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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동

by 이대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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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역 3번 출구를 나와 마을버스 9번을 타고 백련교에서 내리면, 서대문 홍제천과 홍제 폭포, 폭포 카페 그리고 안산 자락길이 따뜻하게 맞아준다. 높은 빌딩도, 아파트 숲도 없지만, 마치 고향에 온 듯한 포근함과 평온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이 모든 공간은 누군가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익숙함과의 결별, 발상의 전환-홍제 폭포를 바라보며 떠오르는 생각이다. 그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실현해낸 리더,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의 노력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들의 신념이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바꾸어 간다.


무장애 안산 자락길, 홍제 폭포와 폭포 카페, 어떻게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왔을까? 이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것은 폭포와 카페다. 소음으로 시끄러운 내부 순환도로 아래에 카페를 만들고, 홍제천이 흐르는 맞은편 절벽에 인공폭포를 설치했다.


상상조차 쉽지 않은 공간이 이제 휴식과 소통의 장소가 되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어울리고, 지역 주민뿐 아니라 외지 사람들도 찾는 이곳은 이제 지역공동체를 넘어선 글로벌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더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오늘도 나는 홍제 폭포, 안산 자락길, 홍제천을 걷는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홍제동처럼 조금만 걸어도 갈 수 있는 곳이 많은 동네는 축복이다. 이웃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처음 보는 사람과도 다정하게 인사를 건넬 수 있는 곳. 공동체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요즘 자고 일어나면 ”억“ 소리가 난다고 한다. 일부 지역 서울 아파트 값 오르는 소리다. 그저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니다. 집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1인 가구와 노년 부부 단독가구가 늘고, 지방에서 서울로의 쏠림 현상, 자재 값 인상 등 집값이 상승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평생을 일해도 어려운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오래 전 단독주택이 좋아 이사를 왔지만 공시지가가 낮아 주변 아파트 시세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다가 피식 조금은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넓은 도로, 수없이 오가는 차들, 아파트가 주는 편리함은 분명 있지만,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공간에서는 사람 내음이 사라진다. 개발을하더라도, 홍제동 같은 소중한 동네의 좋은 것들은 오래도록 잘 보존되고 지켜지기를 바래본다. 홍제동은 사람 내음이 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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