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수백만 달러를 버는 법-감독: 팟 부니티팻
뻔한 제목이지만 그래도 호기심이 가는 제목이다. 할머니의 죽음과 돈. 제목만 보면 할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가족들이 돈으로 인해 싸우지만 결국 누군가는 수백만 달러를 벌게 되는 이야기인가 추측하게 된다. 서로 돕고 사랑해야 할 가족들이 돈 때문에 멀어지고 싸우는 일들이야 있어서는 안 되지만 흔하게 볼 수 있는 일. 가족 간에 돈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알고 있지만 정작 무엇인지, 특히나 부모님들이 진정 자식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마음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수백만 달러를 버는 법'이라는 영화는 부모가 자식에게 가장 바라는 것이 시간이라는 것, 가족 간에 돈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임을 생각하게 한다.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이 단순히 온종일 함께 한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냄새를 인지하지 못할 만큼 오래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나 공감이 가면서도 어쩌면 나 자신이 지금까지 가장 못했던 것이라 가슴 깊이 와닿았던 것 같다. 특히나 명절 때 찾아뵈어도 바쁘다고 금방 집에 왔던 일들이며,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찾아뵙지 못했던 시간들까지 참으로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부끄러우면서도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감동을 주는 영화이다.
게임 방송 캐스터를 한다고 대학까지 중퇴한 엠(빌킨 푸티퐁 아씨라타나쿨)은 온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집에서 게임에 빠져 있다. 그런 엠에게 엄마는 할머니(우샤 세암쿰)가 산소에서 다친 후 치료하는 과정에서 4기 대장암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찾아가 보라고 한다. '시간이 돈이다'라고 생각하는 엠은 자신을 고용하는 것이냐며 할머니 집을 찾아가게 되고, 특히 사촌 무이가 할아버지를 간호하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집을 상속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도 할머니를 간병하는 일을 하고자 한다. 특히 할머니가 살고 있는 집이 돈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자신도 할머니를 간병하며 집을 물려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손자의 이런 생각을 모르지는 않았기에 자신을 찾아온 손자에게 살가운 말보다는 차갑게 대우하고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할머니, 그래도 1년밖에 남지 않은 암이라는 말을 듣고는 엠과 살기로 한다. 그런 엠은 새벽에 일어나 할머니 죽 장사하는 일을 돕기도 하고, 할머니가 항암치료를 할 때 함께 병원에도 가고, 할머니가 재미있게 웃을 수 있도록 휴대폰에 앱을 깔아주기도 하고, 카드를 치기도 한다. 그렇게 할머니와 지내며 할머니가 가족을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엠은 아니었지만 주말에 가족들이 할머니를 찾아와 같이 밥을 먹었다는 것, 그 시간을 할머니는 기다리며 자식들을 가지 않게 하려고 카드를 함께 치자고도 했다. 그러나 첫째 아들 끼앙 삼촌은 돈을 많이 벌었지만 딸의 학원 때문에 빨리 가려고 하고, 둘째 소이 삼촌은 온전히 자리를 못 잡고 빚에 시달리고 있고, 엄마 역시 할머니의 간병을 도우려 하지만 할머니가 딸의 너무 힘들게 산다는 것을 알고는 딸이 자신을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을 힘들어한다. 결국 손자는 그런 가족들을 보며 자신 역시도 할머니의 유산에 관심이 있었지만 할머니를 돌보며 진정으로 할머니를 이해하고 시간을 보내며 관계를 맺어간다. 그렇게 할머니에게 정성을 쏟았건만 할머니는 결국 항암치료를 더 이상 해도 낫지 않는다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된다. 더 이상 나을 수 없다는 말을 들은 할머니에게 엠은 할머니는 누구를 가장 사랑하느냐며 할머니의 남은 집을 둘째 삼촌 소이에게 주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분노하며 할머니 곁을 떠난다. 그렇게 떠난 엠을 눈물로 보내는 할머니, 그런데 소이 삼촌이 할머니가 아직 살아계신 데도 물려준 집을 팔고 할머니를 요양원에 보냈다는 말을 듣고는 바로 할머니를 찾아가 자신의 집에 모시고 결국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정성스럽게 돌본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돌본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할머니가 손자 엠에게 큰 액수의 돈을 남긴 것을 알게 된다. 어린 시절 엠이 할머니와 계좌를 만들러 갔던 일이 있었는데, 그때 할머니에게 자신을 위해 저금을 해달라고 했었다. 할머니가 돈을 왜 모으고자 하냐고 물었을 때 엠이 할머니 집을 사주려고 한다고 했다. 결국 그 일을 떠올린 엠은 평소에 할머니가 가족묘가 아니라 자신이 죽은 후에도 가족들이 자신을 찾기를 바라고 자손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개인묘를 원했던 것을 떠올리고는 할머니의 개인묘를 사드린다. 할머니의 개인묘 위에 꽃을 뿌리고 가족들이 할머니의 묘를 모시며 영화는 끝이 난다.
