지. 그저 방관하고 무시하면, 그 어둠은 점점 짙어질 뿐이야." 서명호는 잠시 멈췄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하지만, 우리가 용기내어 그 지하실로 내려가 불을 켜야 할 때가 있네. 어둠 속에 갇혀 있지 않으려면 말이지."


리진강은 조용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서명호의 말은 어둡고도 따뜻하게 그를 감쌌다.


"혼자 내려가는 것이 무섭다면, 누군가의 손을 잡으면 되네." 서명호는 리진강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리진강은 서명호의 따뜻한 손을 느끼며, 점점 가라앉는 마음속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떨쳐냈다. 혼자가 아니다… 그 단순한 사실이 그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서명호 동지'라 부르는 것이 어색해졌다. 그의 곁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그를 위로하는 말들은 그를 그저 동지로 보이게 하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서명호가 아닌, 자신의 길잡이이자 지지해주는 할아버지처럼 느껴졌다.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리진강은 조용히 말했다. "이제야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습니다."


서명호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놓았다. "오늘의 아픔도 결국 지나갈 걸세. 시간이 지나면, 자네도 다시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리진강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서명호도 함께 나왔다. 그들은 리진강의 집까지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 앞에 다다르자, 서명호는 리진강에게 말했다.


"내일의 우리는… 오늘의 우리와 달라져 있길 바란다."



작가의 말


리진강은 서명호, 아니 이제는 ‘할아버지’라 부르는 그의 손을 통해 작은 위로를 얻었지만,

그의 앞에 놓인 길은 여전히 불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