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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춤

by 이대발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마태복음 23장 12절의 이 말씀을 읽는 순간, 나의 부끄러운 모습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겸손하자고, 교만하지 말자고 수없이 다짐하면서도, 내 언행은 때때로 그 다짐과는 반대로 흐를 때가 많다.

기도의 자리에서도 진정한 반성과 감사보다는, 내 세속적인 바람을 늘어놓는 일이 더 많다. 더 경청하고 공감하자고 마음먹지만, 상대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끼어들어 말을 하곤 한다.


물질에 무관심한 척하지만,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향해, 욕심을 부리며 살아간다. 과거의 성취를 자랑하고 나를 드러내며, 이미 받은 축복에는 감사하지 못한 채, 더 많은 것을 원하고, 나눔도 부족하다.

"낮추는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저 겸손한 말투나 태도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정한 낮춤은 마음의 중심을 바꾸는 일이다.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다른 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자랑하기보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며, 더 많은 것을 바라기보다 이미 받은 것들에 감사하는 삶이 아닐까?

낮추는 삶은 결코 나를 작게 만드는 삶이 아니다. 오히려 더 넓은 마음을 품게 하고, 더 깊은 관계를 맺게 하며, 더 큰 사랑을 실천하게 한다.


나는 아직 너무도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 부족함을 인정하는 순간, 진정한 낮춤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낮춤 속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높아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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