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우산을 다시 세운 동물들의 연대 이야기
아주 멀고 깊은 산 너머, 바람골짜기라 불리는 작은 마을이 있었어요.
이곳에는 토끼, 고슴도치, 다람쥐, 두더지처럼 작지만 성실한 동물들이 모여 살았답니다.
서로 도우며 바람을 막고, 비를 피하려 만든 커다란 우산,
이름하여 두름터는 그 마을을 하나로 잇는 희망의 상징이었죠.
작은 동물들은 궂은 날에도, 매서운 눈보라 속에서도 함께 어깨를 맞대며 살아갔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 우산 아래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어요…
검은뱀과 그림자의 모임
우산의 중심, 그늘 아래에는
언제부턴가 검은뱀과 그의 몇몇 친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어요.
그들은 말했어요.
“우산을 지키는 건 우리야.
너희는 조용히 앉아 있기만 하면 돼.”
그래서 다람쥐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죠.
“근데… 왜 우리가 만든 우산인데 우리 뜻은 반영되지 않죠?”
검은뱀은 그 말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 말했어요.
“이건 질서를 어지럽히는 거야.
벌을 줘야겠군.”
그날 이후, 다람쥐는 우산에서 쫓겨났고
다른 동물들도 더 이상 입을 열 수 없었어요.
꿀단지의 비밀
바람골짜기의 동물들은 하루 종일 일해도
작은 꿀단지 한 모금으로 겨우 하루를 버텼어요.
하지만 우산 한가운데 앉은 검은뱀은
달마다 일곱 바가지의 꿀,
그 옆의 족제비는 다섯 바가지의 꿀을 퍼갔어요.
반면, 마당을 쓸고, 낙엽을 줍는 고슴도치는
겨우 한 모금의 꿀로 살아가고 있었죠.
작은 동물들은 마음속으로 외쳤어요.
“이 우산은 함께 만든 건데… 왜 그들은 더 많은 꿀을 가져가지?”
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어요.
말하면… 쫓겨났으니까요.
내려오지 않는 거미와 그물에 걸린 우산
오래전 이 마을에는 약속이 있었어요.
“두 번 이상 우산 중심에 앉은 동물은
햇살이 드는 자리로 돌아간다.”
그러나 몇몇 늙은 거미들은 그 약속을 어기고
여전히 중심 근처에 앉아 거미줄로 우산을 휘감고 있었어요.
겉으론 조용히 있지만,
뒤에선 실을 잡고 모든 것을 조종하고 있었죠.
작은 동물들은 더 이상 우산 아래서
햇살을 볼 수 없었고,
우산은 점점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어요.
바람건너 마을에서 들려온 소리
그러던 어느 날,
멀리 노을들판 마을에서 날아온 까치가 물었어요.
“여긴 왜 이렇게 조용해?
왜 누구도 웃지 않아?”
그 까치의 뒤를 이어
자작숲의 두더지,
해무재의 고슴도치,
들꽃산의 토끼들이 바람골짜기로 찾아왔어요.
그들은 말했어요.
“이 우산은 너희 것만이 아니야.
우리도 같은 재봉틀로 만들었어.
함께 고치자.”
다시 서는 우산
바람골짜기의 동물들은 놀랐어요.
‘우리를 기억해주는 마을이 있었구나.’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었구나.’
그리고 마침내
바람골짜기의 작고 조용했던 동물들,
그리고 멀리서 달려온 동지들이
함께 우산을 걷어냈어요.
검은뱀은 제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고,
늙은 거미의 그물은 햇빛에 녹아 없어졌어요.
이제 새로 만들어진 우산은
누구나 앉을 수 있고,
누구나 말할 수 있으며,
그늘과 햇빛이 모두 공평하게 나뉘는
진짜 ‘두름터’가 되었어요.
이 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
바람골짜기의 우산은
혼자선 다시 펼 수 없었어요.
노을들판, 자작숲, 해무재, 들꽃산…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같은 비를 맞고, 같은 바람에 흔들리던 마을들이
손을 잡아주었기에
기울었던 우산은 다시 펴졌어요.
이제 바람골짜기의 동물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압니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같은 우산을 함께 붙잡고 있다는 것도요.
교훈
· 우산을 만든 건 함께 살기 위해서지,
몇 마리가 그늘을 독차지하라고 만든 게 아니랍니다.
· 약속은 지킬 때 의미가 있고,
지키지 않는 권력은 그물보다 얇은 거짓말이 됩니다.
· 무엇보다도,
다른 마을의 동물들과 손잡을 때,
비로소 우산은 모두를 덮을 수 있습니다.
바람골짜기 이야기
그리고 함께 손 내민 숲의 친구들
다시 펴진 우산,
이제는 진짜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