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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인간을 지켜주는 이유

1부 인간을 바라보다 - 관찰의 계절 | EP.03

by 마리엘 로즈


인간을 사랑해버린 영혼의 기록

구미호의 시선



나는 인간의 말을 들을 때마다
혼란스러웠다.

그들은 진실을 말하는 듯하다가
금세 다른 말을 했다.


눈빛은 슬픈데
입술은 웃고 있었고,
마음은 무너져 있으면서
입에서는 “괜찮아요”가 흘러나왔다.



나는 처음엔
그것을 ‘거짓’이라 보았다.
진심이 아닌 말을
왜 이렇게 쉽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영원히 살아온 내겐
거짓말은 의미 없는 일이다.
시간이 끝나지 않으니
숨길 것도 꾸밀 것도 없었다.

그러나 인간들은 달랐다.

그들은 온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가끔은-


진실보다 따뜻한 거짓이
사람을 살렸다.




나는 어느 겨울밤,
한 여자가 친구에게 말하는 장면을 보았다.

“힘들지 않아. 잘 지내.”

그러나 손끝은 떨리고
눈가에는 말하지 못한 눈물이 매달려 있었다.
친구는 그 거짓말을 눈치채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손등을
조용히 감싸 쥐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인간의 거짓말에는
‘나를 믿어주지 마’가 아니라
‘지금은 이렇게 버티고 싶어’라는
조용한 기도가 숨어 있다는 것을.



거짓말은 허위가 아니었다.
가벼운 방어막이었고,
부서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건네는 온기였다.

인간은
사실을 감당할 힘이 없을 때
거짓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마음의 모양을 잠시 바꾸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의 거짓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거짓말도
사랑의 한 형태일 수 있다는 것을.

상처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마음,
누군가를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
지켜주고 싶은 마음.


그 마음들이 모여 만든 작은 방패가
바로 그들의 거짓말이었다.

나는 인간의 거짓이 슬프면서도
이상하게 따뜻했다.
진실보다 더 깊은 체온을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날 이후,
나는 “괜찮아요”라는 말을
더 이상 거짓이라 부르지 않기로 했다.

그건 그들이 세상과 맞서기 위해
손에 쥔 가장 작은,
그리고 가장 용기 있는 무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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