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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낙서장 Oct 27. 2024

찐 커버 투 커버(cover to cover)

종이물욕 시작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 난다, 너무 서러웠던 기분이.

유치원에서 크리스마스 공연을 앞두고 주인공을 하게 되었다.

어떤 공연인지는 기억나지 않치만 

어린 맘에 뿜뿜의 마음으로 열심히 연습했었는데,

엄마에게 다음주 가족 모두 외국을 나간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얘기를 접했기 때문.

인생! 첫번째 욕심냈던 목표였고

노력했고

외부 요인으로 못하게 된 슬픔이 나름 선명하다. 


중동을 누비던 아버지는 직장 내 능력을 인정받아

비교적 젊은 나이에 해외 건설현장 지사장으로 발령을 받으셨고 

가족도 함께 나가게 되었다.

당시 해외여행이 금지되었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특혜.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라는 나라에 뚝 떨어진 어린 나로선 달갑지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당시 중동에 나가는 인력들이 많아

정부에서 굳이 한국인학교를 세워준덕에

나는 국제학교도 아닌 애매한 한국인학교를 3년 다니게 되었다. 

영어는 일주일에 한두시간의 겉핥기로

나머지 국어 이외 한국 커리큘럼은 매우 어설프게.

예전처럼 문밖을 나서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게 아니었다.

부모님들 차를 이용해야 겨우 만날 수 있으니 

갑자기 외로움이 불어닥쳤다.


업무로 바쁜 아버지와 현지 적응에 정신없는 엄마

그리고 산만 그 자체인 한참 아래 동생 사이에서

나의 방황 끝 친구는 책이 되어버렸다.

한달에 한번 이모가 보내주는 월간지 새소년은

한달간 목빼고 기다리는 큰 선물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되었다.

Read cover to cover라는 표현을!

진심 나는 이미 그러는 중.

소포가 도착하자마자 

연재 만화와 소설의 뒷이야기를 업데이트하고 나면

잡지 표지에서부터 맨 뒷장의 편집인/발행인 000 00쇄 발간

뜻도 모르는 내용을 외울만큼 읽고 또 읽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책의 종이가 좋았던 것이,

친근하고 향기롭다고 느꼈던 것이. 


<출처: 교양월간지 새소년 84년 버전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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