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

by 차주도

허세 虛勢


천안에 사는 친구
서울에 볼 일이 끝났다며
얼굴 보고 싶다고
불현듯 전화가 온다.

지하철 두고
굳이 택시에 내린 친구는
이미 전작 前酌이 있어
만나자마자 노래방 가자며 종용 慫慂한다.

내키지 않는 노래방보다
허심탄회 虛心坦懷한 이야기가 어울리는
공간이 넓은 썰렁한 호프집에서 대접 待接을 하니
억지로 견디는 모양새의 시간이 흐르다
한 무더기 남녀 등산객들이 옆자리를 차지하자
‘반갑다며, 나도 등산마니아’라며
주인장에게 호프 열 잔을 올리란다.

못내 감춘 객기 客氣에
어이가 없어
“너 한 달 수입이 얼마나 되냐?”라고 물으니
잠시 머뭇거리더니
“너 시인 詩人이 맞냐?”라고 응수 應酬한다.

난 누구를 만나도
소중한 돈을 쓸 때는
쓸 가치가 있는지
한 번쯤 생각을 하고 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만
헛되이 쓰는 돈이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지
그것이 배려 配慮라고 다잡자

친구의 눈에 이슬이 맺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