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배움을 잃어가는 마음들 | EP.02
살다 보면
참 많은 것을 안다고 착각하게 된다.
비슷한 상황을 겪어봤다는 이유로,
누구와 오래 지냈다는 이유로,
한 번 배운 감정은
두 번 다시 틀리지 않을 거라 믿는 이유로.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안다’는 마음이 생기고 나서부터
나는 사람을 예전처럼 보지 못했다.
누군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 이런 의미겠지’ 하고
내가 먼저 결론을 내리기도 했고,
누군가의 표정에 숨은 사연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편했다.
안다는 건 언제나
나를 조금 더 강한 사람처럼 느끼게 했으니까.
그런데 편한 마음은
참 빠르게 사람을 둔하게 만든다.
듣는 귀는 얕아지고
상대의 말은 나의 경험을 통과해
비슷한 이야기로 줄어들었다.
그렇게 나는
점점 내 방식대로만 세상을 보게 되었다.
ㅡ
그러던 어느 날,
아주 가까운 사람이
조용히 내게 말했다.
“너는 언제부터
'나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거야?”
그 말을 듣는데
어쩐지 속이 뜨끔했다.
그동안 내가 했던 말들이
하나씩 떠오르며
얼굴이 조금 뜨거워졌다.
문제는 그 사람이 아니었다.
내 시야가 먼저 좁아지고 있었던 거다.
그 순간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내가 아는 건
내가 알고 싶은 것뿐이었나?”
안다고 믿는 마음은
우리를 편하게 해주지만
동시에 질문을 사라지게 한다.
그리고 질문이 사라진 마음은
금방 닫힌다.
하지만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마음은 다시 열린다.
다시 듣게 되고,
다시 바라보게 되고,
다시 배울 수 있게 된다.
ㅡ
요즘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
속으로 이렇게 말해본다.
“그래, 나는 아직 잘 모르지.
그게 당연한거야.”
그 말이 입에서 나오자
마음이 이상하게 편안해졌다.
모르는 건 창피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아는 척하느라 스스로를 가두는 일이
더 창피한 일이었다.
이 작은 인정 하나가
내 시야를 다시 넓혀주고,
사람을 더 사람답게 보게 한다.
어쩌면 배움은-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다고 믿는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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