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계엄령이 선포된 그 다음날 아침, 도시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했다. 평소 같았으면 출근하는 사람들로 붐볐을 거리와 지하철역이 고요했다. 군인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고, 그들의 무표정한 얼굴이 긴장감을 더했다. 전날 발표된 계엄령과 함께, 오늘부터 전 국민이 기억재단술을 받아야 한다는 정부의 명령이 내려졌다.
라디오와 TV에서는 계속해서 같은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국민 여러분, 오늘부터 기억재단술이 의무화되었습니다. 모든 국민은 지정된 센터로 출두해 기억 재단을 받아야 합니다. 저항하지 마시고, 모두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고개를 숙인 채 침묵 속에서 걸었다. 기억재단술을 받으러 가는 이들 중에는 불안한 표정을 지은 사람도 있었고, 이미 체념한 듯 무덤덤한 얼굴도 있었다.
정부는 도심 곳곳에 기억재단술을 받을 수 있는 센터를 설치했다. 센터 안으로 들어가면 군인들과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재단사의 지시에 따라 차례차례 이름이 불리면, 사람들은 작은 방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방 안에는 냉철해 보이는 기계가 중앙에 놓여 있었고, 의료진이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기억은 안전하게 재단될 것입니다. 고통은 없으며, 절차는 금방 끝납니다.”
의자에 앉은 사람은 기계에 연결된 헤드셋을 쓰고 눈을 감았다. 기계는 약간의 진동과 함께 작동했고, 짧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재단되었다. 절차를 마친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과거의 걱정이나 고통스러운 기억은 13세의 마음에는 사소한 것이 되었다. 그들은 잠시 혼란스러워하다가도, 곧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웃음을 터트렸다.
작가의 말
과거를 지우고 13세의 순수함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모두에게 평등한 행복을 줄 수 있을까요?
이제 사람들의 마음은 다시 웃음을 찾았지만, 그 웃음 뒤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일지 알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