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의 의지ㅣ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

미국 히어로는 전염병과도 싸워 이긴다!

by 도쿄나무

※ 이 글은 영화와 사회에 대한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20년대 초반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았던 시기였다. 불행중 다행히도 백신이 비교적 단기간에 개발되었으나 그 신뢰성을 의심하는 목소리 또한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일본에는 ‘일하는 세포’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이 작품은 인간의 세포들이 의인화되어 각 세포의 기능과 역할을 흥미롭게 서술함으로써 시청자가 자연스럽게 생리학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제목을 내 나름대로 다시 짓는다면 이러하다. 스파이더맨 - 일하는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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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전작의 빌런 미스테리오가 스파이더맨의 정체와 조작된 악행을 세상에 흘리며 막을 연다. 이 허위 정보는 다시 개인방송인(효능을 알 수 없는 약들이 뒤에 전시하고 있는 사이버 렉커)에 의해 퍼트려지며 스파이더맨의 마스크를 벗겨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다. 선동에 휘말린 군중들이 스파이더맨의 '마스크'를 벗겨 스파이더맨의 정체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그로 인해 그와 그의 친구들은 지원했던 대학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고 바깥출입도 하지 못한 채 집안에 틀어박혀 TV로 사태를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된다.

첫 장면은 코로나 시대의 군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판을 치며 효과를 알 수 없는 건강보조제와 기상천외한 안티 바이러스 제품들이 세상에 나왔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그 자체로 위협이 되었고 학교 등 단체시설은 운영을 중지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주 첨예하게 대립했던 의견이 바로 마스크 착용에 대한 찬성과 반대였다. 마스크 착용에 반대하는 무리는 되려 마스크 착용자를 바이러스 보균자로 낙인찍어 마스크를 벗기려 했다.

스파이더맨은 사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의 아지트로 향한다. 그곳에는 닥터의 동료 마법사 웡이 잘못 만든 차원문이 닫히지 않아 집안이 온통 눈에 덮여 있다. 타노스에 의한 인류 절반 증발사건의 영향으로 수프림 소서러 즉 ‘책임자’가 닥터 스트레인지가 아닌 ’ 중국인’ 마법사 웡으로 바뀐 상태에서 그가 뉴욕으로 추위 (Cold = 감기)가 들어오는 구멍을 만든 것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스파이더맨을 돕고자 시간을 되돌리는 주문을 만들었지만 계속되는 추가수정요청에 마법이 실패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스파이더맨은 그와 친구들이 지원했던 대학의 총장을 직접 만나 사태를 해결하고자 공항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실패한 마법의 영향으로 차원을 넘어온 닥터 옥토비우스와 조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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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이 향하던 곳은 'Airport'로, 이는 공기가 드나드는 곳 즉 인간의 기관지를 의미한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법이 정부의 코로나 대책처럼 계속되는 완화요구에 실패하면서 이 길을 닥터 옥토비우스가 거슬러 들어오게 된 것이다. 닥터 옥토비우스는 수많은 기계 문어다리로 걸어 다니며 자동차들을 폭파시키고 길을 엉망으로 만든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돌기모양 스파이크 단백질로 인체에 결합하고 공격하는 모습이다.

이후로도 다양한 빌런들이 영화에 등장하는데, 이번 스파이더맨의 특징은 이전까지의 모든 시리즈들과 다르게 빌런을 무찌르는 것이 아닌 백신으로 치료함으로써 세상이 구한다는 것이다. 제일 먼저 치료되어 주인공과 함께 다른 빌런들을 제압하는 것이 닥터 옥토비우스라는 점도 백신의 생성원리를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다. 다른 빌런들 또한 그들의 고유 특성으로 코로나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으며 특히 녹색의 빌런은 바이러스 확산에 직접적인 원인물질과 관련이 깊다. 이는 녹색이 역사적으로 독을 의미하는 색으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인데, 18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중독사망의 원인물질이 당시 유행했던 비소기반의 녹색 염료였음이 밝혀지면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리저드 : 초록색의 미끌거리는 도마뱀의 모습으로 하수도에서 발견되었다.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인간의 혀와 타액의 이미지와 연결된다.
그린고블린 : 날아다니는 타액으로 코로나 전파의 주원인으로 지목되었던 비말을 의미하며 영화에서도 가장 문젯거리이다.
가짜뉴스 : 거짓정보를 퍼트리던 개인방송의 배경색과 광고하던 영양제가 모두 녹색으로, 코로나 시대를 혼란하게 만들었던 또 하나의 빌런으로 지적하고 있다.
샌드맨 : 더러움에 대한 공포. 코로나 사태 이후로 서구사회에 실내 신발 벗기에 대한 논쟁이 일어난 것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렉트로 : 전기를 다루는 빌런으로 코로나 감염에 의한 극심한 통증을 연상시킨다.

스파이더맨의 노력에도 메이 고모가 빌런들의 난동에 의해 죽게 된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연신 "Catch my breath(숨을 좀 고를게)"라고 말한다. 이는 코로나에 감염되어 호흡이 어려운 코로나 환자를 연상시킨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기대를 모았던 부분은 빌런뿐만 아니라 스파이더맨 역시 다른 차원에서 넘어와 함께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었다. 3명의 스파이더맨은 각자가 백신을 만들어 빌런들에 대항한다. 이는 즉 미국의 백신 개발사들을 연상시킨다. 중국이 퍼트리고 세상이 억까해도 미국의 용감한 제약회사들이 세상을 구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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