순수한 의도는 아니었지만 할머니를 간병하기 위한 손자 엠의 솔직하면서도 할머니를 돌보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할머니 역시도 손자가 온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손자와 함께 먹고, 장사를 같이 하고, 더군다나 손자가 목욕도 시켜주고, 천천히 함께 길을 걸어가면서 진정 자신을 위하는 마음이 느껴지면서 정말 손자가 자신을 잘 돌봐주었다고 말한다. 경계심에 마음을 열지 않았던 할머니도 손자와 함께 지내며 돈보다도 더한 손자의 마음을 느끼지 않았을까?
사실 말은 안 했지만 무엇보다 자식들과 많은 시간을 할머니는 보내고 싶었다. 그런 자식들을 정말 많이 사랑했고 겉으로는 차갑게 대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으로는 자식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말로는 빨리 가야지 하면서도 더 있었으면 하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처럼 말이다. 가족들이 올 때 예쁜 옷을 입고, 카드도 치자고 하시고, 가족들이 오는 곳을 멍하니 바라보시면서 밖에서 기다리신다. 딸에게도 화를 내지만 사실 고생하는 딸이 안타까운 것이고,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 누구냐고 물어봤을 때 딸에게 너와 함께 시간을 같이 하고 싶었다는 말로 그 마음을 표현했다. 무엇보다 둘째 아들에게 자신이 집을 물려준 것도 독립하지 못하고 빚에 시달리는 둘째가 안쓰러웠던 것이다. 독립해서 잘 살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특히나 어머니가 쇠고기를 먹지 않는데 그 또한 첫째 아들이 아파서 그 아들 때문에 쇠고기를 다시는 먹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그토록 할머니가 개인묘를 원했던 것도 자손들이 잘 되기를 비는 마음. 특히 자신의 묘를 가꾸며 가족들이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던 것 같다. 자식들 또한 어머니의 마음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뒤늦게 깨닫는다는 것, 그래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의 묘에서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며 그래도 이 가족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더군다나 엠이야말로 진정한 어른으로, 가족들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번듯한 직업을 가지라며 할머니가 사준 반팔 와이셔츠를 입고 '할머니는 내 1순위야'를 외치며 할머니를 떠나보내는 엠의 모습에서 진정 할머니에 대한 사랑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서두에 얘기했던 시간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사촌 무이가 엠에게 했던 말이다, 할아버지를 간병하고 할아버지로부터 가족을 체치고 집을 상속받았던 무이에게 엠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무이가 어르신들이 진짜 원하는 것, 자기 자식들에게서 절대로 받을 수 없는 것이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할머니를 찾아갔을 때 무슨 냄새가 나느냐는 말에 제대로 말을 못 하자 그러면 오래 같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며 상대방의 냄새를 인지하지 못할 만큼 오래 같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간병을 할 때 할아버지 소변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간병하는 것, 시간을 함께 하는 것, 그 어느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무이는 그 일을 했다. 엠도 그 일을 했다. 행여 그 의도가 순수하지는 않았다 해도 그것을 통해서 진정으로 부모들이 원하는 것을 알았다는 것, 그것을 깨닫고 행했다는 것은 중요하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자식들이 절대 못하는 것이 시간이라는 말에 공감을 한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남기는 것, 함께 그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이야말로 진정 함께 한다는 것이고 가족인데 그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어쩌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없어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이런저런 것을 사주며 달래려 했던 것은 아닌지. 결국 소유물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 함께 했던 시간에 대한 기억은 영원하고 그 기억이 우리를 살게 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바쁘다는 이유로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너무나 후회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많은 시간은 아니더라도 자주 찾아뵙고, 전화도 드리고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도 헤아리며 시간을 보내야겠다. 부모님만이 아니라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과도 결단코 시간을 내는 일들을 아까워하지 않고, 기꺼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태국 영화를 자주 접하지 못했는데, 영화 속 풍경과 색다른 문화가 인상 깊다. 무엇보다 가족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기에 꼭 영화 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