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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도 모양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구름이랑 얘기해 본 적 있니?| EP.02

by 마리엘 로즈


가끔 그런 사람이 있어요.


말을 꺼낼 때마다 꼭 맨 앞에
“솔직히...”라는 말을 붙이는 사람요.

처음엔 그냥 말버릇인가 하고 넘겼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말이 들리는 순간,
마음이 살짝 굳는게 느껴졌어요.


그 뒤에 좋은 말이 붙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으니까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 말은 꼭
상처 줄 말을 하기 전에
미리 발라놓는 소독약 같거든요.

소독약이라는 건
곧 아플 걸 예고하는 냄새잖아요.


“조금 따가울 거예요”라고
미리 알려주는 '친절'처럼 들리지만-
결국 상처는 나는 거고
그 소독약이 아픔을 막아주진 못하니까요.

오히려 냄새가 퍼지는 순간,
‘아, 이제 아플 말이 오겠구나’ 하고
내 마음부터 움츠러들어요.




그래서일까요...

그 말이 나오면 내용보다 먼저,

말의 방식에 마음이 반응해버려요.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그동안은 거짓이었던 걸까?


아닌 걸 알아요.
그때도 진심이었고 지금도 진심이라는걸요.


다만,

표현이 달라지면
진심의 모양도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제가 그 말에 민감해진 이유가

꼭 상대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


가끔 똑같은 말도
다르게 들릴 때가 있거든요.


상대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내 마음만 변해서
말의 온도가 달라지는 날이 있는 거죠.

예전엔 상처가 나도
그냥 시간이 지나면 잊히겠지 하고 넘겼는데,
이제는 작은 말 한마디도
괜히 오래 머무르더라고요.


이제는 말의 방식에 걸려 넘어지기보다
그 사람이 정말 말하고 싶은 의도를
먼저 보려고 해요.


표현 방식이
그냥 내 마음에 안 맞는 것뿐이지
상대의 마음이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마음을 함부로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조용히 자리 잡아서일지도 몰라요.


예전처럼 툭 하고 넘기지 못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니까요.

그럼 나만 너무 힘들어지잖아요.



그래서 요즘은
나를 조금 덜어내며 지내려고 해요.


말의 껍데기보다
그 안쪽의 마음을 먼저 보면서요.


이건 겉으로 보면
상대를 위한 태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나를 위한 거예요.


그렇게 바라보면
내 마음이 조금 더 편해지거든요.

그게 최고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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