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울창한 숲 속에 도토리 마을이 있었어요.
이 마을에는 토끼, 다람쥐, 고슴도치, 너구리, 참새 같은 다양한 동물들이 살았고,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했죠.
누군가는 빵을 굽고, 누군가는 나무를 다듬고, 또 누군가는 병든 새끼 동물을 돌보았어요.
이들이 열심히 일해 받은 건 바로 황금 열매였죠.
이 황금 열매는 단순한 열매가 아니었어요.
집세, 밥값, 약값, 아이들 학용품… 마을에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생명의 열매였어요.
그런데 이 열매의 수를 정하는 건 누가 할까요?
매년 숲의 중앙 회의장에서 열리는 ‘황금 열매 회의’에서 세 부류의 동물들이 모여 열매 수를 정했어요.
일꾼 동물 대표들: 하루 종일 땀 흘리며 일하는 동물들의 마음을 모은 친구들이에요.
사용자 동물 대표들: 가게를 운영하거나 공장을 가진 부자 동물들이죠.
공익 위원이라 불리는 중립 위원들: 겉으로는 모두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다르게 행동해요.
회의가 시작되면 언제나 가장 먼저 말하는 건 부자 사용자 동물들이었어요.
큰곰 사장이 일어나 말했죠.
“요즘 가게가 너무 안 돼! 열매를 더 줄 순 없어. 지금도 너무 많아!”
여우 식당주인도 덧붙였어요.
“일꾼들에게 열매를 더 주면, 우리는 장사를 접어야 해요. 마을이 망해요!”
이 말에 공익 위원들이 끄덕끄덕 고개를 흔들었어요.
“아…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그럼… 이번에도 아주 조금만 올리는 게 좋겠군요.”
“마을이 망하면 안 되니까요.”
결국 결정된 열매는, 한 가족이 하루 세 끼도 제대로 못 먹고, 병원도 못 가고, 새끼 동물에게 신발 한 켤레 사줄 수조차 없는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이게 정말 마을이 망하지 않으려는 결정일까요?
그날 밤, 지혜로운 부엉이 박사가 오래된 책을 펼치며 마을 광장에서 말했어요.
“숲의 진짜 모습을 아는 자만이 진실을 말할 수 있지요.”
그리고 조용히 말했어요.
“숲의 가게 열 중 여덟은 혼자 일하는 자영 동물들이야. 즉,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스스로 일하는 동물들이 전체의 80%란 말이지.”
“직원을 고용해서 열매를 나눠줘야 하는 동물은 10마리 중 2마리뿐인데, 왜 항상 ‘모든 가게가 망할 거다’라고 말하는 걸까?”
“심지어, 그들 창고엔 열매가 산처럼 쌓여 있는데, 일꾼 동물들은 열매가 없어 굶거나 병원도 못 가고 있어요.”
숲이 조용해졌어요.
고슴도치 아빠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하루 종일 일해도, 우리 가족은 하루 두 끼를 먹기도 버겁습니다…”
다람쥐 엄마가 눈물을 흘렸어요.
“아이 신발이 다 떨어졌는데, 살 수가 없어요.”
참새 아이가 날개를 떨며 속삭였어요.
“내 동생은 열이 나는데… 병원에 데려갈 수가 없어요.”
부엉이 박사는 커다란 황금 저울을 광장 한가운데에 세웠어요.
왼쪽 저울에는 사용자 동물들,
오른쪽에는 일꾼 동물들.
처음부터 저울은 왼쪽으로 기울어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한 건, 공익 위원이라는 이름을 단 동물들이 매년 이 기울어진 쪽에 무게추를 더 얹고 있었다는 것이에요.
“공익 위원들이여, 여러분은 누구의 편입니까?”
“숫자만 보고, 진짜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으시나요?”
“누구를 위해 열매를 정합니까?”
마을 동물들은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열매가 너무 적으면 우리 삶이 멈춰요.”
“우리가 열매를 써야 가게도 살아나요.”
“열매가 돌면 마을이 숨 쉬고, 시장이 활기를 띠어요.”
사실 황금 열매가 늘면, 장을 보고, 물건을 사고, 아이들이 학용품을 사면서 서로가 서로의 손님이 되고,
이것이 도토리 마을 전체의 순환을 만들어 주는 거였어요.
그게 바로 경제의 숨결이었죠.
열매를 잠가두면 숨이 막히고,
열매를 나누면 모두가 숨을 쉬게 돼요.
그제야 공익 위원 중 한 마리가 조심스레 말했어요.
“…우리는 정말 공익이었던 걸까요?”
“중립이라는 말 뒤에 숨은 건 아니었을까요?”
“공익이란,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거였는데…”
그날 이후, 도토리 마을에는 세 가지 글이 광장에 붙었어요.
“숫자가 아니라 생명을 기준으로!”
“모두가 살아야 마을도 삽니다.”
“공익은 생존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을 동물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어요.
일한 만큼 최소한은 받아야 한다는,
‘진짜 최소 열매’,
그 싸움을 시작했어요.
사용자들은 늘 “최저임금을 올리면 가게가 망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전체 자영업자 중 80% 이상이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혼자 일합니다.
이런 사실을 숨기고, 마치 모두가 피해자인 것처럼 말하는 건 거짓과 왜곡입니다.
공익 위원들은 지금껏 사용자 측 주장만 듣고 해마다 4인 가족의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을 결정해 왔습니다.
열매가 많아지면, 노동자는 생존할 수 있고, 가게는 소비로 살아나며, 국가는 세금과 내수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진짜 공익이란,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균형을 바로잡는 일입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알아야 합니다.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권리이자, 살아 있기 위한 숨구멍이라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