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한 송이의 하얀 장미꽃이
좁은 공간 속에 갇혀 있다.
창백한 그 꽃은 위태롭게 꽂혀 있고,
한없이 연약해진 마음에 그것이 맺혀
작은 유리병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네.
바람은 문턱에서 멈추고,
햇살마저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런데도 꽃은, 희망을 품고 있는가.
여전히 활짝 피어 있는 그 꽃,
시선은 오래도록 그 위에 머물렀다.
가슴 한 켠에 금이 가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속삭임—
“이토록 여린 것도 살아낸다.”
「하얀 정물」은 한 송이의 하얀 장미를 중심으로, 정물 속에 담긴 감정의 결을 조용히 응시한다. 좁은 공간에 갇힌 장미는 창백하고 위태롭지만, 여전히 피어 있다. 그것은 움직이지 않지만, 살아 있다. 시인은 그 정적인 풍경 속에서 감정의 흔들림과 존재의 고요한 저항을 포착한다.
바람은 문턱에서 멈추고, 햇살마저 무겁게 내려앉는다. 이 풍경은 마치 감정이 흐릿해진 순간, 혹은 시간이 멈춘 내면의 정적처럼 다가온다. 그 속에서 장미는 피어 있다. 시인은 묻는다—“그런데도 꽃은, 희망을 품고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의문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의미를 되묻는 철학적 시선이다.
시선은 오래도록 그 꽃 위에 머물고, 가슴 한 켠에 금이 간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속삭임— “이토록 여린 것도 살아낸다.” 이 한 줄의 속삭임은 시 전체의 정서적 반전이다. 여린 것, 갇힌 것, 창백한 것—그 모든 존재들이 말없이 피어 있음으로써 살아낸다. 시인은 그 여림 속에서 강인함의 본질을 발견한다. 그것은 소리치지 않고, 흔들리지 않으며, 그저 존재함으로써 저항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시 속 반복되는 “그것”이라는 표현은, 시인이 의도적으로 남겨둔 의미의 여백이다. 그것은 정의되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 각자가 자신의 감정, 기억, 혹은 삶의 조각을 담아 넣을 수 있는 내면의 그릇이다. 시인은 말하지 않고, 바라본다. 그리고 그 바라봄 속에서, 독자는 자신만의 “그것”을 발견하게 된다.
「하얀 정물」은 설명하지 않는 시다. 대신, 느끼게 하는 시, 질문을 남기는 시, 여백을 건네는 시다. 시인은 말없이 말한다— “이토록 여린 것도 살아낸다. 그리고 그 여림은, 각자의 방식으로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