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시를 쓰는 시대는 끝났다 (4/5)

4화 — 우리는 왜 인간의 고통을 더 믿는가

by Don Shin

우리는 인간의 고통을 더 신뢰한다.

같은 말이라도,

사람이 겪었다고 말하면 고개를 끄덕이고

겪지 않았다고 하면 의심한다.


눈물은 흘린 사람의 것이어야 하고,

상처는 몸에 남아 있어야 하며,

고통은 반드시 통과한 시간의 증거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인간의 고통은

언제나 ‘사실’에 가깝다.

반면 경험하지 않은 존재의 고통은

아무리 정교해도

‘재현’이라는 이름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우리가 믿고 있는 이 구분은

정말 경험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오래 반복해온

하나의 규칙에 가까운 것일까.


인간의 고통은

언제나 직접 겪은 이야기만으로

이해되어 왔던 것은 아니다.

소설을 통해,

타인의 고백을 통해,

뉴스 속 한 장면을 통해

우리는 수없이

겪지 않은 고통에 반응해왔다.


그 고통이 진짜처럼 느껴졌던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것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그 고통을

이해하는 법을 배워왔기 때문이다.


고통 역시 학습된다.

어떤 장면에서 울어야 하는지,

어떤 말 앞에서 멈춰야 하는지,

어떤 침묵이 아픔을 증명하는지.

우리는 고통을 느끼는 법뿐 아니라

고통을 믿는 법도 함께 배워왔다.


그렇다면 질문은

고통이 ‘있었는가’가 아니라

고통이 ‘인식되는가’로 옮겨간다.


AI의 문장이 불편한 이유는

그 문장이 고통을 겪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고통을 판별해온 기준을

정확히 통과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말하고 싶어진다.

저건 진짜가 아니라고.

그 말은 사실을 가리기보다는

기준을 지키기 위한 선언에 가깝다.


인간의 고통을 더 믿는 이유는

그 고통이 더 깊어서가 아니라,

그 고통만을 믿어야

인간이라는 이름이

안전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고통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통해

인간을 보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고통을 존중하는가,

아니면 고통을 통해 인간을 구분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