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도착한 것은 쥐들 뿐이었을까?
※ 이 글은 영화와 사회에 대한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먼저 영화를 간추리자면 인간과 동물이 협동하고 성장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이다. 귀여운 캐릭터와 뛰어난 OST에 요리라는 소재를 얹어 창의성과 예술성 모두 인정받았고 이후 요리를 주제로 하는 여러 콘텐츠들에 까지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영화 밖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이 영화의 개봉연도는 이라크 전쟁(2003년-2011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2001년-2021년)이 한창이던 2007년이다. 미국의 에너지패권 전략에 따라 중동지역은 전쟁터가 되었고 중동의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의 터전을 떠나야만 했다. 영화는 이 시기에 유럽으로 흘러 들어온 한 무리의 사람들에 대한 우화이다. 유럽인들에게 존재 자체로 차별당하고 언어적 소통도 원활하지 못했던 이슬람 난민들이 바로 이 영화의 생쥐들이며 이 영화는 바로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다.
개봉연도 만으로 생쥐가 이슬람 난민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아니다. 생쥐들은 생활양식 또한 비슷하게 커다란 ‘공동체’가 한 가족처럼 생활한다. 레미의 아버지는 레미가 쥐약이 묻은 음식을 후각으로 가려내어 공동체에 공헌하는 삶을 무엇보다 가치 있다고 여긴다. 레미는 자신의 첫 버섯요리를 완성시킬 재료로 이슬람 전통 향신료인 ‘사프란’을 찾아 집으로 들어간다.
할머니집에서 레미는 5성 레스토랑 셰프 구스타프의 다큐멘터리를 보게 된다. “네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겁내지 않으면 누구든 요리할 수 있다.”라는 그의 말에 레미는 자신의 출신성분 때문에 요리에 대해 꿈도 꾸지도 못하고 있었던 현실로부터 구원받는다. 레미에게 구스타프는 말씀을 내려 주신 ‘성인’이다. 그러나 바로 다음 장면에서 레스토랑은 평론가의 비평을 받아 별점이 하락했고 구스타프는 죽었음을 알게 된다. 이제 프랑스는 단순한 이국에서 성인이 박해받고 숨을 거둔 ‘성지’로, 구스타프의 말씀인 요리책은 ‘꾸란’으로 각각 치환된다. 때문에 레미는 할머니의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통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성서를 챙겨 달아나 빗물을 타고 ‘보트피플’이 된다.
미국은 오랜 기간 지속되는 전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난민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가만히 두었다가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거나 미국의 의지에 맞서는 세력에 이용될 잠재적 위험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된 방법이 유럽에서 난민들을 흡수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유럽 또한 늙고 오랫동안 정체된 사회에 젊고 값싼 노동력이 보충되기를 원했다. 그렇게 미국은 UN을 통해 인도적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난민지원기금을 보냈고 유럽은 그 돈으로 난민에게 국경을 개방했다.
레미는 피난 중 파리로 떠내려와 구스타프의 레스토랑에 도착한다. 그러나 가게 간판은 별 5개 중 3개에만 불이 들어와 있다. 서구 유럽사회에서 중요한 숫자는 ‘3’이다. 성부, 성자, 성령 즉 ‘트리니티’를 의미하며 이곳이 기독교의 영역임을 암시한다. 이슬람 문화에서 중요한 숫자는 ‘5’이다. 이들은 하루에 5번 메카를 향해 기도를 올리며 이것은 이슬람 신앙의 핵심 가치인 ‘이슬람의 다섯 기둥’과 연결된다. 이슬람교가 유대교와 그리스교를 완성한 종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5개에서 3개로 줄어든 별은 그 지역의 영성이 쇠락했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이곳이 그들의 이념이 들어설 여지가 남아있는 공간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후에 영화는 이슬람 난민의 성공적인 유럽정착기를 보여준다. 레미는 유럽의 젊은이 링귀니를 ‘마리오네트’처럼 머리 위에서 조종하여 승승장구한다. 마리오네트는 ‘작은 성모마리아’라는 의미의 프랑스어에서 왔다. 종교교육을 위해 사용된 목각인형의 이름이 그대로 인형극의 이름으로 굳어진 것이다. 마치 유럽의 젊은이의 머리 위에 올라앉아 걷는 법부터 종교적 재교육에 성공한 이슬람인이라는 그림이 완성된다.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의 수는 2015년 전후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미국의 전쟁이 중동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랍의 봄(2010년-2011년)이나 리비아 내전(2011년-2020년)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또 이를 계기로 연쇄적인 후폭풍이 일었다. 이로 인해 난민이 향할 곳이 중동의 다른 지역이 아닌 유럽으로 선택지가 좁혀지면서 유럽의 관문 터키가 난민의 최대 경유지가 된다.
영화의 제목이자 평론가 안톤이고가 레스토랑에 방문했을 때 레미가 내놓은 음식 ‘라따뚜이’가 그 마지막 이정표다. 이 요리는 원래 프랑스 남부의 풍요로운 농업환경에서 남는 야채를 대충 썰어 스튜로 만들고 빵 위에 올려먹는 음식이다. 영화에 나온 얇게 썬 야채를 겹겹이 쌓아 올린 음식은 라따뚜이를 이슬람식 요리법으로 재해석한 콩피 비얄디라는 음식이며 [콩피 : 시럽이나 기름에 오랫동안 익히는 요리법] 이 요리의 원류는 터키의 이맘 비얄디 [이맘(이슬람 종교지도자)이 기절했다]에서 온다.
영화는 마지막으로 별 3개의 레스토랑이 결국 폐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떠오르는 아침햇살을 받은 간판의 별 5개가 모두 밤보다 더 밝게 반짝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