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을 거머쥔 외노자

새로운 시작과 함께 찾아온 고민

by 파쿠

이직을 확정 짓고, 입사 전까지 한 달 동안 푹 쉴 수 있었다. 그 사이 2주간 한국에도 다녀오며 오랜만에 제대로 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고, 다시 외노자 라이프를 힘차게 시작했다.


나는 일본 대기업의 IP 콘텐츠 사업부 비즈니스 오퍼레이션 팀으로 이직했다. 이 부서는 자사가 보유한 IP를 기반으로 확장 하거나, 새로운 IP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영화, 드라마, 웹툰, 스포츠와 굿즈까지, 정말 다방면으로 IP를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속한 비즈니스 오퍼레이션 팀은 각 프로듀서들이 IP 확장・발굴 혹은 콘텐츠 제작・조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그 외의 모든 실무를 담당한다. 계약 체결, KPI, 주간 업계 동향 리포트, 정산, 시장 조사, 내부・외부 관계자들과 협의 및 조율 등, 말 그대로 전방위적인 운영 및 지원을 맡고 있다.


한국이 이제는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핵심 국가가 된 만큼, 어떤 장르든 한국과 비즈니스를 하는 팀이 많다. 그래서인지 사업부 내에도 한국분들이 몇 분 계신다.


높아진 연봉, 유연 근무제, 재택근무 가능, 그리고 하루 세끼가 모두 무료인 구내식당까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밤낮으로 촬영장을 뛰어다니던 예전과 비교하면, 삶의 질은 확실히 높아졌다.


그런데...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같은 사업부에 계시는 한국분들 중에 일본에 남고 싶어서 계속 머무는 분들도 있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려다 타이밍을 놓친 분, 이직에 실패한 분, 경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는 분들도 있었다. 나를 제외한 대부분은 30~40대였고, 이제는 일본 정착이 어느 정도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덜컥 겁이 났다.


나는 막연히 ‘돌아가고 싶을 때 돌아가면 되지’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걸 처음 실감했다.


한 번도 일본에 정착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과 1년에 한두 번 보는 게 아니라 그들이 내 일상의 한 부분이길 원한다. 금요일 퇴근 후 친구들과 소주 한잔, 주말 아침 부모님과 느긋하게 브런치를 먹는 그런 소소한 일상을 보내고 싶다.


아무리 세상이 글로벌해졌다고 해도, 결국 자국민과 외국인의 쓰임새는 다르다. 특히 모든 것이 보수적으로 흘러가는 일본에서는, 그 차이가 더 또렷하게 느껴진다.


처음 일본으로 유학을 온 것도, 여기서 커리어를 시작한 것도 모두 한국에서의 경쟁력을 쌓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나는 이직한 지 두 달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플랜을 세우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취업이 어려운, 스펙의 괴물들이 모여있는 한국 취업 시장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시간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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