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큐레이터 -신가영-
“Interview Question”
1. 갤러리 오브제후드의 큐레이터 신가영 시스터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 저는 부산에 위치한 오브제후드 갤러리 소속 큐레이터 신가영입니다.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꿈꾸며 다양한 곳에서 경험을 키우다 오브제후드 갤러리를 만나 많은 작가님들과 좋은 전시를 통해 다양한 큐레이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큐레이터란 직업이 친근하신 분도 있으시고 낯선 분도 계실 텐데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갤러리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작품 및 기획 등 관련된 모든 업무를 도맡아 진행하는 사람입니다.
2. 가영 시스터가 기획한 전시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전시회가 있을까요?
올해부터 전시 서문을 길게 쓰기 시작했어요. 늘 전시 서문을 길게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올해는 특히 개인전이 주를 이루었기에 많은 분들께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전시를 통해 소통을 지속적으로 던지고 싶었어요. 갤러리와 관객, 관객과 작가의 소통이 될 수도 있지만 관람객 그들만의 소통을 만들기도 원했어요. 그래서 그 시작점이 23년 1월 김지선 작가님의 ‘일월(日月)과 함께 춤을(Dancing with the sun and moon)'이라는 전시였어요. 이 전시회는 마음에 드는 전시회 명이기도 하고, 문득 떠올랐어요. 제가 언급하지 않았지만 모든 전시가 뜻깊고 무엇보다도 함께 해 주신 작가님들이 너무 좋아서 감사한 마음이 컸어요. 이 자리를 빌려 꼭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미술계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모든 작가님들을 언제나 응원하겠다는 말도 전하고 싶어요.
3. 가영 시스터는 보통 어떤 주제를 가지고 전시회를 기획하세요?
대체적으로 근원적인 주제를 가지고 사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 것 같아요. 삶과 죽음, 사랑, 이별, 생명, 물, 자아 등의 주제들이 저에게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주제들이에요. 그 중 사랑은 제 인생에서 너무도 중요한 요소이기에 ‘감춘(酣春) 사랑’ 전시명과 전시 서문을 작성할 때는 행복했어요. 사실 2-3장 분량으로 마구 쓰고 싶기도 했는데 서문의 경우 너무 길면 흥미와 가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 장에 담아내기 위해 고민도 많이 했답니다. 이렇게 서문을 길게 쓰다 보니 스스로가 여전히 참 많이 부족하구나도 깨달았던 것 같아요.
4. 매번 전시를 기획할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것 같아요.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으세요?
평소에도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라 접하는 모든 것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해요. 영화, 드라마, 음악, 책 등 예술 속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멍 때리거나 사색할 수 있는 거리가 주어졌을 때인데 그게 가장 잘 이루어질 때가 음악을 들으며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예요. 노랫소리로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고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 제게 많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도 영감을 많이 받아요. 이상하게 같은 말일지라도 활자로 표현되어 있는 것에서 더 많은 것을 느껴요. 그래서 글 쓰는 걸 좋아하고 글이 가진 힘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주로 읽는 책의 장르가 소설이다 보니 표현력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펼쳐지는 세계관들이 무한한 영감을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번뜩 날 때에는 메모장에 짤막하게 키워드를 적어두거나 노트북을 켜고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릴 때도 있어요. 막힘없이 술술 써지는 순간을 경험할 땐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5. 가영 시스터가 갤러리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느끼는 냄새는 어떤 냄새인가요?
공간마다 지닌 특유의 향이 있는데 제가 일하는 곳은 정원과 인접해 있어서 자연의 향이 많이 느껴지는 편이에요. 자연과 늘 가까이 있다 보니 계절마다 느껴지는 공기의 향기도 달라지고 빛의 방향, 기울기, 색감 모든 것이 그대로 느껴져요. 그리고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페인트 냄새, 핸디코트 냄새, 프린트 잉크 냄새, 시트지의 접착면의 냄새 등 화학적인 냄새를 많이 느껴요. 사실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저로서는 목업 작업을 해보았기에 화학적인 냄새가 그리 낯설지만은 않았어요. 오히려 익숙하고 편안했던 것 같아요. 준비가 끝나고 오픈하기 직전에 청소를 마치고 나면 희미하게 남아있는 화학물 냄새와 공기가 머물러있어요. 그 냄새를 맡으면 비로소 새 전시 오픈이 다가왔음을 실감해요. 오픈 준비를 마치고 둘러볼 때면 공간의 풍경에 따라 작품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이 매번 달라진다는 점은 참 신기해요. 전시를 오픈하고 나서는 날씨에 민감해져요. 저는 비 오기 전의 꿉꿉하고 습한 향을 잘 알아차려요. 어딘가 창고에서 날 것 같은 먼지 냄새와 촉촉하게 젖은 흙냄새가 어우러진 향이 날 때면 비가 오겠구나 생각하고 공간의 습도를 신경 써요. 작품이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여름과 같은 장마철이면 걱정이 많이 되는 편인 것 같아요. 제 스스로도 습도 때문에 생기는 곰팡이를 좀 신경 쓰다 보니 습도를 많이 걱정하는 것 같아요. 어떤 날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문을 열어 킁킁 공기의 냄새를 맡은 적도 있어요.
6. 10년 뒤 지금의 오브제후드에서 느껴지는 향기를 맡는다면 어떤 감정이 떠오를까요?
제게는 가을 공기의 향이 특별해요. 가을에 소중한 사람과 이별한 경험도 있고 미세하게 공기의 향, 빛의 색감, 하늘의 모습이 달라지는 계절이고 그 변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어 굉장히 좋아하는 계절이기도 해요. 일하는 곳에서의 가을 역시 빛의 온도, 색감, 기울기, 조금 차가워진 듯한 공기의 냄새까지 잘 느낄 수 있어요. 가을 공기는 그리움, 슬픔, 해방감, 쓸쓸함 등 주로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오지만 결국 그 또한 사랑하게 돼버려요. 저에게 있어 향은 그리움의 감정이 크지만 그 그리움이 슬프고 아련할지라도 부정적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 기억이 결국 누군가에게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새로운 시작점이 되어주기도 하니까요.
7. 앞으로 큐레이터 신가영은 어떤 전시회를 기획하실 건가요?
큐레이터로서 앞으로의 삶은 관객들에게 지속적으로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싶어요. 친근하게 다가가 휴식을 선사하는 것도 좋지만 때론 소소한 주제의 화두를 던짐으로써 함께 온 지인이나 관객 간에 묘한 유대와 소통이 형성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미디어와 매체가 많아질수록 점점 스스로 사고하는 법을 포기하고 쉽게 휩쓸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속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사고하는 법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묻고 답하며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야 해요. 그리고 그 정답은 한 사람의 가치관이나 신념이 될 테고요. 그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길에 자그마한 도움이 되고 싶어요. 함께 토론하고 감상을 나누면서 각자가 지닌 세계를 공유하기를 바래요. 그로 인해 서로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타인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고가 확장되는 과정을 전시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