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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디자이너 Dec 20. 2023

엄마와 나


중국에서 혼자 출산을 했다. 아기가 뱃속에서 나오는 순간,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가? 간호사는 탯줄을 자르고 아이를 바로 내 배 위에 올려놨다. ‘치치야, 내가 엄마야. 우리 아기 엄마 뱃속에서 나오느냐고 고생했어. 우리 앞으로 잘해보자. 언제나 너를 사랑해.‘

중국은 모자 동실을 한다. 10시간의 출산의 고통을 겪고 나서 쉼이고 뭐고 없이 바로 모유 수유를 했다. 아기는 젖을 빨지 않았다. 유축기를 가져오지 않아서 내가 가슴 마사지를 했다. 아기의 산소 포화도 수치가 평균보다 낮아서 간호사들이 1시간 간격으로 병실로 왔다.

한국 드라마나 책을 보면 출산하고 엄마에 대한 감사함에 대해서 많이 얘기한다. 나는 모자 동실로 바로 아기를 돌봐야 했으므로 출산하고 나서 더 정신이 없었다. 자연분만이라서 출산 직후가 더더욱 아팠다. 남편은 간호사에게 질문이 많았다. 내가 통역을 해줬다.

간호사는 아기의 상태에 대해서 얘기해 준다. 다시 중국어를 한국어로 혼자 통역한다. 나는 쉬고 싶었고 엄마를 생각할 그럴 여유가 없었다. 황달에 산소 포화도 수치가 낮은 치치밖에 생각이 안 났다. 산소 포화도를 한국어 사전에서도 찾아보고 중국어 사전으로도 찾아봤다.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단어.


출산하고 집에 와서 미역국을 끓이면서 엄마 생각을 했다. 엄마는 아기 넷을 출산했다. 이 힘든 일을 네 번이나 했을 젊은 새댁의 엄마가 안쓰러웠다. 고맙고 미안했다. ’ 출산하면 다들 엄마 생각 먼저 한다던데.. 나는 엄마 생각이 안 났는데.. 내가 잘 못된 것일까? 이기적인 것일까? 나는 왜 다른 한국 엄마들하고 다른 거지?’

모유를 먹이면서, 잠자는 아기를 보면서 종종 엄마 생각을 했다. 아기들을 재우고 하루를 마감하는 엄마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때는 육퇴라는 단어도 개념도 없었을 텐데. 내일 네 아이들을 먹일 아침을 준비하지는 않았을지. 조금은 쉬어도 되었을 텐데.

고단했을 엄마의 하루.


몇 년 전에 미국 친구가 한국에서 출산을 했다. 미국 엄마는 출산한 딸을 보기 위해 14시간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왔다.

내 친구는 엄마가 와서 좋았지만, 사실은 갓 태어난 아기와 우리 부부 이렇게 오롯이 셋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 셋만의 시간을 갖고 엄마가 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어머, 어떻게 엄마가 생각이 안 날 수가 있지? 미국 사람이라서 그런가? 출산하면 엄마 먼저 생각하는 거 아닌가?‘. 영화에서 책에서 그렇게 알려줬기에 나는 막연히 출산과 엄마는 하나의 세트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 당시엔 내 친구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나도 아기를 낳고 보니 그 마음이 이해가 갔다. 이제 우리 셋만의 어떤 의미가 존재하고 있음을.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나는 엄마의 탯줄로부터 잘려 나갔다. 엄마의 탯줄은 나에게서 내 아기로 이어져 갔다. 출산하고 내 아이를 먼저 생각한 나를 엄마도 엄마의 엄마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 엄마가 된 딸이지만 마음은 늘 엄마의 그늘 안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 같다. 이제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손을 잡는 내 아기에게 내가 그런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젊은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우리 아기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엄마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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