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별게 다 힐링되는 나
평일
매일 새벽 5시 20분에 일어나 부엌에서 가장 어두운 불 하나만 켜둔 채 반쯤 눈을 감고 출근 준비를 합니다. 4살 둘째 등원 1등, 9살 첫째 등교 1등으로 시키고 1시간 20분 내내 서서 멀리 떨어진 회사로 갑니다.
오전 내내 긴 회의를 마치면 내가 자리에 돌아오기만을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을 한 명씩 만나요. 그러고 나서 퇴근직전까지 끝내야 하는 보고서를 만들고 야근을 해요.
바쁜 하루가 유일하게 좋은 단 하나의 이점이 있는데 기다리지 않아도 토요일 아침이 금세 돌아온다는 거예요.
회복본능으로 금요일 저녁은 아이들과 늦게까지 노느라 밤 12시가 넘어 잠들지만 토요일 아침, 일요일 아침은 알람 없이도 눈이 떠져요. 신기하게도.
고요하고 단정한 마음
평일의 쉴 틈 없이 깜깜한 겨울 새벽에 느낄 수 없는 것.
따뜻하고 밝은 햇살이 비치는 나무 식탁의 멋진 갈색과 반짝이는 그릇들. 이른 토요일 아침, 아이들 숨소리만 있는 고요하고 조용한 내 공간에서 온전히 평안한 안식을 느낍니다.
사람들마다 쉼을 느끼는 이유가 다 다르듯 저도 이 작은 부엌에서 몸과 머리와 마음이 편해짐을 찾았어요. 내가 무엇에서 쉰다는 감정을 느끼는지 비로소 알게 되니 자꾸 이른 아침에 혼자 시간을 보냅니다.
고요하고 단정해지는 온전한 내 시간, 그 작은 이유인 듯해요. 나를 집중하다 보면 나를 위해 시간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모하지? 이 고민을 하는 게 참 기분 좋습니다.
나무 그릇
가만히 햇살 든 벽을 쳐다보고 있으니 나무 그릇들이 이렇게 이쁠 수 없어요. 왜 그동안 캠핑 갈 때만 쓴다고 저 짐 속 안에 넣어놨는지.
눈앞의 그릇 자리들을 바꿔놓고 있어요. 아끼지 않고 그릇장의 그릇들도 옮겨두고, 캠핑짐 속에 있던 나무 그릇들도요.
지금 가장 좋아하는 걸로 내 주변을 바꿔보세요.
매일매일 쓰는 식기들은, 갓 세척기에서 나온 순간 뽀득뽀득 정말 힐링 돼요. 참 별게 다 행복한 나입니다.
작은 부엌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것
별것 아닌 일상이고,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는 순간이지만 나 스스로에게 힘듦의 감정을 잊게 해주고 다시 본연의 나에게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과 장소라면 그곳이 부엌이든 침대 위이든 문밖이든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보려 합니다.
그래야 다시 시작되는 새벽을 힘겹지 않게 잘 버티며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은 월요일이지만 금세 또 토요일이 돌아오니 오늘도 잘 지나가봅니다.
조용한 작가생활
따뜻한 봄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